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이제 핀테크를 넘어 ‘테크핀’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금융(Fin)에 기술(Tech)을 더한 핀테크에서 단어 순서만 바꿨을 뿐이지만 그 뜻은 차이가 크다.
기술이 금융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시대, 즉 금융회사가 IT를 활용하는 게 핀테크였다면, 테크핀은 기술이 금융 발전을 견인하는 개념이다. 금융혁신의 주도권이 금융회사에서 IT 기업으로 넘어간 것이다.
디지털머니는 올해가 '테크핀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테크핀 산업을 다각도로 살표보기로 한다. 이번에는 두번째 순서로 글로벌 빅테크(Big-Tech) 기업들의 동향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글로벌 대형 IT 기업들의 화두는 단연 ‘테크핀’이었다.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포털 기업인 구글은 미국 내 금융기업과 손잡고 은행계좌 서비스를 올해부터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공룡인 페이스북은 앱에서 사용이 가능한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스북 페이’를 출시할 예정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마저 골드만삭스와 함께 ‘애플카드’를 직접 출시했다. 바야흐로 ‘핀테크’의 시대가 가고 ‘테크핀’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럼 올해에는 어떨까? 단언컨대 ‘테크핀’의 시대가 가속화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가장 오래된 은행 중 하나인 JP모건과 함께 당좌예금 계좌 서비스 개시를 논의 중이다.
■ 은행업에 진출하는 구글
먼저 구글은 글로벌 대형 은행 씨티그룹과 스탠퍼드연방신용조합과 손잡고 ‘구글페이’ 앱에서 예금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시저 셍굽다 구글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캐시(Cache)’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올해부터 당좌예금 계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당좌예금은 이자가 붙는 저축예금과 달리 개인 수표를 발급하거나, 체크카드 대금 결제를 위한 계좌다. 이 계좌를 통해 간편하게 수표를 발행하고, 지출 내역을 정리해 가계부처럼 볼 수 있다.
구글 페이(자료=구글)
구글은 금융업에 진출하기 위해 직접 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대신 기존 금융권과의 협력 전략을 택했다. 별도의 인증 없이도 쉽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소비자 은행 계좌를 개설하려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국가신용조합청(NCUA) 등 금융당국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구글은 이미 인증을 받은 씨티은행과 공동 투자하기 때문에 별도의 허가를 취득하지 않아도 된다. 구글 계좌는 씨티은행 이름으로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이 금융업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오프라인에서도 금융과 관련한 개인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개인이 수표를 사용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다. 예를 들어 월세 등을 지급할 때 수표를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구글페이에 매달 특정 날짜에 특정 금액을 지속해서 발행한다는 내용이 누적되면 월세 데이터가 된다.
소비 패턴 파악보다 중요한 것은 ‘예금 계좌’를 개설한다는 지점이다. 소비를 넘어 월급 등 개인의 수입이 얼마인지의 데이터 측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수입과 소비 등 재무 정보가 사용자의 위치 및 주소, 이동 정보, 스마트폰 활용 패턴, 웹브라우저 방문 기록 등과 모두 결합되면 거대 빅데이터 체계가 구축된다.
■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페이’로 국면 전환
페이스북도 지난 11월에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왓츠앱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통합 결제수단 ‘페이스북 페이’를 출시했다. 페이스북 페이를 통해 페이스북 및 메신저에서 기금 모금, 게임 내 (아이템) 구매, 이벤트 티켓, 개인 간 송금,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상품 구매 등을 할 수 있다.
페이스북 페이는 별도의 앱을 다운 받지 않고 페이스북 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 앱 혹은 웹사이트의 설정 페이지를 통해 페이스북 페이를 누른 뒤 지급 방식을 고르면 된다. 최초로 결제 정보를 입력한 뒤에는 재이용 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할 수 있다.
페이스북 페이(자료=페이스북)
페이스북 페이는 페이팔뿐 아니라 대부분 주요 신용 카드와 직불 카드를 지원하게 된다. 지급 처리는 미국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인 ‘페이팔’과 ‘스트라이프’가 맡는다. 페이스북 측은 “이용자의 금융정보(카드, 은행 계좌 등)를 암호화해 안전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보안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페이스북 페이로 어떤 상품을 결제했는지 정보를 수집해 사용자가 관심을 둘 만한 광고를 제공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페이스북 페이는 미국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해당 서비스 운영 계획이 아직까지는 없다.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페이스북 페이 국내 출시 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국내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국내 출시에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 애플은 ‘실물 카드’로 오프라인 공략
애플은 지난해 8월 실물 신용카드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마스터카드와 손잡고 내놓은 카드다. 애플카드는 애플이 앞서 내놓은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와 긴밀히 연동돼 있다. 결제를 애플의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게 목표다.
아이폰 이용자만 발급받을 수 있는 이 카드는 흰색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바탕에 회원 이름과 IC칩, 애플 특유의 사과 로고가 박혀있다. 아이폰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디자인적으로 구미가 당긴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에서 볼 수 있는 신용카드 번호, CVC 번호, 유효기간, 서명 등도 없다.
애플 카드(자료=애플)
신용카드의 복잡함을 없애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사용자경험(UX)을 주겠다는 게 애플의 목표다. 애플은 “돈을 더 많이 쓰게 하는 게 아니라 건전한 재무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연회비나 수수료 등 없이도 아이폰 이용자에 한해서는 누구나 애플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애플카드는 아이폰에 있는 지갑 앱을 이용해 신청할 수 있고, 승인이 난 직후부터 애플페이를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선 아이폰을 결제 단말기에 갖다 대는 ‘애플페이를 통한 결제’와 실물 카드인 ‘애플카드’를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결제가 가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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