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유니콘 기업은 어디?] ⑲팬들이 가수 불러 공연하는 '마이뮤직테이스트'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2.27 16:42 | 최종 수정 2020.03.21 06:15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올해 우리 정부가 유니콘(Unicorn) 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유니콘이 될 만한 예비 기업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올해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K-유니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200개를 선정해 발표하는 것이 골자다.

이르면 다음달 구체적인 안이 발표된다. 지난해까지 11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한국은 오는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20개를 만든다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 목표다. 정부안에서 더 나아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니콘 30개 육성 계획까지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머니는 정부의 유니콘 집중 육성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올해에 12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할 예비 유니콘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번에는 열아홉번째 순서로 역발상으로 공연문화를 바꾼 글로벌 리딩 스타트업 '마이뮤직테이스트'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2011년 설립된 공연 기획 플랫폼 마이뮤직테이스트는 빅데이터 기반 수요예측 서비스로 공연의 패러다임을 바꾼 스타트업이다. 공연 기획사와 가수가 중심이 되어 공연을 주도적으로 기획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팬들의 수요에 따라 공연을 기획하는 방식이다.

팬들이 아티스트 공연을 특정 도시에서 개최해달라고 요청해온 데이터를 분석한 뒤 공연을 기획한다. 전체 이용자의 99%가 해외에 거주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공연 플랫폼이다.

마이뮤직테이스트는 공연 수요를 분석하는 것뿐 아니라 아티스트의 스케줄 조율부터 공연장 섭외, 행사 연출까지 돕는다. IT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 기반 회사이자 오프라인 공연을 직접 만든다는 점에서 O2O 업체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엑소, 방탄소년단, 빅뱅, 인피니트 등의 K-팝 뿐만 아니라 안드라 데이, 드림시어터, 더 엑스엑스, 머신 건 켈리 등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도 성사시켰다.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고 있는 한류의 첨병이라 할 수 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5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문화교류공헌부문 대통령 표창 대상을 받기도 했다.

회사의 가치와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투자자들로부터 지금까지 약 248억원을 투자유치했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상반기 예비 유니콘기업에 선정됐다.

팬들이 가수를 부르는 '역발상 콘서트' 

전 세계 팬은 마이뮤직테이스트에서 원하는 아티스트의 콘서트를 요청한다. 이 수요를 바탕으로 가수 기획사와 공연 기획자는 콘서트를 기획한다.

팬들은 '마이뮤직테 역발이스트(MyMusicTaste)' 웹사이트 또는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로그인한 후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선택하면 해당 지역에서 준비 중인 공연에 대한 정보가 뜬다. 사는 지역을 지정해두면 인근에서 공연이 기획될 때 관련 정보와 소개 영상이 스마트폰으로 전달된다.

마이뮤직테이스트 이용방법(자료=회사 홈페이지)

사용자는 공연을 관람할 의사가 있는지, 티켓 가격으로 얼마까지 지급할 의사가 있는지 입력하면 된다. 마이뮤직테이스트는 집계된 정보로 공연 수익성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연의 성사 여부가 결정된다.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미리 수요를 예측해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유명한 아티스트라 하더라도 공연의 흥행은 예측할 수 없는 데다 공연 기획 특성 상 미리 공연 환경을 파악하고 예약해야할 부분들이 많아 비용과 시간 부분에서 소모가 컸다. 예상과 달리 티켓이 팔리지 않으면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대형 공연기획사가 예기치 못하게 부도를 맞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마이뮤직테이스트 창업자인 이재석 대표는 이 점에 착안했다. 가수가 콘서트를 열면 팬이 모이는 게 아니라 팬이 모이면 가수가 와서 공연하는 ‘역발상 콘서트'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마이뮤직테이스트는 공연 기획사 뿐아니라 팬들에게서도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공연을 요청한 팬들의 수요에 따라 성사된 공연은 분위기부터가 다르다”며 “아티스트까지 에너지를 받아 결과적으로 공연의 퀄리티까지 좌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좋아하는 일이 결국 창업 밑천"

과학고외 카이스트를 졸업한 이재석 대표는 개발자 출신이다. 2006년부터 3년간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미국ㆍ유럽 서비스 업무를 맡았다. 당시 메이플스토리 개발팀이 넥슨에 인수되면서 회사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 창업에 대한 꿈을 키웠다.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 팬이었던 이 대표는 내한공연을 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 마이뮤직테이스트라는 서비스를 고안해냈다. 

마이뮤직테이스트 이재석 대표(자료=마이뮤직테이스트)

집에서 디제잉을 즐길 정도로 음악 마니아인 그는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를 열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2011년 말 음악공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미로니'를 출시하며 창업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에서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재생기록을 분석, 비슷한 음악을 듣는 사람끼리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누가 어떤 노래를 몇 번 들었는지, 노래를 들은 사람은 몇 명인지 알 수 있게 했다. 이 대표는 '미로니'를 운영하면서 음악을 듣고 공유하는 사람들의 데이터를 쌓았다. 모든 게 마이뮤직테이스트를 염두해 둔 작업이었다.

"무엇보다 마켓을 새롭게 발굴하고 열어간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아티스트들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마켓까지 진입했다는 점에서 크게 만족합니다.  앞으로도 이곳의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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