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지난 10일 밤 테슬라 차량이 서울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벽면에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차량에 불이 붙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문제는 해당 차량이 급발진일 가능성이 제기됐을 뿐만 아니라, 충돌 후 문이 잠긴 채 열리지 않아 결국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 화재 차량은 테슬라 모델X 롱레인지..사고 후 전원 차단돼

1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10일 오후 9시 43분경 법무법인 변호사의 테슬라 모델X 롱레인지가 한남동 차주의 아파트 단지 보안 게이트를 통과해 지하 주차장 진입로에 진입한 후 속도가 올라갔고 이후 벽과 충돌했다. 테슬라 모델X는 벽면과의 충돌로 인한 충격이 배터리에 가해지자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직후 대리기사는 깨진 운전석 창문 사이로 나왔고, 사고 소리를 들은 아파트 방재실 직원이 달려와 조수석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동승자를 발견해 구조하려 했다. 하지만 조수석 문이 열리지 않아 1차 구조에 실패했다.

신고가 접수된 소방차는 사고 후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 다시 조수석의 문을 열고 2차 구조를 시도했으나 외부에서 문을 여는 손잡이가 없기에 쉽게 문을 열 수 없었다. 테슬라 모델X는 전자식 도어를 사용하는 차량으로 화재로 인해 문에 전원이 공급되지 않자 문이 열리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나 모델X는 아래에서 위쪽으로 날개가 펼치듯이 열리는 걸윙(Gull-wing Doors)도어로 돼 있어 자동으로 열리지 않으면 무거운 도어를 수동으로 열기 어렵다.

결국 소방관들은 문을 못 열고 뒤쪽 트렁크를 통해 탑승자를 구조했으나 이 때는 사고 25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탑승자는 즉시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명을 달리했다. 모델X는 1시간가량 불에 탄 뒤 불이 꺼졌다.

■ 해외서도 사고 후 문 열리지 않은 사례 발생..또 안전 논란

이번 사고는 크게 두 가지 의문을 남겼다. 아파트 단지에 진입해 속도늘 높이며 벽에 부딪힌 것이 운전자 과실인지, 아니면 급발진인지를 밝혀야 한다. 병원에 입원한 대리기사는 당시 차량이 통제가 안 되는 상태였다고 진술했지만 사고 직전 주차장 안 CCTV에는 브레이크 등이 켜지지 않아 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또 지하 주차장에서 벽면 충돌 후 차에서 불이 난 이유와 조수석 문이 잠긴 이유에 대해서도 규명이 필요하다. 만약 같은 사고에서 같은 증상이 반복된다면 운전자나 탑승자가 또 다시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미국 플로리다에서도 테슬라 모델S 차량이 나무를 들이받은 뒤 차량에 불이 나 운전자가 숨진 일이 있었다. 당시에도 출동한 구조대원이 바로 문을 열지 못했다.

테슬라는 미국에서도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테슬라 운전자의 ‘급발진’ 민원은 127건. 충돌 사고가 110건 일어났고, 52명이 다쳤다. 결국 올해 1월 NHTSA가 관련 조사에 나섰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NHTSA는 2015~2017년에 생산된 테슬라 모델S와 2016~2017년에 생산된 모델X의 잠재적인 안전 문제에 대해 예비조사를 착수한다고 밝혔다.

NHTSA는 최근 2년간 34건의 민원이 접수됐고, 최근 3개월 동안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3건의 민원이 접수되는 등 테슬라 관련 민원이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600% 상승했다.

한편 경찰은 "차주의 사망 원인과 자세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조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1억원이 넘는 차량이 사고 후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제 테슬라 차주들은 차량 안에 망치를 비치해야 하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번 사고 차량의 가격은 1억1600만원이다.

디지털머니 이기철 기자 cryptocredit13@gmail.com 이기철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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