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온라인 투표에 블록체인 도입 확산..정당 대표 선출에 첫 적용 사례 나와

이기철 기자 승인 2020.10.27 16:32 의견 0
블록체인 투표로 당 대표를 선출한 시대전환. (자료=시대전환)

[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공공부문 및 정치권에서 블록체인에 기반을 둔 선거 사무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신생 정당 '시대전환'이 블록체인 투표로 조정훈 대표를 선출해 눈길을 끈다. 시대전환의 투표는 블록체인 투표 시스템을 활용한 첫 정당선거다. 

27일 정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공직선거는 현장투표 방식으로 진행된다. 전당원 투표나 비례대표 경선 투표에서 모바일 혹은 PC 투표 방식이 도입된 사례도 있지만, 해킹이나 원격 투표 시 명의도용 등의 우려가 있다.

반면 시대전환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투표시스템은 위변조가 어렵고 투표 결과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기존 투표 방식에 비해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투표 시스템 적용 논의가 한창이다. 

앞서 정부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실사용 사례를 만들기 위해 온라인 투표, 기부, 사회복지, 신재생에너지, 금융, 부동산 거래, 우정 등 7개 분야에 걸쳐 블록체인 기술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도 일찌감치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시스템에 관심을 보였다. 당초 선관위는 2013년 10월부터 선관위와 KT가 공동으로 온라인 투표 시스템 '케이보팅(K-Voting)을 선보였으며 중복투표와 해킹 등으로부터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2018년부터는 블록체인 기술을 케이보팅에 접목시켰다. 

그 결과 케이보팅은 중복투표가 불가능하며 투표가 종료된 후 정확한 투표 결과 값이 반영됐는지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검증할 수도 있게 됐다. 또한 투표 관련 데이터가 분산 저장돼 위/변조 가능성도 거의 없어졌다. 블록체인 기술이 더해짐으로써 온라인 투표의 부정선거와 조작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게 됐다.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홍보 포스터 (자료=선관위)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가 이처럼 강한 보안과 신뢰성을 지니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을 살펴보면 이해가 간다. 모든 투표 내용은 중앙 서버뿐만 아니라 다수의 노드(Node)에 저장되고, 후보자나 참관인 등 이해관계자에게 노드 및 개표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만약 악의적인 사용자가 하나의 정보를 수정 또는 삭제하려면 그 정보가 저장된 다른 사용자의 승인을 얻어야 하므로 투표 결과의 조작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선관위는 이 블록체인 기반 '케이보트'의 신뢰성이 좀 더 확보되면 온라인 투표를 활용하는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투표는 이미 다양한 국가에서 활용되고 있다. 2014년 창당한 스페인의 정당 ‘포데모스’는 당내 의사결정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당의 집행부 26명이 아고라 보팅(Agora Voting)이라는 블록체인 활용 전자투표 시스템을 통해 선출됐다. 

세계 최초로 전 국민에게 전자 ID 시스템과 전자투표 시스템을 도입한 에스토니아는 국가 차원의 전자정부시스템 구축 후, '키 없는 전자서명 인프라(KSI, Keyless Signature Infrastructure)'를 구축해 공공서비스에 도입했다. 이와함께 X-load(데이터 교환 기반시스템)을 통해 국가의 각 데이터베이스를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이 KSI는 복수의 기관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데이터 조작을 검출하는 시스템이다. 국가가 보유한 데이터베이스의 변경정보를 요약(해시)해 체인으로 연결하는 일종의 블록체인 시스템이다. 

이 밖에 호주, 미국, 덴마크,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이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투표를 실시한 바 있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제16차 4차산업혁명위원회 회의에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다면 초연결·비대면 시대의 기반인 블록체인 선도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블록체인 기술 확산전략을 통해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조만간 블록체인 투표의 효용성이 입증된다면 선거사무에서 활용 사례는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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