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가상자산의 세계] ① 투자 전 충분한 사전조사 없으면 큰 손실

이기철 기자 승인 2021.01.22 15:38 | 최종 수정 2021.01.28 16:28 의견 0
급격히 상승해 4000만원대를 지지하던 비트코인이 22일 삽시간에 3000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자료=업비트]

[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올 초 4800만원까지 급등하고 이더리움이 150만원대까지 올랐다가 다시 급락하고 있다.

22일 오전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3200만원이 무너졌다. 가격 하락에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지낸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 지명자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규제 가능성을 시사하자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상자산은 주식과 달리 대부분 기업 실적과 재무재표 없이 미래 가능성으로만 거래하는 만큼 소문에도 엄청난 변동성을 보인다. 따라서 큰 폭으로 오르는 가상자산 시장은 큰 손실을 내기도 쉬워 투자 전 충분한 사전조사와 지식이 필요하다.

최근 만난 가상자산 업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취재원이 새롭게 코인판에 뛰어드는 '코린이'를 위해 진심어린 장문의 조언을 전했다.

진정성이 담긴 조언에서 그는 "친구에게 급하게 연락 와서 만나 보니 결혼자금을 이상한 코인에 넣어서 다 날리고 결국 파혼 당했다는 그때가. 회사를 청소해 주시던 아주머니가 꼬깃하게 접힌 종이에 이런 코인을 누가 사라고 해서 샀는데 괜찮냐고 물어보던 그때가 떠올랐다"며 "누군가 특히 연약한 누군가가 또 희생될 수 있다는 생각과 침묵했던 스스로의 죄책감이 들었다"고 글을 시작했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 세계에서 확인한 문제점과 투자자들이 꼭 알아야할 가상자산의 본질에 대해 디지털머니가 3회에 걸쳐 연재한다.

■ 가상자산은 비트코인과 그외로 나눠 생각해야

코인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주체가 있는 코인'과 '주체가 없는 코인'으로. 비트코인은 주체가 없다. 다시 말해서 어떤 회사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비트코인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코인은 주체가 있다. 그 코인을 발행한 회사가 있고 팀이 있고 무언가를 하겠다는 프로젝트가 있다. 이것을 먼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서 주의할 것이 있다. 주체가 있는 코인을 사는 것은 그 회사의 주식을 사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 많은 이들이 잘 모르는 부분인데 코인은 법적으로 투자가 아니라 기부에 가깝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특정 코인을 샀어도 그 코인을 발행한 회사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법적으로 요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싸이월드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도토리(싸이월드 내 각종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일종의 사이버 머니)'를 산다고 해서 싸이월드의 주주가 되는 것이 아니다.

도토리는 싸이월드에서 이용되는 디지털 화폐일 뿐이다. 따라서 도토리 소유자는 싸이월드 회사 내부의 정보를 요구할 수 없다. 싸이월드의 주주 구성이 어떤지, 대주주들이 급여를 얼마나 받는지, 횡령은 없는지, 그 어떠한 기업 정보와 재무정보 등을 제공받을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

■ '탈중앙화'라는 철학에 숨겨진 불투명성

수많은 가상자산들이 탈중앙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과거 불투명했던 금융서비스의 모델을 따르고 있다. [자료=픽사베이]

여기서 바로 탈중앙화(Decentralization)라는 철학에 숨겨진 불투명성이 나타난다. 재밌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야말로 탈중앙화된 사회다. 입법, 사법, 행정으로 나뉘어진 삼권분립과 기업과 회계법인을 분리시켜 공시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 그 예다. 독재 국가가 아닌 이상 행정부(정부)가 입법부(국회)와 사법부(법원)를 무시하고 화폐를 찍어내거나 권한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회계적으로 속이는 것은 없는지,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없는지 반드시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주주 구성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대주주가 증권 시장에서 자기 주식을 매도하면 이 역시 반드시 공개하게 돼 있다. 이러한 금융의 투명성은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을 수밖에 없는 소액 주주들과 개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고 이러한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 역사적으로 수많은 논의와 협력이 있었다.

그러나 코인은 바로 이러한 가치들이 사라진, 과거의 불투명한 금융서비스의 모델을 따른다. 코인 회사는 자신들이 발행한 코인을 누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투명하게 보여주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그들이 얼마의 가치를 지불하고 그 코인을 소유했는지도 공개하지 않다.

주식은 자본금을 얼마나 넣었는지, 그에 따라 얼마의 지분을 가져갔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외부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얼마의 기업가치에 따라 얼마의 주식을 새로 발행했는지도 공개한다.

코인은 그런 공개 의무가 없다. 코인을 만든 회사의 대표와 구성원들이 각자 얼마의 코인을 가지고 있는지, 그걸 얼마를 주고 샀는지(보통은 공짜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공개 의무가 없다. 코인을 투자하는 펀드도 비슷하다. 그들이 얼마의 금액으로 얼마만큼의 코인을 샀는지(보통 펀드들은 할인 된 금액과 보너스 물량 등으로 코인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매수한다) 공개 의무가 없다.

펀드뿐만 아니라 어드바이저도 마찬가지다. 많은 코인 회사들은 보통 자사 코인 신뢰성과 원활한 유통과 가격 형성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어드바이저들에게 코인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그런데 어드바이저 개개인에게 얼만큼 무상으로 제공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이렇게 불투명하게 분배된 코인들은 거래소에 상장되면 손바뀜이 일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왜 내가 산 코인 가격이 상장된 가격보다 한없이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부분 물량 상당수가 매우 저렴하게 혹은 공짜로 누군가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짜로 받은 누군가는 손절가격이 없다. 공짜로 받은 것이기에 얼마에 판매하든 이득이다. 물론 최대한 높은 가격에서 팔고 싶기에 매도 타이밍을 보며 판매한다.

※ 위 기사는 관련 내용을 전달한 글쓴이와 협의를 통해 익명으로 전해드립니다. 가상자산의 긍정적인 면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쓴이는 가상자산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디지털머니에 기고했습니다. '업계 관계자'의 가상자산 기초강좌에 해당합니다. 일부 내용은 기사 형식에 맞게 편집이 됐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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