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⑦규제 막힌 삼성전자, 결국 해외에서 날개짓

박응식 기자 승인 2020.03.13 16:59 | 최종 수정 2020.03.20 15:00 의견 0
 

[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부가 한시적 원격의료를 시행하면서 이를 계기로 본질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원격의료는 지난 20여년간 찬반여론이 충돌해온 '뜨거운 감자'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지난 2010년 이후 수차례 발의됐지만 매번 상임위 문턱을 넘지못하고 폐기됐다. 

디지털머니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해묵은 논쟁거리로 남아있는 '원격의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편집자 주] 

한국에선 원격의료가 막혀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미국 현지에서 병원들과 제휴를 맺고 원격의료 분야에서 성과를 올리고 있어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미국 내 454개 진료소와 36개 종합병원을 보유한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KP)' 병원과 제휴를 맺고 스마트워치 제품인 '갤럭시워치'를 활용한 헬스케어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환자 개개인의 종합 진단 기록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병원 내 진료실, 방사선과, 실험실, 약국 등 여러 부서가 통합적으로 환자 기록을 관리하는 서비스다.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KP)' 병원(자료=KP 홈페이지)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어S3가 출시된 2017년부터 이 병원과 연계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초기 버전은 심장박동을 체크해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경우 언제 어디서든지 의사와의 이메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또 심장박동 변화에 따라 의료진이 체크리스트를 보내고 운동 처방 등을 내린 후 의료진도 환자에게 보낼 수 있는 원격진료 시스템을 운영했다.

그 결과 로그인하는 회원 수가 급격히 증가했고 의사 처방전부터 콜레스테롤 자가 진단, 만성 질환의 체계적 관리 등으로 많은 환자가 애용하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북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병원은 미국 사회보장사무국과 협력해 사회보장연금 지급 과정을 연구하는 등 미국 병원의 원격의료 시스템을 이끄는 선두 주자로 자리 잡고 있다.

갤럭시노트10과 함께 선보인 갤럭시워치 액티브2에도 넘어짐 감지와 심전도 측정 기능이 탑재됐다. 갤럭시워치 액티브2는 지난해 3월 출시된 갤럭시워치 액티브의 후속작이다. 갤럭시워치 액티브는 이달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인공지능(AI) 빅스비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건강 피트니스 관리 기능 등을 개선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은 갤럭시워치 액티브2의 심전도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갤럭시워치가 애플워치4처럼 '그래프' 형태로 심전도를 표시한다면 의료기기로 분류돼 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아직까지 갤럭시워치와 관련해 의료기기 허가 신청이 접수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전세계인이 이용하는 '삼성헬스', 국내서는 '만보기' 전락 

삼성전자는 2017년 4월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인도 등에서 이미 갤럭시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든 삼성 스마트폰에 탑재된 건강기록 관리 애플리케이션 '삼성 헬스' 앱을 이용하면 의사와 화상으로 면담하고 처방도 받을 수 있다.

다른 병원 엑스레이나 혈액 검사도 스마트폰에 저장했다가 원격의료를 해주는 의사에게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의료인 간의 원격의료를 제외하고는 모두 불법으로 규정한다. 덕분에 '삼성헬스'는 국내에서 '만보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헬스 앱(자료=삼성전자)

‘삼성헬스' 앱’은 2018년에 이미 전세계적으로 다운로드 5억회를 돌파하며 종합건강관리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 앱은 2012년 갤럭시S3와 함께 ‘S헬스’라는 이름으로 출시됐고 2017년 ‘삼성 헬스’로 변경됐다. 세계 약 190개 국가에서 70여개 언어로 서비스된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기본 설치돼 있으며 안드로이드 OS와 iOS를 함께 지원해 구글 플레이 스토어뿐만 아니라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출시 초기 삼성 헬스가 체중, 혈압, 혈당 등 건강정보와 운동량을 기록하는 앱이었다면 현재는 다양한 건강정보를 검색하고 전문가에게 건강 상담까지 받을 수 있는 ‘종합 건강관리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매일 24시간 실시간으로 의사와 동영상 상담을 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다. 최근에는 영국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바빌론과 함께 미국에서 자신의 증상을 확인할 수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채팅 서비스인 ‘증상 확인’ 기능도 추가했다.

하지만 의사와 소비자간 원격의료가 법적으로 막혀있는 국내에서는 걷기 체크 등 사용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이다. 국내에서는 6월부터 삼성화재와 함께 삼성 헬스의 걸음 수를 기반으로 운동 목표를 달성하면 매월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건강증진 서비스 ‘애니핏’(Anyfit)을 제공하고 있다. 

<저작권자> 디지털 세상을 읽는 미디어 ⓒ디지털머니 | 재배포할 때에는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