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에서 '테크핀' 시대로]④'IT 공룡' 네이버의 야심찬 금융업 진출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3.09 07:05 | 최종 수정 2020.03.20 15:03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이제 핀테크를 넘어 ‘테크핀’이 화두가 되고 있다. 금융(Fin)에 기술(Tech)을 더한 핀테크에서 단어 순서만 바꿨을 뿐이지만 그 뜻은 차이가 크다.

기술이 금융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시대, 즉 금융회사가 IT를 활용하는 게 핀테크였다면, 테크핀은 기술이 금융 발전을 견인하는 개념이다. 금융혁신의 주도권이 금융회사에서 IT 기업으로 넘어간 것이다.

디지털머니는 올해가 '테크핀 원년'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테크핀 산업을 다각도로 살표보기로 한다. 이번에는 네번째 순서로 카카오에 대항해 새로이 금융업에 진출하는 네이버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네이버가 올해 본격적으로 미래금융 시장에 도전한다. 상반기부터 네이버 통장과 주식, 보험 등 디지털 기술과 결합된 금융상품이 출시된다. 카카오가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은행 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국내 최대 인터넷사업자인 네이버도 디지털금융 시장에 속도를 내면서, 디지털기술을 기반으로 한 IT기업과 기존 제도권 금융사들과의 대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네이버가 독자 금융사업 법인을 출범하고 금융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이미 인터넷은행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카카오는 물론 기존 제도권 금융사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카카오는 이미 지난 2017년에 인터넷은행 사업에 진출해 지난 7월 출범 2년만에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하는 등 기존 금융시장에 '메기' 역할을 하고 있다.

종합자산관리 플랫폼 노리는 ‘네이버’

네이버는 기존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를 통해 구축한 생태계 안에서 금융 사업을 전개한다는 입장이다. 쇼핑, 콘텐츠 등 네이버 생태계 안에서 좀 더 편리하게 네이버페이로 구매하는 환경 마련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네이버는 지난해 11월 네이버페이 부문을 분사해 ‘네이버파이낸셜’을 세웠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상품을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네이버 통장’을 시작으로 신용카드 추천 서비스, 증권, 보험 등이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든 서비스는 네이버 계정 기반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진행된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11월 분사한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테크핀 사업을 강화하며 지속적인 성장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결제와 연계된 금융서비스들이 선순환 구조를 구축, 타 서비스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종합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해가겠다"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금융 사업 그 자체로 수익을 얻기보다는 데이터 확보를 통한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두고 있다. 네이버가 금융사업자가 아닌 전자금융사업자 위치를 고수하는 이유기도 하다. 금융 중개 플랫폼을 마련해 금융 회사가 아닌 서비스 회사로서 다양한 금융사와 연계를 통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 8000억 투자로 업계 주목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2월 13일 미래에셋으로부터 약 8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본격 금융 기업으로서의 첫발을 뗐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의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운영되던 네이버페이를 분사시켜 지난해 11월 만든 회사다. 미래에셋과 네이버는 2017년 6월 상호 지분투자를 통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이후 금융 서비스를 추진해왔다.

네이버가 2015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페이는 현재 가입자 수가 3000만 명이 넘는 국내 최대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네이버페이 결제액은 이미 4조원을 돌파했다. 네이버페이 결제자 수도 월 1000만명을 넘어섰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네이버페이 강점으로 결제의 편리함을 꼽는다. 네이버페이는 전자상거래, 결제, 포인트 적립 등의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스마트폰 사용자 중 상당수가 자동으로 로그인된 상태로 네이버를 이용하는 점을 고려해볼 때 네이버 플랫폼에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묶어두는 ‘록인 효과’가 뛰어나다.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양사가 보유한 핵심 역량을 효과적으로 융합해 테크핀 시장에서 금융 혁신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통장은 구글의 캐시 프로젝트와 유사한 형태일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가 자체 발급하는 게 아닌 제휴사의 통장과 연계하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대우의 CMS통장과 연계해 체크카드, 후불결제 등 서비스를 제휴하는 것이다.

메리츠 증권, "네이버, 기업가치 재평가 이제 시작"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28일 네이버에 대해 "기업가치 재평가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했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를 22만5000원에서 24만원으로 6.25%(2만5000원) 상향 조정했다.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네이버 주가추이(자료=메리츠증권)

김동희 연구원은 지난해 7월 이후 네이버 주가가 59.0% 상승하며 벤치마크(기준지표)인 코스피 대비 62.5%포인트 아웃퍼폼(특정 주식의 수익률이 시장의 평균 수익률을 상회)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본격적인 재평가를 기대해볼 만하다"며 지난해 11월 네이버파이낸셜 분사, 12월 미래에셋대우금융그룹으로부터 8000억원 투자유치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실탄을 장전한 네이버파이낸셜은 2분기 네이버통장(미래에셋대우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오픈을 시작으로 미니보험, 미니펀드 등을 출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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