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미국 컨슈머리포트 조사에서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가 전체 26개 자동차 브랜드 중 25위로 주저앉았다. (자료=컨슈머리포트)
[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테슬라가 세계 전기차 미래를 이끌며 주가도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는 최하위권을 기록해 테슬라의 자존심을 구겼다.
그것도 테슬라의 본진인 미국에서 최고 소비자 평가 매체로 평가받는 컨슈머리포트 측이 최악의 평가를 내놓으면서 품질 논란에 다시 불을 붙었다.
■ 2015년 신뢰도 1위 테슬라 모델S, 추천대상서 빠져
컨슈머리포트는 19일(현지시간) 2020년 자동차 신뢰성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컨슈머리포트는 미국 소비자연맹에서 발간하는 최대의 전문 월간지다. 동시에 외부 광고를 받지 않고 테스트용 제품을 직접 구입해 조사를 진행한다.
이번에 실시한 설문조사는 총 26개 자동차 브랜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일본 자동차 업체인 마쓰다(MAZDA)가 2019년 설문조사에서 2단계 상승해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1위에 있었던 토요타 자동차는 2위, 렉서스는 3위로 각각 순위가 내려갔다.
4위는 GM 산하 뷰익이, 5위는 혼다가 기록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와 순위 변동없어 6위를 차지했으며 기아자동차는 지난해보다 6단계나 밀려 15위를 기록했다.
전체 26개 브랜드 중 꼴찌를 기록한 브랜드는 포드의 고급차 브랜드인 링컨이었다. 지난해 중위권이었던 링컨은 올해 11계단이나 하락해서 꼴찌가 됐다. 외신은 링컨의 순위 하락 이유로 전통적으로 신뢰감이 높았던 컨티넨탈(Continental)과 MKZ 세단을 단종시키고 SUV 체제로 전환한 것을 꼽았다. 새롭게 출시한 에비에이터(Aviator)와 커세어(Corsair) 같은 SUV 차량이 소비자들에게 큰 만족감을 주지 못한 것도 순위 하락을 부추겼다.
이번 소비자 평가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브랜드는 테슬라다. 전체 26개 브랜드 중 25위를 차지했다. 테슬라 시가총액이 3900억 달러(한화 약 434조7720억원)나 되고 S&P500 지수에 편입될 정도로 주가는 연일 고공행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는 상반되게 품질 문제에서는 늘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테슬라는 2015년에는 모델S가 신뢰도 1위를 차지했지만 올해 신뢰성 설문조사에서는 추천 대상에서 빠졌다.
내부 마감과 외부 도장 등 만듦새 논란이 불거진 테슬라 모델Y. (자료=테슬라)
■ “모델Y 차체 하드웨어·도장 품질 좋지 않다” 혹평
테슬라의 평가를 25위로 하락시킨 주범은 가장 최신 모델인 모델Y다. 테슬라의 보급형 SUV인 모델Y는 롱레인지 AWD 기준 최대 주행거리가 505km에 달하고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5초에 이를 정도로 고성능을 자랑한다. 또 SUV답게 적재공간도 최대 1926리터나 된다. 하지만 모델Y는 출시 직후 내부 마감과 외부 도장 문제로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테슬라 모델Y를 받은 소비자들은 신차인데도 불구하고 미세한 흠집이 다수 있고 심지어는 긁힌 자국과 보닛의 가장자리 페인트가 벗겨져 있는 등 기대치를 밑도는 만듦새에 적잖이 당황했다. 일부 문제들은 전체 도장을 새로 해야 할 정도로 도장 품질이 좋지 않았다. 결국 테슬라의 모델Y가 테슬라 순위를 거의 꼴찌까지 내리는데 일조한 것. 현재 판매 중인 테슬라 차량 중 컨슈머리포트가 신뢰할 수 있다고 평가한 모델은 모델3뿐이다.
컨슈머리포트의 제이크 피셔 선임 디렉터는 "모델S는 완충장치, 메인 컴퓨터, 터치스크린 등에서 다양한 문제를 갖고 있다"며 “모델Y 역시 차체 하드웨어 및 도장 품질이 좋지 않다”고 혹평했다.
테슬라 차량의 품질 문제는 이번에 처음 불거진 것이 아니다. 지난 6월 미국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J.D.Power)가 발표한 '2020 신차품질조사(IQS: Initial Quality Study)'는 총 31개 브랜드를 평가했는데 랜드로버가 228점으로 31위 꼴찌였다. 테슬라는 랜드로버보다도 높은 250점으로 사실상 꼴찌였다. 하지만 일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순위 산정에 넣지 않았고 그래서 꼴찌를 면했다.
IQS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의 사용 3개월간 고객 경험을 바탕으로 223개 항목에 대한 품질 불만 사례를 집계해 100대당 불만 건수를 점수로 나타낸다. 올해 IQS 자동차 브랜드 평균점수는 166점이다. 점수가 낮을수록 품질 만족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테슬라는 250점으로 소비자 품질 만족도가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했지만 제이디파워 측은 테슬라에 대해 "연구 자격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기에 브랜드 등급을 매기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 거부 의견을 내놓아 공식적인 꼴찌는 면한 것.
결국 테슬라는 주식시장에서의 호평과 달리 실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낮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컨슈머리포트는 회원들이 30만대 이상 자동차를 직접 사용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매년 브랜드별 신뢰도를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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