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에서 '테크핀' 시대로]③ "국내 테크핀은 카카오가 이끈다"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3.05 10:30 | 최종 수정 2020.03.20 15:05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이제 핀테크를 넘어 ‘테크핀’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금융(Fin)에 기술(Tech)을 더한 핀테크에서 단어 순서만 바꿨을 뿐이지만 그 뜻은 차이가 크다.

기술이 금융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시대, 즉 금융회사가 IT를 활용하는 게 핀테크였다면, 테크핀은 기술이 금융 발전을 견인하는 개념이다. 금융혁신의 주도권이 금융회사에서 IT 기업으로 넘어간 것이다.

디지털머니는 올해가 '테크핀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테크핀 산업을 다각도로 살표보기로 한다. 이번에는 세번째 순서로 국내의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인 카카오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카카오의 행보가 주목 받는 것은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금융업에 진출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첫 번째 사례였기 때문이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은행권에 돌풍을 일으키며 기존 은행의 모바일 서비스 경쟁력까지 끌어올린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를 제외하면 여전히 디지털 혁신은 기존 금융사들이 주도해왔다. 거대 자본과 금융 노하우를 지닌 금융사들은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라는 이름 아래 경쟁적으로 인터넷ㆍ모바일 뱅킹 등의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았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혁신의 주체가 ICT기업인 ‘테크핀’이 핀테크를 누르는 원년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증권·보험 아우르는 테크핀 대표 주자

국내 테크핀 기업 중에서는 카카오가 가장 돋보인다. 카카오는 은행부터 결제·증권·손해보험 분야까지 진출해 금융지주 수준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실적도 상승세다.

카카오는 지난해 각종 온라인 플랫폼서비스 사업에 힘입어 매출 3조원, 영업이익 2,000억원 돌파의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카카오 실적추이(자료=카카오)

카카오는 지난 2014년 국내 최초의 모바일 간편결제 ‘카카오페이’를 출시했다. 카카오 금융 자회사의 또 다른 축인 카카오뱅크 역시 2017년 7월 출범 이후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각각 2020~2021년께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는 목표다

카카오는 국내 이용자수 4000만명이 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사용자 접근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카카오톡 내에서 바로 카카오페이로 연결이 가능하다.

카카오의 간편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가입자 3000만명을 돌파했다. 2018년 20조원이었던 카카오페이 거래액은 지난해 48조1000억원으로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1월 31일 기준으로 고객 수 1154만명, 수신·여신액은 각각 21조657억원, 15조1225억원에 달한다.

카카오페이 측은 "테크핀 회사의 특징이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것처럼 카카오페이의 강점 또한 플랫폼 영향력이다"라며 "카카오페이는 결제, 송금, 청구서 납부, 투자 등 일상 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어렵고 번거로운 금융을 기술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머니2.0' 전략 내세운 ‘카카오’

올해는 더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카카오는 올해부터 결제·증권·보험을 융합한 실명 계좌 기반의 ‘머니 2.0’ 전략을 가동한다.

송금, P2P투자 등 선불 충전 사업자라는 딱지를 떼고 온전한 테크핀 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전자금융사업자 위치를 고수한 네이버와는 다른 행보다.

카카오는 지난 6일 최대주주로 있는 바로투자증권 사명을 '카카오페이증권'으로 변경하며, 카카오페이 계좌를 증권으로 바꾸는 실명계좌 전환 작업을 시작했다. 

기존 카카오페이머니를 증권 계좌로 업그레이드 해서 각종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 카카오페이머니는 200만원까지만 선불로 충전할 수 있었지만 증권 계좌는 잔고의 한도가 없다.

카카오페이가 카카오페이증권과 함께 새로운 증권 금융 서비스를 시작한다. (자료=카카오페이)

카카오는 또 삼성화재와 손잡고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다음달 초 금융당국에 예비인가를 신청할 계획이어서 올해 내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가 이처럼 과감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배경에는 4000만 사용자를 가진 카카오톡의 빅데이터가 있다. 거래 내용 같은 금융 데이터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의 친구 수, 대화 건수 등 카카오만 확보할 수 있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신용 등급을 책정하고, AI 자문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AI가 스스로 고객을 판단해 이상 거래를 막고 장애가 발생해도 곧바로 원인을 찾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배재현 카카오 투자전략실 부사장은 "올해부터 실명 계좌 기반의 '머니2.0'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쳐가고자 한다"며 "머니1.0 시대에는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결제 등 사업을 진행해 폰뱅킹 수수료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머니2.0은 국내 테크핀 사업의 판도를 바꿀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케이프투자증권, "카카오페이, 기업가치 4조"

은행 수수료 감소, 증권업 개시 및 간편결제 활성화까지 각종 호재에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케이프투자증권은 3일 카카오에 대해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전망이라며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22만원을 유지했다.

이경일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카카오페이의 거래액(GMV)은 71조원을 기록하며 견조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누적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서고 환전, 간편보험 등으로 각종 제휴 서비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출범한 증권업도 호재로 꼽힌다. 현재 증권계좌 연동 및 소액 투자가 가능한 펀드상품 판매를 시작한 상태다. 이 연구원은 "향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반의 투자자문 솔루션, 자문형 자산배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카카오페이증권의 성장 잠재력은 시장 기대치 이상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올해 카카오페이는 금융수익 확대 등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의 적정 기업가치는 4조원으로 추정된다"며 "간편결제 서비스의 직불결제 및 후불결제 활성화로 인한 거래액 확대와 금융서비스 본격화로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이후에는 국내 1호 종합지급결제업자로 선정될 가능성 높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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