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째 유니콘 기업은 어디?] ⑱ 세계로 가는 e-커머스 '피피비스튜디오스 '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2.26 14:00 | 최종 수정 2020.03.21 06:24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올해 우리 정부가 유니콘(Unicorn) 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기로 하면서 유니콘이 될 만한 예비 기업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올해 유니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K-유니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유니콘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 200개를 선정해 발표하는 것이 골자다.

이르면 다음달 구체적인 안이 발표된다. 지난해까지 11개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한국은 오는 2022년까지 유니콘 기업 20개를 만든다는 것이 중소벤처기업부 목표다. 정부안에서 더 나아가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니콘 30개 육성 계획까지 총선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머니는 정부의 유니콘 집중 육성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올해에 12번째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할 예비 유니콘 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번에는 열여덟번째 순서로 글로벌 패션 이커머스 스타트업  '피피비스튜디오스'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피피비스튜디오스는 의류, 장신구 등 패션 아이템을 온라인 상에서 판매하는 이커머스업체다. 10대부터 20대까지 각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여성의류 브랜드 '아이스크림12'와 '츄(Chuu), '모스빈(Mossbean)'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몰 방문자 약 400만명 중 국외 접속자 비율 72%, 국외 배송량 56%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피피비스튜디오스는 각 국가별로 특화된 의류 편집샵 운영을 시작으로 브랜드를 가진 패션 이커머스 기업으로 진화했다.. 2011년 설립된 제이비케이글로벌이 전신이다. 당초 제이비케이글로벌의 사업모델은 각 국가별로 특화된 패션 편집샵 운영이었다.

해외 편집샵 사업을 진행하면서 오히려 국내 의류 브랜드 및 쇼핑몰의 성장 잠재력을 봤다. 합종연횡을 한다면 해외 소비자들을 상대로 충분히 B2C 사업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피피비스튜디오스가 구상한 패션 이커머스 진출 전략은 외형 성장으로 이어졌다. 2016년 46억원대였던 매출액은 지난해 450억원대를 웃돌았다. 본격적으로 패션 이커머스에 진출한 지 3년 여만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월간 이용자수(MAU)는 400만명을 돌파했다.

피피비스튜디오스는 설립 후 많은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해왔다. 한국투자파트너스, DSC인베스트먼트, SL인베스트먼트 등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약 160억원에 달한다.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와 경영진의 사업적 능력에 후한 점수를 준 결과로 보인다.

지난 7월에는중소벤처기업부과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예비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됐다.

 B2C로 글로벌 시장 공략

피피비스튜디오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여성 의류, 여성 화장품 등 주로 여성향 패션 아이템 제작·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향후 다양한 여성향 제품군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자체 정보통신(IT) 전문 인력과 정교한 온라인 판매 인프라가 경쟁사들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중국을 제외한 일본, 대만 등 해외 국가에서는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온라인 구매, 결제, 배송 등 현지 사용자들이 편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IT 인프라를 구축했다.

피피비스튜디오스는 국내에서 보기 드물게 B2C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패션 이커머스 업체다. 편집샵으로 시작했지만 적극적인 M&A 전략으로 자체 브랜드를 갖추면서 패션 이커머스 기업으로 진화했다. 홍콩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권역에서 시장 지위를 공고히 다져가고 있다.

(자료=의류 쇼핑몰 츄(Chuu) 홈페이지)

제이비케이글로벌은 국내 중소 의류 쇼핑몰과 브랜드 확보에 나섰다. 모스빈(Mossbean)을 시작으로 아이스크림12 등 국내 중소 쇼핑몰을 M&A 했다. 2015년에는 의류 쇼핑몰 츄(Chuu)와 전략적으로 합병을 단행했다. 당시 츄는 연간 15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릴 정도로 인지도가 탄탄했던 브랜드였다.

다수 브랜드를 확보한 제이비케이글로벌은 2016년 피피비글로벌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듬해 100% 자회사였던 피피비스튜디오스(쇼핑몰 운영법인)를 흡수합병하고 간판도 바꿔 달았다. 한국법인인 피피비스튜디오스와 해외 지주회사격인 피피비홍콩으로 지배구조가 단출해졌다.

피피비스튜디오스는 글로벌 진출 방식으로 B2C를 택했다. 현지 오픈마켓을 통하면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반대로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수익성 측면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앞서 편집샵을 운영하면서 쌓은 해외 네트워크와 노하우가 있어 시장 공략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해외 고객들을 끌어올 수 있도록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정보제공 시스템을 구축에 집중했다.

 "우리는 패션업계의 엔터社"

"싸이나 유재석이 아무리 잘나가도 소속사가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패션 브랜드도 온라인 쇼핑몰이라는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그런 뜻에서 우리 회사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비슷합니다."

피피비스튜디오스를 창업한 홍재범 대표가 생각하는 회사의 정체성이다. 그는 2011년 무작정 온라인 쇼핑몰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국 제품을 해외에 팔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늘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때마침 해외에서 한국 패션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

홍재범 피피비스튜디오스 대표(자료=피피비스튜디오스)

홍 대표는 "자산운용사에 다니다 게임회사로 이직한 것도 해외에 게임을 팔아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다"며 "의류에 대한 지식은 없었지만 해외에 수요가 충분한데도 공급이 없다고 판단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첫 시장은 대만이었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던 브랜드 두세 개를 가져다 팔았다. 홍 대표는 "6개월을 고생하니 본격적으로 제품이 팔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영문 쇼핑몰을 만들고 홍콩, 싱가포르, 미국 등으로 지역을 넓혔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 덕분에 2013년 영문몰과 중문몰, 일문몰을 쉽게 열었다. 당시에는 이름도 생소했던 역직구몰이 된 것이다. 온라인에 광고만 했을 뿐인데도 장사가 잘됐다.

그런 가운데 히트 상품도 나왔다. '마이너스 5킬로그램(㎏) 진'이란 청바지가 대표적이다. 이 청바지를 입으면 원래 몸무게보다 5㎏ 더 날씬하게 보인다는 뜻이다.

(자료=마이너스 5킬로그램(㎏) 진 로고)

2016년 3월 출시 이후 누적 판매 수량이 100만장을 넘어 '대박' 상품이 됐다.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티몰글로벌(역직구) 패션 부문 1위에 올랐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 2월부터 티몰(중국 내수 전용)에도 입점했다.

20대 여성 고객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온라인 패션 브랜드 '츄(Chuu)'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츄는 해외 시장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츄는 알리바바그룹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티몰(Tmall)'에서 개최한 '2018 티몰 글로벌 파트너스 서밋(TG 1000 tmall global 2018 global partners summit)'에서 '트렌디 브랜드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상은 해당 플랫폼에서 매출액 기준 상위에 올라있는 브랜드들에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몰 입점 약 1년 반 만에 이뤄낸 성과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아모레퍼시픽에 이어 유일한 수상사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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