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2 '디지털화폐 전쟁' 임박..中, 2차 공개시험 vs 美, 가상자산 규제

G7, 미국 지지 입장 표명.."달러화 위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김민정 기자 승인 2020.12.10 01:00 | 최종 수정 2020.12.10 03:34 의견 0
시가총액 상위 100개의 가상화폐로 구성된 '가상화폐 100 지수' 추이. (자료=하이투자증권)

[디지털머니=김민정 기자] 중국이 '디지털 위안' 두 번째 대규모 공개 시험에 나서며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 디지털화폐(CBDC)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가상화폐 규제 강화 움직임에 나서며 중국과의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빅2' 국가간에 '디지털 화폐 전쟁'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위안화, 10만명에 33억원 지급..온·오프라인 상거래 이용

10일 중국 3대 경제지인 매일경제신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이 '디지털화폐'의 두 번째 대규모 공개 시험을 시작한다.

수년 전부터 법정 디지털 화폐 준비에 나선 중국은 올해부터 선전, 슝안, 쑤저우, 청두, 동계 올림픽 개최 예정지 등지에서 폐쇄적으로 내부 실험을 진행해 왔다. 지난 10월에는 광둥성 선전시에서 시민 5만명이 참여한 첫 대규모 공개 시험을 했다.

디지털 위안화는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상거래에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이번 2차 공개시험은 1차 시험과 비교해 참가인원과 전체 액수면에서 규모가 배로 커졌다.

인민은행은 이달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시민 10만명에게 200위안씩(약 3만3000원) 총 2000만 위안(약 33억원)어치의 법정 디지털 화폐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주고 2차 대규모 공개 테스트에 나선다.

■ 홍콩도 '디지털 위안' 테스트 준비..국제 결제통화 입지 강화

위안화와 별도의 법정 화폐가 있는 특별행정구 홍콩에서도 앞으로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이 쓰일 전망이다.

홍콩의 실질적 중앙은행인 홍콩금융관리국(HKMA)를 이끄는 위웨이원 총재는 최근 중국 인민은행과 함께 디지털 위안의 역외 지불 사용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위 총재는 "지역 경계를 넘는 지불 업무와 관련해 최근 고무적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며 "인민은행의 디지털화폐연구소와 디지털 위안의 역외 지불 기술 테스트 방안을 논의하면서 관련된 기술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위안화는 이미 홍콩에서 매우 자주 쓰인다"며 "유통 중인 현금 중 일부인 디지털 위안은 두 장소(중국 본토와 홍콩)을 오가는 여행객들에게 더욱 큰 편리함을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 총재는 아직 디지털 위안 도입의 구체적 시간표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디지털 위안이 본격적으로 쓰이게 되면 홍콩과 중국 본토 주민들이 서로 상대 지역에서 소비할 때 지불 방식을 하나 더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시험하고 있는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 즉 국가가 가치를 보장하는 법정 화폐로 비트코인과 같은 일반 가상화폐와 차이가 있다.

중국 정부가 디지털 위안을 중·장기적으로 국제 무역·결제 업무에서 사용하는 등 디지털 위안의 국제 결제 통화 입지를 강화해 미국 달러를 바탕으로 한 국제 경제질서에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디지털 위안이 국제 결제통화로서 사용이 확대될 경우 국제적 달러 결제 비중이 낮아질 수 있고 이는 달러화 위상에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G7 국가와 함께 가상화폐 규제 강화를 시사하며 중국 디지털 위안화의 부상에 경계하고 있다. (자료=픽사베이)

■ G7 국가, 새로운 자산군 등장에 가상화폐 규제 강화 지지

중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가속화 등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가상화폐 움직임에 대해 G7 국가들은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상황이다.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최근 성명을 통해 '디지털 화폐 규제 필요성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밝혔다. G7은 선진 7개국의 회의체로,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이 참여한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G7 지도자 사이에서 디지털 화폐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암호화한 자산과 다른 디지털 자산의 발전에 대한 대응책, 이들 자산이 악의적 목적과 불법적 행위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당국의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디지털 결제가 금융 서비스 접근을 향상하고 비효율과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적절히 감독받고 규제돼야 한다는 지난 10월 성명에 대한 지지도 재차 강조했다.

하이투자증권 박 연구원은 "새로운 자산군으로 주목받으면서 투자 열기가 확산하고 있는 가상화폐 및 일부 기업이 결제 및 국제송금을 위해 추진 중인 새로운 가상화폐 출시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다우존스 내년부터 지수 산출..페이스북·페이팔 사업 추진 가속

미국 정부의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과 함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대한 조심스러운 접근에도 불구하고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다우존스 주가지수를 산출하는 S&P 다우존스 인디시스는 내년부터 가상화폐(암호화폐) 지수 산출을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의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가상화폐 지수 산출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활성화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페이스북 주도로 추진되던 가상화폐 '리브라'는 '디엠'으로 이름을 바꿔 추진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리브라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협회는 가상화폐의 이름을 '디엠'으로 바꾸고 협회 이름도 '리브라 협회'에서 '디엠 협회'로 개명했다. 디엠 측은 스위스 당국에 디엠 발행 허가를 요청한 상태로 내년 1월 목표로 가상화폐 발행을 재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애초 리브라 프로젝트에 100곳 이상의 참여를 기대했지만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등이 중도 하차하면서 현재 협회 참여 회원은 페이스북 등 27곳이다.

리브라는 달러 및 유로 등 복수통화 바스켓에 연동된 가상화폐를 계획했지만 이번 디엠은 달러화에만 고정되는 '스테이블코인' 방식으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페이팔은 지난 10월 자사 플랫폼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비트코인 캐시, 라이트코인 등을 매매할 수 있게 허용했다. 내년 초부터는 가상화폐를 추가 수수료 없이 법정화폐로 환전해 상품을 살 수 있게 할 예정이다.

페이팔의 댄 슐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일 웹서밋 콘퍼런스에서 "현금을 대신한 디지털 화폐 사용이 코로나19으로 더욱 확산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가 디지털 퍼스트 상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이팔의 최대 경쟁자로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알리바바의 핀테크 전문 금융 자회사인 '앤트그룹'을 꼽았다.

박 연구원은 "중국 인민은행 디지털 위안도입 움직임, 디엠 출시 가능성 및 페이팔 등을 중심으로 한 가상화폐 거래허용 확대 등은 가상화폐가 점차 우리의 일상생활 침투, 특히 거래수단으로서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른감은 있지만 가치 저장 수단으로 가상화폐 혹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면 가상화폐 혹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가 새로운 자산군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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