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부가 한시적 원격의료를 시행하면서 이를 계기로 본질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원격의료는 지난 20여년간 찬반여론이 충돌해온 '뜨거운 감자'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지난 2010년 이후 수차례 발의됐지만 매번 상임위 문턱을 넘지못하고 폐기됐다.
디지털머니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해묵은 논쟁거리로 남아있는 '원격의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기로 한다. [편집자 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의 원격의료 업체인 '텔레닥'은 올해 들어 주가가 27% 뛰었다. 가입자가 3억 명을 넘는 중국의 '핑안굿닥터'도 올해 들어 홍콩 증시에서 주가가 27% 상승했다.
원격의료를 법으로 금지한 한국과 달리 해외 선진국은 대부분 지역별 의료 수준 편차를 해소하고 의료비용을 낮출 목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고 있다.
정보기술(IT) 발달에 따라 전화나 문자 메시지로 의사가 환자를 상담하고 처방전을 발행하는 원격진료뿐만 아니라, 당뇨 등 만성질환자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등 원격의료의 영역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코로나 19' 사태로 이미 원격진료가 시행되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의 사례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 1990년대에 원격의료 시행한 미국
원격의료 분야에서 가장 앞장선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국토가 넓어 시골과 대도시 간의 의료 접근성 차이가 심각하고 의료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0년대부터 원격의료를 적극적으로 육성했다.
1993년 미국원격의료협회(American Telemedicine Association)가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원격진료가 사행됐다. ‘원격의료 동등법’을 통해 원격의료도 대면의료와 같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원격의료 기업이 성장해왔다.
2014년 미국에서는 6건의 진료 중 1건은 이미 원격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보고가 있으며 2020년까지 원격진료 건수는 2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1위 원격의료기업 텔라닥 (자료=텔라닥)
미국 1위 원격의료 기업인 ‘텔라닥(Tela doc)’은 직원에게 의료 복지를 제공하고자 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원격진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회사가 일정한 구독료를 내고 텔라닥에 가입하고, 개별 진료비는 각자 직원이 부담하는 구조다.
텔라닥의 경쟁력은 ‘진료 접근성’이다. 미국에서 대면진료를 받으려면 평균 20일을 기다려야 하는데, 텔라닥을 통하면 24시간 중 언제라도 10분 내에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전 세계 1만2000개 기업을 고객사로 두고, 매년 수백만 건의 원격진료를 중개하고 있다.
텔라닥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5% 성장했다. 시가총액은 시가총액은 지난 2일 기준으로 90억8900만달러(약 10조8377억원)에 달한다
■ 2022년 6조원대 원격의료 시장 바라보는 중국
미국과 마찬가지로 인구 대비 의료진 숫자가 부족하고 지역별 의료 수준 격차가 큰 중국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원격의료를 육성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09년 ‘인터넷 의료 및 보건정보 서비스의 관리방법’ 정책을 발표하면서 원격의료 산업의 토대를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는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에서 처방약 판매도 조건부로 허용했다.
중국의 원격의료 시장은 고령화 추세와 만성질병 환자 증가세에 힘입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다 코로나 19 여파에 성장에 가속도가 붙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조사기관 첸잔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격의료시장은 올해 234억 위안(약 3조 9000억원) 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고, 오는 2022년까지 358억 위안(약 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의 원격의료 산업은 대표적인 IT 기업인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알리바바그룹 산하의 ‘알리헬스(Ali health)’는 원격진료부터 의약품 배송까지 한 번에 가능한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의 원격의료 플랫폼 알리헬스(자료=알리헬스)
알리헬스는 인간 의사에 의한 원격진료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원격진료를 제공해 중국의 의료진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목표다. 이용자 3억 명이 넘는 ‘핑안굿닥터’에서는 매일 65만 건의 의료 상담이 이뤄진다.
신종 코로나의 초기 대처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이지만 추가 확산을 막는데 원격의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도시 폐쇄 결정이 내려진 후베이성 우한에 5세대(5G) 통신 기반의 원격의료를 전면 도입했다. 베이징이나 쓰촨 종합병원과 우한 시내 병원을 연결, 원격 진료를 하고 있다. 늘어 가는 감염자를 담당할 전문 의료인 부족 문제도 원격 진료로 해결한다.
지난 달 1일엔 베이징 의료협회 주도로 ‘신종 코로나 온라인 의사 상담 플랫폼’을 선보였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가 플랫폼 개발과 운영을 맡고 알리헬스·JD헬스·핑안굿닥터 등 11개 기업이 참여했다.
■ 2016년 전면적인 원격의료 시행한 일본
일본은 1997년 12월 원격진료를 처음으로 허용했다. 당시에는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낙도와 산간벽지 주민을 대상으로 한 제한적인 서비스였다. 대면진료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도서벽지 환자 및 재택 당뇨 고혈압 환자 등 9가지 만성질환에 한해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방식이었다.
일본은 이후 3차례 고시를 개정하면서 점차 원격진료 범위를 확대했다. 2003년 3월에는 대면진료를 대체할 정도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우 원격진료를 허용했다. 2016년 8월 고시를 다시 개정해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를 다시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후생노동성 로고(자료=후생노동성)
일본도 신종 코로나 사태를 맞아 원격 의료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신종 코로나로 인해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는 크루즈선 다이아몬드프린세스의 승객 3400여 명에게 스마트폰을 통한 원격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키로 했다.
후생노동성은 소프트뱅크, 라인 등과 협력을 통해 신종 코로나 대응 지원센터 앱을 설치한 애플 아이폰 2000대를 크루즈선 모든 객실에 1대씩 제공했다. 선박에 있는 승객들은 객실 내에 있는 아이폰을 통해 앱에 접속하면 의사, 간호사 등과 상담할 수 있다. 필요한 약물도 요청할 수 있다. 라인의 자회사 라인헬스케어는 지난해 말부터 원격 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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