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유니콘 기업은 어디?]⑰ 모바일로 채용시장 뒤흔든 '원티드랩'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2.25 10:31 | 최종 수정 2020.03.21 17:14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올해 우리 정부가 유니콘(Unicorn) 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유니콘이 될 만한 예비 기업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올해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K-유니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200개를 선정해 발표하는 것이 골자다.

이르면 다음달 구체적인 안이 발표된다. 지난해까지 11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한국은 오는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20개를 만든다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 목표다. 정부안에서 더 나아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니콘 30개 육성 계획까지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머니는 정부의 유니콘 집중 육성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올해에 12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할 예비 유니콘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번에는 열일곱번째 순서로  '원티드랩'에 대해 알아본다[편집자 주]

지난 2014년 11월 설립된 원티드랩은 지인추천 기반의 채용서비스 플랫폼 '원티드'를 선보인 스타트업이다. 원티드는 누구나 인재를 추천할 수 있는 온라인 헤드헌팅 공간으로, 기존 오프라인에서 알음알음 이뤄졌던 인재 추천 및 헤드헌팅 사업 모델을 온라인으로 구현한 서비스다.

원티드의 독특한 점은 추천 보상금 제도다. 미국 서부극의 현상금 포스터에 적힌 '원티드(Wanted)'에서 이름을 따왔다. 기업 채용 공고를 보고 이직을 원하는 지원자가 직접 이력서를 올려놓을 수도 있지만, 회원이 공고에 적합한 인재를 추천할 수도 있다.

 

정식으로 이력서를 쓰지 않아도 된다. 피추천인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계정 프로필이 이력서 역할을 했다. 회원이 지인의 추천서를 써줄 수 있다. 이직이 성사되면 기업은 합격자 연봉의 7%를 수수료로 낸다. 보통 헤드헌터 수수료는 이직자 연봉의 15~20% 정도다. 수수료가 싸다 보니, 헤드헌터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회원 기업은 채용을 확정하기 전엔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는다. 구직 회원이 자신의 지인에게 추천 받고서 합격하면 50만원의 합격 보상금을 받는다. 이때 추천자도 똑같이 50만원을 받는다.

원티드랩은 구직 회원 수 약 100만 명, 기업 회원 수 약 6000곳이다. 양쪽 회원 수 모두 월 평균 10% 이상 성장 중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네이버, 카카오 계열사,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등이 회원사다.

지난해 12월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하반기 예비 유니콘 기업에 선정됐다.

두번 쓰러지고 세번째 일어섰다

원티드랩 창업자인 이복기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에서 '잘나가는' 컨설턴트였다. 30대 초반 이미 부장이 돼 1억원 넘는 연봉을 받았다. 2013년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창업에 나섰다.

이복기 원티드랩 대표(자료=원티드랩)

첫 번째 아이템은 '집단소송'이었다. 개인 정보 유출 등 피해자가 많은 사건이 났을 때 원고를 모아 소송을 대행하는 스타트업을 세웠다. 실패했다. 두 번째는 여행 사업이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여행 체험 프로그램을 중개하는 사업이었다. 또 실패로 끝났다. 그는 "법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였고,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여행을 골랐지만 망했다"고 했다.

두 번 실패 뒤 창업 아이템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부터 모았다. 주변에서 알음알음 추천을 받아 개발자·디자이너 등 4명이 모였다. MS소프트 출신 황리건 CSO(최고보안담당책임자), 변호사이자 다음카카오 개발자였던 허재창 CTO(최고기술경영자), 비슬로우 창립멤버 김세훈 CMO(최고마케팅책임자)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을 쌓은 인재들이 합류했다. 

두 달간 난상토론을 했다. 결론은 "우리 네 명도 주변 추천으로 모이지 않았나, 이 방식을 채용 시장에 적용해보자"였다. 그래서 탄생한 게 '지인 추천 기반 채용' 서비스 원티드였다. 벤처와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인재를 뽑을 때 학교나 직장 선후배로부터 추천받는다는 점에서 착안했다.

서비스 출시 4개월 만인 2015년 9월 KTB네트워크·미래에셋벤처투자·스톤브릿지캐피탈로부터 17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글로벌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스파크랩 5기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채용 분야의 유의미한 혁신을 주도할 것이란 평가를 받으며 국내외 기관에서 100억 원의 규모의 투자 유치도 성공했다.

일본 시장에서 이미 성과 입증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인적자원관리(HRM) 관련 시장은 2016년 126억달러(약 14조9370억원)에서 2025년 300억달러(약 35조5650억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원티드랩이 해외로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 배경이다. 원티드랩은 국내 시장에서 안착하기도 전인 2016년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를 필두로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에도 연이어 지사를 세웠다. 

이 대표는 일본인의 이직 문화를 분석해 현지 사정에 맞도록 전략을 바꿨다. 지인 '추천' 대신 '응원' 개념을 도입했다. 일본 사람들은 추천한 사람이 떨어지면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해 '추천'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추천인이 받는 보상금 비율도 낮췄다. 지원자가 떨어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붙었을 때도 상을 받으면 부담스러워하는 분석 결과 때문이었다. 지금은 소프트뱅크·라쿠텐·닛산자동차 등이 원티드랩으로 경력자를 뽑고 있다.

현재 이용자는 국내가 80%, 해외가 20%다. 이 대표는 해외 이용자 비율을 더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는 "젊은 직장인이 이직에 주저하는 한국과 달리 홍콩·싱가포르는 이직이 활발해 성장세가 크다"며 "올해부터는 직장인을 멘토와 연결해주는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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