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이틀새 200조원 증발..일론 머스크·재닛 옐런 발언 '폭락 쌍끌이'

이기철 기자 승인 2021.02.24 16:48 | 최종 수정 2021.02.24 17:04 의견 0

[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22~23일 양일간 가상자산 시장이 폭락하며 순식간에 200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비록 24일 들어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뒤늦게 투자한 이들 중 상당수가 손실을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가상자산 폭락 원인 찾기에 분주하다. 가장 많이 꼽는 가상자산 하락 원인은 역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

■ 일론 머스크와 금 옹호론자와의 트윗이 기폭제

일론 머스크의 트윗.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비싸다고 썼지만 전반적으로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의 가치를 법정화폐보다 높게 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료=일론 머스크 트위터]

일론 머스크는 지난 20일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이 비싸다(That said, BTC & ETH do seem high lol)"는 댓글을 남겼다. 다만 이 같은 발언은 비트코인을 법정화폐와 비교하며 현금보다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이 낫다고 답한 트윗에 대한 댓글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을 언급할 때마다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했던 탓에 투자자들은 이 같은 '가벼운' 댓글에도 가상자산 매도를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트윗은 비트코인 회의론자이자 금(GOLD) 옹호론자인 피터 시프(Peter Schiff) 유로퍼시픽 캐피탈 최고경영자(CEO)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피터 CEO가 먼저 일론 머스크의 과거 발언(비트코인은 터무니없는 허튼 생각에 불과하다)을 인용해 "머스크는 비트코인과 법정화폐 모두 허튼 것으로 본다. 동의한다"면서 "디지털 법정화폐인 비트코인이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종이 화폐보다 더 허튼 것이라고 생각한다. 골드는 허튼 것이 아니다. 골드는 진짜 돈이며 다른 두 가지보다 낫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피터 CEO는 "돈은 데이터가 아니다. 데이터는 돈을 나타낼 수는 있지만 돈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돈은 물물교환의 불편함을 피할 수 있게 해주는 데이터일 뿐"이라며 "이 데이터는 모든 다른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지연과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시스템은 이 둘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제가 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가격이 비싸다"는 글은 해당 트윗 뒤에 붙은 한 문장이었다.

■ 미국 재무장관의 무게 있는 한 마디에 폭락 가속

일론 머스크의 트윗에 이어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매일 급등하는 가상자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옐런 장관은 2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딜북 컨퍼런스'에서 "불법 금융에 종종 사용되는 비트코인이 거래 메커니즘으로 널리 쓰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거래를 수행하기에 극도로 비효율적이며, 거래 과정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의 양은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채굴(Mining)이라 부르는 디지털 연산 과정을 통해 보상으로 받는 비트코인은 엄청난 양의 전력을 소모한다. 옐런 장관은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옐런 장관은 "비트코인은 매우 투기성이 강한 자산이며 극도로 높은 변동성을 지녔다는 점을 사람들이 인식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겪을 수 있는 잠재적 손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의 재무장관이 가상자산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주장에 매도 물량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를 만큼 오른 가상자산의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자 서둘러 수익을 실현하려 한 것이 급락으로 이어지며 패닉셀을 야기한 듯 보인다.

■ 빌게이츠 "머스크 말만 보고 투자하지 말라"

한편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 중 가상자산의 열기에 대해 염려했다. 빌 게이츠는 "개인 투자자들은 머스크보다 돈이 적다면 (비트코인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며 머스크 CEO의 발언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는 엄청난 양의 돈을 가지고 있으며 무척 똑똑하다"며 "그는 보유 중인 BTC가 무작위로 오르거나 내릴까봐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머스크는 시장 붕괴로부터 격리돼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빌 게이츠는 "게이츠 재단은 디지털 화폐와 관련해 많은 일을 하지만 그런 것들은 누가 거래를 하는지 알 수 있는 것들이다. 디지털 화폐는 좋은 것이다. 이는 다른 접근 방식이다"라고 가상자산 전체에 대해서는 긍정의 뜻을 내비쳤다.

■ 더 높은 수익 위해 '영끌'·'빚투'한 이들이 매도

가상자산 폭락에 대한 새로운 의견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위해 빚을 낸 투자자들이 자금상환 압박으로 비트코인을 대량 매도했다고 분석했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전문지 CNBC는 월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 이같이 전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 들어 비트코인의 급격한 상승세가 이어지자 비트코인 선물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막대한 자금을 대출을 통해 마련해 투자했다. 이 때문에 대출금 이자는 연리 144%까지 급등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상황은 정상이 아니라며 대출 금리를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 24일, 가상자산 다시 회복세..비트코인 다시 5만달러 돌파

24일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주요 가상자산들. [자료=코인마켓캡]

다행히 24일 들어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이 꾸준히 상승하며 이틀간의 폭락을 소폭 회복하고 있다. 24일 오후 3시 기준 비트코인은 다시 5만달러를 회복했고 다른 주요 가상자산들도 대부분 이틀간의 하락분을 만회하고 있다.

가상자산의 엄청난 변동성을 맛 본 한 투자자는 "주식시장과 다르게 하루 동안에도 엄청난 하락과 엄청난 상승을 경험했다. 순식간에 엄청나게 손실을 봐 걱정했는데 워낙 상승률이 주식시장보다 높다 보니 섣불리 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디지털 세상을 읽는 미디어 ⓒ디지털머니 | 재배포할 때에는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