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가상자산 역사 다시 쓴 비트코인..기관투자자 참여 2만1000달러 돌파

이기철 기자 승인 2020.12.17 10:00 | 최종 수정 2020.12.17 12:34 의견 0
비트코인이 2만1000달러를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자료=픽사베이)

[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가상자산 시총 1위 비트코인(BTC)이 새 역사를 썼다.

비트코인은 2008년 10월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익명의 사용자가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9쪽 분량의 논문을 공개하고 이듬해 2009년 1월3일 비트코인이 처음 발행(제네시스 블록 생성)됐다. 이후 가치가 꾸준히 평가받으며 '미래의 화폐'라는 칭송을 들었다. 비트코인은 2017년 세계적인 투기현상으로 급등하며 세웠던 역대 최고가 1만9686달러를 마침내 돌파하며 당시 비트코인 역사상 최고가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3년여 만인 2020년 12월17일 2만1000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가를 돌파했다. 비트코인은 12월17일 오전 9시30분 코인마켓갭 가격기준 2만1235달러를 찍었다.

피자 두 판에 1만 BTC에서 개당 21000달러로 상승

2010년 1만BTC로 주문한 피자 두 판 (자료=라스즐로 핸예츠)

비트코인은 그동안 전 세계 금융당국의 골칫거리였다. 각 나라마다 법정화폐 외에 다른 화폐를 허락하지 않는 상황에서 범국가적인 디지털 화폐로 성장한 비트코인을 곱게 인정할 수는 없었다.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와 달리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기관의 개입 없이 개인간(P2P)의 빠르고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고 정부가 원하면 더 찍어낼 수 있는 기존 화폐와는 달리 최대 발행량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비트코인 등장 이후 수년간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일부 컴퓨터 괴짜들의 이벤트 정도로만 인식됐다. 비트코인이 처음 사용된 것은 2010년 5월22일이다. 미국 플로리다에 거주하던 라스즐로 핸예츠(Laszlo Hanyecz)라는 프로그래머가 비트코인을 이용해 처음으로 피자 2판을 구매한 것이 세계 최초 비트코인을 이용한 실물거래로 기록됐다.

그는 5월18일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주문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다"며 당시 피자 2판 가격인 40달러에 해당하는 1만 BTC를 지불하겠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렸다. 글을 올린 지 4일째 되는 날인 5월22일 오후 한 네티즌이 1만 BTC를 받고 미국 달러를 이용해 피자를 주문해 핸예츠에게 전달해줬다. 핸예츠는 비트코인으로 주문한 피자를 딸과 함께 맛있게 먹는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다. 17일 오전 8시45분 현재 1BTC가 한화로 약 2336만원이니 1만 BTC를 현재 시세로 계산하면 약 2336억원의 가치다.

국내서는 2017년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투기 붐 일어
국내에서 비트코인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부터다. 일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소수만이 거래하던 비트코인이 2017년 가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며 매일 고점을 갱신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비트코인 현상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고 급기야 2017년 7월31일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암호화폐 거래에 세금을 부과(양도세)하고 거래인가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금융전자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로부터 약 1개월 뒤인 9월1일에는 정부가 처음으로 금융위원회 등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 회의를 개최했다. 화폐로서 제도권에 편입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 때부터 비트코인을 비롯한 기타 다른 가상자산들의 가격 상승과 ICO(가상자산공개)를 통한 자금 모집을 법적으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해 "돌덩어리"라고 표현했다. 가상자산 거래를 도박으로 인식한 결과다. 유시민 전 장관도 한 토론회에 나와 "인류 역사에서 수없이 되풀이됐던 투기 광풍"이라며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용해 누군가가 지금 장난을 쳐서 돈을 뺏어 먹는 과정"이라고 맹 비난을 했다.

결국 정부는 가상자산 관련 투기 과열과 그로 인한 사기, 탈세, 외화 유출 등의 이유로 다양한 규제안을 내놓았고 그로 인해 국내에서는 가상자산이 투기 목적 사기행각이라는 인식이 깊게 박히게 됐다.

막을 수 없는 가상자산 거래

비트코인 가격 추이. 2017년 2만달러에 근접했다가 3000달러대로 폭락했던 비트코인이 3년 만에 2만1000달러를 돌파했다.(자료=코인마켓캡)

비트코인 등 가산 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규제에도 불구하고 가상자산 시장은 꾸준하게 시장을 키워왔다.

여기에 최근 화폐 자산이 풍부해지고 새로운 현실에서도 가상자산을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들이 마련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비트코인 광풍 시기 큰돈을 번 투자자들은 입을 모아 "가상자산 거래는 절대 정부가 막을 수 없다"고 한다. 메모리에 담아 해외로 송금하기도 하는 가상자산은 금괴와는 달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가상자산의 대표인 비트코인은 물리적인 부피가 없고 추적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그동안 자금 추적을 피하려는 블랙마켓에서 많이 쓰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오히려 전 세계가 나서 이를 양성화하고 규제안을 만들어 오히려 비트코인 선진국이 돼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실제 가상자산을 막을 수 없다고 인식한 정부는 올해 3월5일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제를 도입하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 통과시켰다. 이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진입을 알리는 첫 소식으로 의미가 컸다.

그리고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던 비트코인은 마침내 16일 2만 달러를 돌파했다. 연초와 비교하면 비트코인은 180% 상승했다.

자산운용가들도 비트코인에 뛰어들며 가격 상승 이끌어

세계적인 간편결제 기업 페이팔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결제를 받아들인 것이 올해 가상자산 업계에서 발생한 가장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다.(자료=페이팔)

올해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은 2017년 폭등 때와 사뭇 다르다. 가상자산 시장분석가인 찰스 헤이틀러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산 운용가들이 잇따라 비트코인에 뛰어드는 도미노 효과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은 일부 투자자들과 개미들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지만 올해는 기관투자자들이 나서고 있다.

영국 대표 자산운용사 '러퍼 인베스트먼트'가 전체 포트폴리오의 약 2.5%를 비트코인에 배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비트코인 거래소 코인코너(CoinCorner)의 공동 창업자 대니 스콧(Danny Scott)은 트위터를 통해 “그레이스케일이 4분기에만 11만 5236 BTC를 추가 매수했다. 이는 22억달러 상당 규모”라 전했다.

나스닥 상장사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역시 6억5000만달러 규모의 BTC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운용사 피델리티는 디지털 자산서비스를 출시하고, 투자은행 JP모건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에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씨티은행은 기관투자자 대상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강세장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비트코인 가격이 1년 뒤 31만8000달러(약 3억5000만원)을 넘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세계적으로 3억5000만명이 이용한 온라인 결제 기업 페이팔(Paypal)이 비트코인/비트코인캐시/이더리움/라이트코인 결제를 지원하고 모바일 결제 기업 스퀘어(Square) 역시 보유 중인 현금의 1%인 5000만달러를 비트코인에 투자하기로 결정하는 등 비트코인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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