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유니콘 기업은 어디?]⑳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힐세리온'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3.02 07:43 | 최종 수정 2020.03.20 15:08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올해 우리 정부가 유니콘(Unicorn) 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유니콘이 될 만한 예비 기업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올해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K-유니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200개를 선정해 발표하는 것이 골자다.

이르면 다음달 구체적인 안이 발표된다. 지난해까지 11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한국은 오는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20개를 만든다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 목표다. 정부안에서 더 나아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니콘 30개 육성 계획까지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머니는 정부의 유니콘 집중 육성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올해에 12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할 예비 유니콘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번에는 마지막 순서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힐세리온'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2012년 설립된 힐세리온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으로 2014년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무선 휴대용 초음파 기기 '소논(SONON)'을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소논은 내과 산부인과 등에서 사용되는 100㎏이 넘는 초음파 진단 기기를 390g 휴대용으로 만든 제품이다. 부피가 크고 무겁던 기존 초음파 진단기를 손바닥 정도 크기로 축소시킨 혁신 의료 기기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에 연결해 환자 초음파 영상을 확인한다. 전용 앱으로 초음파 영상이나 사진 확인은 물론 저장과 전송도 가능하다. 특정 부위를 확대하는 등 고가 초음파 진단장비 못지 않다. 도서 산간 지역에서 유용하게 활용된다. 연결선, 모니터, 출력기가 필요 없어 움직이는 자동차나 닥터헬기, 비행기 등에서도 진료가 가능하다.

무선 휴대용 초음파 기기 '소논(SONON)'(자료=힐세리온)

소논은 식품의약품안전처(KFDA) 인증, 유럽 CE의료기기, 캐나다 인증,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인증을 획득했다. 가격 경쟁력도 있다. 초음파 기기는 통상 억대를 넘는다. 소논은 1000만원대다. 힐세리온 초음파진단기는 미국 영국 터키 베트남 중국 등 세계 40여 개국에 수출된다.

힐세리온은 설립 7년 만인 지난해 기술보증기금에서 유니콘기업(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선정돼 30억원을 특별보증받았다. 벤처캐피털 등에서도 150억원가량을 투자받았다.

포기할 수 없는 창업 유전자

힐세리온은 의사 출신 류정원 대표가 설립했다. 의료 현장에서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가 필요하다고 판단, 직접 개발에 나섰다. 초음파 진단이 필요할 때마다 즉시 꺼내 쓸 수 있다.

류 대표는 초등학생 때 컴퓨터 프로그램을 짤 만큼 기술개발에 소질이 있었다. 1992년 동국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다가 군 복무 후 전자공학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며 다시 서울대 자연과학부에 입학했다.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 (자료=힐세리온)

서울대 재학 시절 벤처기업 7~8군데를 거치면서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1년 폐쇄회로(CC)TV를 디지털로 저장하는 장치 개발회사를 창업했지만 실패했다. 2003년 벤처기업에 다시 들어가서 신호처리 기술, 소음 제거·음성인식 솔루션 기술 등을 담당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신호처리 기술을 연구하다 보니 뇌와 신경 분야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해 가천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우주를 연구해 보려고 2006년 우주인 선발대회에 도전하기도 했다. 2009년 한국의학연구소(KMI) 검진센터에서 의사로 근무한 뒤 2011년부터 힐세리온을 창업하기 전까지 서울 은평구 한 병원에서 의사로 일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중 한 산모가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것을 보고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의 필요성을 절감한 뒤 2012년 6월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창업사관학교에 입학해 재창업에 나섰다.

류 대표는 여전히 또다른 변화를 준비 중이다. 그는 힐세리온을 창업한 후에도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AI(인공지능)를 연구했다.

류 대표는 “AI가 실시간으로 초음파 사용법을 알려주는 기술과 저해상도의 영상을 고해상도로 높여주는 기술을 개발해 회사를 AI 플랫폼 헬스케어 기업으로 변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플랫폼 비즈니스로 제 2 도약 꿈꾼다

류정원 대표는 휴대용 초음파기기 개척자를 넘어 종합 스마트헬스케어 기업으로 회사를 변모시칸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영상진단 제조회사를 넘어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비즈니스 등으로 사업범위를 확장한다.

힐세리온은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미래를 찾았다. 미래 의료기술 중심에는 인공지능(AI)이 자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운영의 가장 중요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힐세리온만이 가질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만들 계획이다.

의료데이터는 AI에 활용하기 위해 전처리 등 데이터 가공을 해야 하지만 이 과정에 고급 인력이 필요해 비용 문제 등 걸림돌이 있다.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 (자료=힐세리온)

힐세리온은 휴대용 초음파 기기 판매 등으로 쌓은 개발도상국 네트워크를 활용, 고품질 데이터를 수집한다. 클라우드를 이용해 개도국에서 보내는 의료데이터에 리워드를 제공하고 구입한 뒤 데이터를 모아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에 정제된 데이터를 판매하는 플랫폼을 개발한다.

개발도상국 등을 중심으로 병원에 휴대용 초음파 진단기를 무료로 보급하고 사용 시간별 쿠폰을 구매하도록 장려한다. 쿠폰 구매 시간만큼 사용 가능하며, 클라우드 플랫폼과 연계해 초음파 영상을 제공하는 등 사업을 연계한다.

류정원 힐세리온 대표는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사겠다는 사람의 중간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힐세리온이 계획하는 데이터 플랫폼”이라면서 “우리 역할은 정확한 데이터인지 확인하고, 익명화, 적합성 체크 등을 통해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아직 의료분야에 데이터 플랫폼 비즈니스는 없는 유망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클라우드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방글라데시 등에 시범사업을 진행하고자 한다”면서 “2023년에는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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