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가상자산의 세계] ③ '불안정한 金' 지위 오른 비트코인, 맹신 말아야

이기철 기자 승인 2021.01.28 00:33 | 최종 수정 2021.01.28 16:40 의견 0
비트코인은 구조상 연산파워 50% 이상을 차지하는 쪽이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갖게 되며, 데이터를 위변조할 수 있게 된다. [자료=픽사베이]

[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앞서 '비트코인&가상자산의 세계' 1, 2회에 걸쳐 가상자산 업계의 부조리한 부분을 설명했다. 하지만 가상자산을 대표하는 비트코인만큼은 운영 주체가 없어 좀 더 탈중앙화된 모습을 보인다. 그렇기에 최근 금을 대체하는 '디지털 안전자산'이라는 칭호를 얻으며 매수 세력이 늘고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전하고 무조건 오른다는 맹신은 버려야 한다.

■ 중국 기업, 수천~수만대 컴퓨터 이용 비트코인 채굴 독점

다행히 비트코인은 다른 가상자산들처럼 뭔가를 하겠다는 것이 없다. 그냥 거래 내역이 수많은 컴퓨터에 분산돼 저장되고 여기에 참여한 사람에게 보상으로 비트코인을 주는 것이 전부다.

이것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이상적으로 잘 작동했다. 작지만 분산과 탈중앙화의 가치를 믿는 개개인이 여기에 참여했다. 기꺼이 자기 컴퓨터를 이 시스템에 기여하는데 제공했고 이러한 채굴행위를 통해 비트코인을 보상받았다. 하지만 여기에 급격한 투기현상이 발생하면서 이것만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등장했다. 중국의 채굴 기업(Mining Pool)이 그것이. 수천~수만 대의 컴퓨터(정확히는 연산용 기계)를 이용해 비트코인의 채굴을 독점하기 시작했다. 이들로 인해 분산의 핵심 가치가 훼손됐다.

이는 단순히 훼손을 넘어서 비트코인을 지탱하는 연산파워를 특정 업체들이 50% 이상 차지하게 되는 현상도 일으켰다. 비트코인은 구조상 연산파워를 50% 이상 보유하게 되면 장부 조작도 가능해진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데이터의 위변조를 막을 때는 다른 컴퓨터들에 분산된 기록과 대조를 하는데 변조된 데이터들이 더 많으면(50%를 넘어가면) 그것을 맞는 기록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조작은 비트코인 신뢰도를 급격하게 떨어트리기에 비트코인의 가치가 유지돼야 하는 채굴 기업들 입장에서는 할 수 있어도 하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분산의 가치가 훼손된 것은 명확하며 조작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도 거짓임은 알아야 한다.

이러한 구조를 바탕으로 금과 비트코인을 비교해보자.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기업이 아니라 국가기관들이다. 미국과 독일, IMF 순으로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들은 금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에 금이 오랫동안 높은 신뢰를 받아왔던 것이다. 전세계 중앙은행들보다 중국의 채굴 기업들이 더 신뢰도가 높다고 주장하는 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 처벌 대상 찾기도 어렵고, 경제적 손해 평가도 어려워

또한 비트코인은 지속적으로 기술적, 제도적 리스크를 가질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은 이를 작동시키는 컴퓨터의 50% 이상 연산 능력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신뢰의 핵심이다. 지금은 중국 채굴 기업들이 이 패권을 가지고 있지만 기술의 발전을 통해서 갑작스러운 전한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의 위협이라고 얘기되는 것이 이런 흐름에서 나온 것이다. 양자컴퓨터의 연산능력은 이론상으로는 기존의 컴퓨터들의 연산 능력을 압도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비트코인 옹호자들은 양자컴퓨터가 등장하기까지는 아직 멀었고 그것이 나온다면 기존의 모든 금융시스템의 보안도 뚤릴 것이라고 얘기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금융시스템을 양자컴퓨터로 교란시키면 그것은 범죄다.

가령 구글에서 자신들이 개발 중인 앙자컴퓨터 프로세서 '시카모어(Sycamore)'를 통해 미국 씨티은행의 장부를 조작했다고 가정해 보면 이는 당연히 씨티은행의 주가 하락을 가져오고 특정 법인이 다른 법인에게 피해를 입힌 것이기에 당연히 법적인 처벌을 받게 된다다. 국가 금융서비스라면 말 할 것도 없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주체가 없다. 처벌 대상을 찾기도 어렵고 그것이 얼마나 큰 경제적인 손해를 끼쳤는지 평가하기도 어렵다. 애초에 비트코인의 내재가치는 없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이 교란돼 가격이 10원까지 떨어져도 그것이 명확한 피해를 입힌 것은 아니다. 그냥 그 가치가 사회적으로 10원짜리로 변경된 것이다.

※ 위 기사는 관련 내용을 전달한 글쓴이와 협의를 통해 익명으로 전해드립니다. 가상자산의 긍정적인 면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쓴이는 가상자산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디지털머니에 기고했습니다. '업계 관계자'의 가상자산 기초강좌에 해당합니다. 일부 내용은 기사 형식에 맞게 편집이 됐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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