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유니콘 기업은 어디?] ⑮ '스마트펜' 분야 세계 1위 '네오랩컨버전스'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2.22 14:00 | 최종 수정 2020.03.25 14:29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올해 우리 정부가 유니콘(Unicorn) 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유니콘이 될 만한 예비 기업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올해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K-유니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200개를 선정해 발표하는 것이 골자다.

이르면 다음달 구체적인 안이 발표된다. 지난해까지 11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한국은 오는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20개를 만든다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 목표다. 정부안에서 더 나아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니콘 30개 육성 계획까지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머니는 정부의 유니콘 집중 육성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올해에 12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할 예비 유니콘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번에는 열다섯번째 순서로 글로벌 스마트펜 시장의 선두주자 '네오랩컨버전스'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 주]

'디지로그(Diglog)'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을 일컫는다. 디지털 시대에도 인간적인 감성을 가진 디지로그 제품이 인기를 끈다. 스마트펜도 그중 하나다.  

스마트펜은 종이에 적은 내용을 그대로 디지털화하는 전자펜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에 탑재된 S펜, 애플의 애플펜슬 등 디지털펜과는 차이가 있다. 일반 펜의 필기감과 펜·종이의 편리함 등 아날로그 감성을 살렸다. 전자기기와 연동해 데이터를 편리하게 관리할 수도 있다.

2009년 설립된 '네오랩컨버전스'(이하 네오랩)는 6000억원 정도로 추정되는 세계 스마트펜 시장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보이는 기업이다. 자체 브랜드 네오스마트펜, 팝펜 등을 통해 사업을 진행한다.

네오랩컨버전스에서 출시한 네오스마트펜(자료=네오랩컨버전스)

제품 정식 판매 전인 지난 2015년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한 네오랩은 당초 목표 금액의 1,800%나 달성하며 우리나라보다 세계 시장에서 먼저 주목 받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유력 언론에 소개되자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태국, 일본과 호주에까지 판매가 이뤄졌다.

네오랩은 매년 30% 넘는 성장을 계속할 수 있었다. 창업 직후 2,000만원대였던 매출은 2018년 317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50% 정도가 수출에서 나온다. 

회사 측은 앞으로 교육, 의료, 금융 등 분야에서 스마트펜 활용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웹툰 작가나 디자이너 등 창작 직군에서도 ‘손맛'에 익숙한 크리에이터를 중심으로 만족감을 가져다줄 것이란 기대다. 현재 호주, 일본, 대만 등 해외법인을 포함한 총 직원 수는 110여 명이다.

지난해 8월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이 선정하는 상반기 예비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에 뽑혔다. 

■ '닷코드' 기술로 '제2의 종이혁명' 추구 

네오랩의 스마트펜에 사용된 핵심 기술은 '닷코드'(Dot-Code) 기술‘'이다. 네오랩이 ‘N코드’라 이름 붙인 마이크로코드(작은 패턴으로 이루어진 코드)가 빽빽하게 인쇄된 종이 위에 펜으로 글씨를 쓰면 펜촉 아래에 달린 카메라가 바코드를 찍듯이 코드를 인식한다.

'닷코드' 기술은 기존 종이에 미세한 점 형태의 코드를 입혀 인쇄한 후, 전자식 펜 형태를 갖춘 리더기를 이용해 접촉·인식함으로써 숨겨진 다양한 콘텐츠를 소리와 영상으로 표현하는 기술이다. 일상 생활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일례로 식당에서 닷코드가 적용된 메뉴판에 리더기를 접촉하면 주방에 바로 자동 주문이 가능하다.

창업자인 이상규(48) 대표는 "닷코드 기술은 페이퍼 2.0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종이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며 "닷코드를 입히면 평면적인 종이에서 동영상,음성 등의 디지털 입체정보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닷코드를 응용한 기술도 광범위하다. 일반 종이에 닷코드 전용 펜으로 내용을 쓰면 자동으로 데이터화하거나 사용자 필체 그대로 펜에 저장했다가 디지털로 변환시켜 PC에 저장할 수도 있다. 이 기술은 온라인 교육, e노트, 전자서식, 에듀테인먼트 게임 등에 쓰일 수 있다.

 

스마트펜은 한편으로 빅데이터 시대를 이끈다. 아날로그로 존재하던 필기 정보를 디지털로 전환한 덕분이다. 필기하는 순서와 속도, 방식 등 다양한 정보가 빅데이터로 쌓인다.

치매 진단을 예로 들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치매 진단법에 ‘시계 그리기’가 있다. 종이에 동그란 원을 그린 다음 지시받은 시간을 아날로그 시계로 표현하면 된다. 간단해보이지만 기억력, 사고력 등 복합적인 인지 능력을 요구하는 검사다. 의사는 검사자가 시계를 그리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증세를 판단한다. 

스마트펜을 사용하면 검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관찰자가 없이도 검사가 가능한 덕분이다. 전용 앱에 기록된 필기 과정을 되돌려서 확인하면 된다. 필압, 필기 속도 등 눈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정보를 활용해 정밀한 진단을 할 수도 있다.

이상규 대표는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던 필기 데이터를 모으니 지금까지 분석하지 못했던 새로운 정보들이 쏟아졌다"며 "빅데이터 활용 분야를 지속적으로 고민해나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벤처 1세대의 두번째 도전

이상규 대표는 이미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 한 차례 성공 신화를 쓴 벤처 1세대 대표 주자다. 1997년 나성균 현 네오위즈 대표 등이 포함된 KAIST 동아리 8명과 네오위즈를 창업하며 비즈니스 세계에 처음 입성했다. 공동 창업자 가운데는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블루홀 대표)도 있다.

이 대표는 개인적으로 사업 구상을 해오다 10여 년간 몸담았던 네오위즈를 나와 2009년 네오랩컨버전스를 설립했다.

이상규 네오랩컨버전스대표(자료=네오랩)

이 대표가 두 번째 창업에 나선 계기는 '스마트펜이 꼭 필요한데 왜 사람들이 만들지 않을까' 하는 고민에서 비롯됐다.

그는 "온라인 교육 시장의 핵심 코드인 학습관리시스템(LMS)은 오프라인 교육 시장과 일반 종이로 만든 출판물에서는 적용이 불가능했다"며 "N코드 기술을 개발하면 온라인에서만 가능하던 스마트 전자학습 시스템을 일상에 접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떠올렸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는 학습 성향을 분석하는 데 사용되거나 부모가 아이의 적성을 파악하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기능적으로 완성 단계에 이른 스마트펜에서 더 나아가 특수 종이와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등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연내 출시 예정인 공책 사업으로 1년에 500만권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세계에서 최초로 필기 데이터를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전 인류의 데이터를 다 모으고 있다는 구글도 사람이 썼던 필기 데이터는 아직 못 모았다"며 "전 세계 필기 데이터를 모아 연관성을 분석하고 그 빅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인류의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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