[핀테크에서 '테크핀' 시대로]⑥테크핀 업계의 새얼굴 '핀크'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3.16 12:14 | 최종 수정 2020.03.20 15:00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이제 핀테크를 넘어 ‘테크핀’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금융(Fin)에 기술(Tech)을 더한 핀테크에서 단어 순서만 바꿨을 뿐이지만 그 뜻은 차이가 크다.

기술이 금융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시대, 즉 금융회사가 IT를 활용하는 게 핀테크였다면, 테크핀은 기술이 금융 발전을 견인하는 개념이다. 금융혁신의 주도권이 금융회사에서 IT 기업으로 넘어간 것이다.

디지털머니는 올해가 '테크핀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테크핀 산업을 다각도로 살표보기로 한다. 이번에는 다섯번째 순서로 카카오와 네이버를 잇는 테크핀 회사 'NHN 페이코(Payco)'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국내 이동통신사 SK텔레콤과 하나은행의 합작 기업 '핀크(Finnq)'는 최근 연 5% 금리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T high5 적금'을 통해 테크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핀크는 또 오픈뱅킹 시행에 힘입어 ‘뱅크말고 핀크하자’는 슬로건을 내세워 오픈뱅킹 맞춤형 특화 송금 서비스인 ‘내 계좌 간 이체’를 선보였다.

핀크의 '티 하이(T high)5 적금' 홍보 포스터다. (자료=핀크)

2016년 출범한 핀크는 간편송금, 자산관리 등 비대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현재 앱(응용프로그램) 사용자 수는 약 250만 명. 출범할 때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한 회사라는 점에서 각광받았다.

권영탁 핀크 대표가 "핀크를 혁신적인 유니콘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꾸준히 밝힌 만큼, 핀크가 유니콘 기업 '비바리퍼블리카'가 개발한 모바일 송금 서비스 '토스(toss)'의 아성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테크핀의 도약이 소비자들에게 금융을 친근한 이미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헤게모니' 싸움에 IT 기업들도 참전하게 되면서 소비자들에게 금융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며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인 오픈뱅킹 시장은 우열을 장담할 수 없는 백중지세의 양상을 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바른 경쟁 구도가 조성된다면 우리나라의 금융 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근 테크핀 기업들의 범람으로 인해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업체들은 도태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테크핀 시대 금융권 브랜드 경험 창출 사례 연구'에서 우성미 저자는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테크핀 기업들의 서비스가 점차 비슷해져가는 양상을 보이며 차별점을 잃고 있다"며 "꾸준히 브랜드 인지도를 쌓으며 많은 고객층을 확보한 기업이나 철저한 보안으로 신뢰감을 쌓아온 업체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픈뱅킹이 도약의 발판 될 것"

SK텔레콤 출신인 권영탁 대표는 하나금융과 SK의 합작사인 ‘하나SK카드(현 하나카드)’에서 일했다. 핀크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고, 지난해 7월 대표에 선임됐다.

권 대표가 핀크를 통해 추구하는 목표는 명확하다. 공급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금융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금융위 혁신서비스로 지정된 통신 데이터 기반의 대안 신용평가 서비스인 ‘T스코어’를 내놓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T스코어는 가입·요금·이용 등 22개의 휴대폰 이용 정보를 점수로 산출한 후 금융기관에 제공해 대출심사 기준으로 활용하는 서비스다. 현재 광주은행과 저축은행 5곳과 제휴를 맺었다.

권 대표는 특히 “첫 번째 승부수로 모든 은행 계좌와 자유롭게 연동이 가능한 체크카드를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은행계 카드사들은 모 은행의 요구불계좌 고객을 모으기 위해 체크카드 영업을 했다.

권영탁 핀크 대(자료=핀크)

권 대표는 “가령 신한카드의 체크카드를 국민은행 계좌와 연결시키는 데는 제한이 많았다”고 했다. 오픈뱅킹을 도입한 핀테크사가 ‘다리’를 놔 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제할 때 핀크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간 뒤 은행 계좌에서 핀크로 충전되는 방식이다. 권 대표는 “조만간 신한카드와 손잡고 핀크 전용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 형태의 ‘핀크체크카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권 대표는 “시중은행과 연계한 ‘PLA(상업자 표시 계좌)’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는 “핀크 이름을 앞세운 자유입출금 계좌에 연 1%대 금리를 준다면 금융소비자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고객군을 확보하길 원하는 지방은행, 특수목적은행과 협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주주사인 하나금융의 리스크 관리 역량과 SK텔레콤의 기술력을 합치면 ‘새로운 개념의 금융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권 대표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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