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유니콘 기업은 어디?] ⑭ 인공지능(AI) 교육 스타트업 '뤼이드'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2.20 15:07 | 최종 수정 2020.02.20 15:20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올해 우리 정부가 유니콘(Unicorn) 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유니콘이 될 만한 예비 기업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올해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K-유니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200개를 선정해 발표하는 것이 골자다.

이르면 다음달 구체적인 안이 발표된다. 지난해까지 11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한국은 오는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20개를 만든다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 목표다. 정부안에서 더 나아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니콘 30개 육성 계획까지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머니는 정부의 유니콘 집중 육성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올해에 12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할 예비 유니콘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번에는 열네번째 순서로 국내 최초로 영어 교육에 기계학습을 도입해 선풍을 일으킨 교육 인공지능(Edutech) 1호 스타트업 '뤼이드'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 주]

지난 2014년 설립된 뤼이드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맞춤형 토익 학습 콘텐츠 애플리케이션인 '산타토익'으로 유명한 업체다. 산타토익은 AI 기술을 활용, 사용자 맞춤형 커리큘럼을 제공한다. 틀린 문제 기준으로 학습자 취약점을 진단, 보강할 수 있도록 돕는다.

뤼이드의 AI 교육 딥러닝 기술은 업계에서 단연 독보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대·KAIST·포항공대 출신 석박사들을 주축으로 구성된 약 30명의 연구진이 AI 딥러닝 솔루션 플랫폼 ‘산타 인사이드’를 개발했다. 이와 관련해 최고 권위의 AI 콘퍼런스 ‘신경정보처리시스템학회(NIPS)’에 국내 최초로 AI 기술 연구논문을 등재했고 한국과 미국·중국·일본에 핵심특허 41건을 등록·출원했다. 

미국 에듀테크 전문지 ‘에듀케이션 테크놀로지 인사이트(Education Technology Insights)’가 지난해 10월 선정한 ‘아·태지역 10대 에듀테크 스타트업’에 선정된 뤼이드(자료=미국 ETI)

미국에서도 뤼이드의 비즈니스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뤼이드는 미국 에듀테크 전문지 ‘에듀케이션 테크놀로지 인사이트(Education Technology Insights)’가 지난해 10월 선정한 ‘아·태지역 10대 에듀테크 스타트업’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의 교육 자회사 줘예방(Zuoyebang), 호주의 클라우드구루(A Cloud Guru) 등과 이름을 나란히 한 것.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하반기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 대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인간 강사보다 더 인정받는 AI 

2017년 출시한 인공지능(AI) 기반의 토익 학습 솔루션 ‘산타토익’으산타토익은 서비스 고도화를 거쳐 2018년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했고, 1년 후엔 매출이 두 배로 뛰었다.

지난해 6월엔 ‘시리즈 C’ 투자를 유치, 총 400억원 규모의 누적 투자 유치를 달성했다. 12월엔 미국 뉴욕에서 열린 ‘AI 서밋 뉴욕 2019’에 국내 스타트업 중 유일하게 참가해 뉴욕타임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산타토익의 누적 이용자 수는 110만 명. 데이터에 따르면 하루 동안 학습했을 경우 평균적으로 129점 상승이 가능하다. ‘495점이던 토익점수가 2개월 만에 900점이 됐다’는 이용자도 나왔다. 모두가 안 될 거라며 말렸던 ‘AI와 모바일’을 앞세워 토익 학습 시장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산타토익이 스타 강사보다 더 용하다고 인정받는 이유는 2016년 이세돌 9단을 이겼던 ‘알파고’와 비슷하다. 알파고는 바둑 이론을 모르지만 엄청난 양의 기보 데이터에 기반을 둔 딥러닝으로 이 9단을 이겼다. 산타토익의 AI 엔진(산타인사이드) 역시 영문법은 모르지만, 빅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가 ‘앞으로 다른 문제에서 어떤 답을 고를지’를 예측한다.

산타토익 앱으로 20시간 학습 시 평균 점수 상승폭은 131.5점이다. 그동안 교육시장에서는 이런 객관적인 데이터 자체가 없었다. 장 대표는 “사용자의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는 것에서 나아가 ‘동기 부여’를 확실히 해주는 더 큰 효과”라고 강조했다. 산타토익의 1인당 평균 문제풀이 수는 문제집 1.5권 분량에 해당하는 894개다.

실리콘밸리 동료등의 반대를 무릅쓰고 유턴 

뤼이드를 설립한 장영준(34) 대표의 첫 일터는 미국 실리콘밸리였다. 미국 UC버클리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북미 지역 웹툰 플랫폼 ‘타파스미디어’에 공동창업자로 합류했다, 장 대표는 첫 번째 정식 투자유치 단계인 시리즈A를 성공시킨 뒤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자기만의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남아달라는 동료들의 만류를 뿌리쳤다.

그는 국내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교육 스타트업 시장을 눈여겨봤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 플랫폼은 적지 않게 있었지만, 성인 대상 교육 플랫폼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기존 학원들은 스타 강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에듀테크’의 개념은 있었지만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도 드물었다. 

장영준 뤼이드 대표(자료=뤼이드)

장 대표는 ‘시험’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뒀다. 실력 향상도 좋지만 당장 점수가 급한 사람들이 많다고 봤다. 데이터 기반의 AI 기술로 '시험 잘 보게 해주는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2014년 5월 혼자 뤼이드를 설립한 뒤 기획자와 개발자를 한 명씩 영입했다. 이듬해 1월 첫 작품인 모바일 오답노트 ‘리노트’가 나왔다.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시작한 리노트는 제목과 번호만 넣으면 알아서 오답을 분석해주는 서비스였다. 32만 건 이상의 오답 데이터가 모이자 고정 팬들이 생겼다. 하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이미지 오답 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장 대표는 특정과목에 집중한 텍스트 기반 학습 플랫폼으로 눈길을 돌렸다.

오답노트 서비스에서 시작한 뤼이드의 시도는 변화를 거듭하며 ‘산타토익 1.0’으로 탄생했고, 이후 딥러닝 기술을 고도화해 현재 서비스 중인 ‘산타토익 2.0’을 선보였다. 1억건 이상의 문제풀이 데이터를 학습한 뤼이드의 AI는 사용자가 각 문제를 만났을 때 틀릴 확률을 실시간으로 예측하고, 점수가 가장 빨리 오를 문제를 순서대로 추천하여 최단시간내에 점수를 올릴 수 있도록 한다.

"에듀테크 시장은 경쟁이 더 치열해야"

장 대표는 앞으로 에듀테크 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마케팅이 아닌, 기술로 승부를 보는 에듀테크 스타트업이 필요하다는 게 장 대표의 생각이다. 장 대표는 머지않아 AI 데이터 기술 등이 교육 시장의 혁신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혁신이 가장 마지막에 찾아오는 분야는 교육입니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혁신을 불러왔던 기록을 살펴보면 게임과 성인콘텐츠가 가장 먼저입니다. 다음으로 문화예술, SNS플랫폼, O2O(Online to Offline,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 금융이 뒤를 이었어요."

그는 또 교육은 무엇보다 개인화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교육시장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데이터 활용이 혁신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에듀테크 시장은 더 치열해져야 합니다. 젊고 똑똑한 사업가들이 교육 시장을 같이 교란시켜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향후 뤼이드는 교육영역 전반으로 AI 학습을 확대해 나간다는 포부다. 베트남 국제학교와 입시학원을 중심으로 미국 대학입학 자격시험(SAT)을 겨냥해 테스트에 들어가기도 했다. 앞으로는 국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등급과 점수를 예측하는 서비스도 론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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