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지난 '비트코인&가상자산의 세계' 1회에서는 가상자산이 '투자'가 아니라 '기부'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상자산은 탈중앙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발행한 코인을 누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이런 코인 업계의 이면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얻어야 손실을 덜 입는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
■ 코인 회사의 딜레마
실체가 없거나 서비스 초기 단계인 가상자산 관련 업체들은 코인 가치를 높이기 위해 프로젝트의 결실을 맺기 위한 노력 대신 MOU를 체결하고 거래소에 상장시키는 등 프로젝트 외적인 부분에 크게 신경 쓴다. [자료=픽사베이]
가상자산 업계의 구조를 이해하고 코인을 발행한 회사를 보면 그들이 엄청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회에서 언급한 싸이월드는 그래도 실체가 있었다. 만들어진 서비스가 있고 실제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인기를 얻었기에 도토리가 팔린 것이다.
문제는 대부분 코인 회사는 먼저 싸이월드 서비스 없이 도토리를 선판매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판매된다. 판매된 도토리의 가격은 오로지 기대감에 따라 가격이 변동될 수밖에 없다. 기대가 높을 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그렇기에 코인을 발행한 회사 입장에서는 백서에서 얘기했던 서비스를 출시하는 게 역설적으로 리스크로 발생한다. 서비스가 출시되었는데 반응이 미지근하면 판매된 코인 가격이 폭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코인 회사들은 구조적으로 서비스 출시보다는 기대감을 쉽게 높일 수 있는 쪽으로 회사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 신뢰할 만한 기업들과 MOU를 맺거나 인기 많은 거래소에 상장시키는 것이 그 예다. 실제 싸이월드는 자체 가상자산인 클링을 판매하며 제2의 도약을 꿈 꿨지만 이마저도 잘 되지 않아 싸이월드 코인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겼다.
하지만 그렇게 발생시킨 기대감이 영원할 수는 없다. 상장할 수 있는 거래소도 한계가 있고 MOU도 한계가 있다. 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코인 구매자들은 회사에 대해 분노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고육지책으로 선택하는 게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 시세 조종)이다. 다른 말로 유동성 공급이라고도 한다.
코인가격이 하락하거나 사람들로부터 인기가 줄어들면 코인 거래량이 떨어지는데 그렇게 되면 가격하락이 발생한다. 따라서 외부의 누군가가 (혹은 코인 기업 자체가) 의도적으로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고 파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것이 유동성 공급이다. 이러한 마켓 메이킹은 가격을 상승시키는 행위를 촉발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을 의도적으로 하면 시세 조작이 된다. 어감이 강하기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얘기하기도 한다.
상장된 코인 가격이 하락하면 코인 회사는 비난을 받게 되고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서비스는 언제 출시될지, 출시돼도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서 단기적인 처방으로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된다. 거래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올라가는 모습을 통해 기대감을 일시적으로 올릴 수 있지만 이는 끊임없는 악순환을 가져오게 된다.
■ 블록체인(Blockchain)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블록체인은 여러 데이터(장부)를 한 군데 보관하지 않고 동일한 장부를 무수히 많은 컴퓨터에 분산 저장하는 방식으로 탈중앙화를 구현한다. [자료=픽사베이]
블록체인은 복잡해 보이지만 단순화해서 생각하면 저장방식의 새로운 모델이다. 일반적으로 데이터들은 그 데이터가 발생한 회사의 서버에 저장된다. 네이버에서 쇼핑을 하거나 검색을 하면 그 기록이 네이버 서버에 저장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블록체인은 그 개별 회사들의 서버는 위변조가 가능하기에 그들을 신뢰하는 것 보다는 개개인이 데이터를 똑같이 복사하고 분산해서 저장하자는 것이다. 복사, 분산되기에 한 명이 데이터를 바꿔도 나머지 사람들의 데이터와 비교해 보면 쉽게 위변조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을 개개인이 공짜로 해 줄 이유가 없기에 여기에 참여하면 보상으로 코인을 주게 된다. 이걸 '채굴(Mining)'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똑같은 데이터를 복사하고 분산 저장하고 누가 변조하지 않았는지 맞춰보는 과정을 거치기에 구조적으로 속도가 느려지고 비용이 증가하며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
물론 서로가 신뢰를 못하는 사회라면 이는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지금 사회가 코인을 사야 할 만큼 불신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지 질문해 볼 수 있다.
네이버와 쿠팡에서 쇼핑을 하면 개개인의 거래 데이터와 결제하기 위해 충전해 놓은 돈은 모두 네이버와 쿠팡 서버에 저장된다. 제품을 구입하면 발생하는 적립금도 마찬가지다. 과연 네이버와 쿠팡이 나의 거래 데이터와 충전해 놓은 돈과 적립금을 조작할까봐 걱정하며 밤잠을 설칠까?
다른 예를 들어보자. 카카오나 토스, 기타 은행 앱을 통해서 돈을 송금해 본 적 있다면 어떻게 그들을 믿고 거래하는가. 내가 송금한 금액을 조작할 거라 걱정되지는 않나. 물론 걱정되는 이도 있겠지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언급한 회사들은 앞서 말했던 입법·사법·행정의 삼권분립 사회제도 하에서 행정적·법률적 책임과 규제 하에서 사업을 하기 때문이다.
사회는 그들이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처벌 시스템을 만들어놓았다. 분식회계를 하거나 데이터를 조작하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또한 항상 외부 기관들로부터 재무적 회계적 감사를 받게 돼 있다. 앞서 얘기한 유동성 공급에 따른 시세 조작도 완벽한 불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런 식으로 주가를 조작하면 바로 징역을 살게 된다.
대다수의 코인 프로젝트들은 이러한 시스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네이버와 쿠팡을 믿을 수 없고, 카카오와 토스, 은행,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강조하는 것이 바로 '데이터 주권(Data sovereignty)'이라는 개념이다. 블록체인 기업들은 개개인이 발생시킨 데이터를 기업들이 이용해서 돈을 벌기에 이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은 사람들로 하여금 데이터 주권이라는 새로운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들어주기에 매우 좋은 발상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과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을 공짜로 보고 쓸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들은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개개인의 데이터를 통해 광고 상품을 개발해 그 서비스의 운영비용을 감당한다. 이것을 성공시키면 큰 이익을 창출하게 되지만 실패하면 기업은 적자가 쌓여서 도산되게 된다. 다행인 것은 이 과정에서 개개인이 받는 경제적 피해는 없다는 것입니다. 싸이월드가 망해도 이용자들이 금전적으로 심각한 손해를 보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코인 프로젝트는 구조적으로 데이터 주권을 얘기하지만 동시에 개개인에게 경제적 피해를 입힐 수도 있는 코인을 먼저 판매하고 있다. 만약 데이터 주권에 대한 가치를 깊게 믿는다면 그냥 회사를 만들어서 서비스를 기획·개발해서 출시하고 성공해서 영업이익이 많이 생긴다면 그 돈을 분산해서 서비스를 이용한 개인들에게 "당신의 데이터에 따른 보상입니다"하고 나눠주면 된다.
※ 위 기사는 관련 내용을 전달한 글쓴이와 협의를 통해 익명으로 전해드립니다. 가상자산의 긍정적인 면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쓴이는 가상자산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디지털머니에 기고했습니다. '업계 관계자'의 가상자산 기초강좌에 해당합니다. 일부 내용은 기사 형식에 맞게 편집이 됐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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