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네이버 '모빌리티 동맹'..테슬라 주도 글로벌 무대 '도전장'

김지성 기자 승인 2020.12.01 01:00 의견 0
지난 27일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네이버와 현대·기아차가 미래 모빌리티 사업 제휴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오른쪽 두번째)와 현대·기아차 전략기술본부 지영조 사장(왼쪽 두번째)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료=네이버)

[디지털머니=김지성 기자] 국내 최대 빅테크 기업인 네이버와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4위를 달리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손을 잡았다. 미래 플랫폼의 핵심 키인 자동차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과 정보를 가진 네이버와 자동차라는 하드웨어 플랫폼을 가진 현대차그룹이 '동맹'을 선언한 것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네이버㈜는 최근 대대적인 업무 협력을 예고했다. 사용자 및 고객들에게 보다 혁신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모빌리티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공동 행보'이다.

양 사는 자동차와 IT 분야에서 각 사의 기술·비즈니스 역량 간 시너지를 만들고 차량과 플랫폼을 연계한 신규 서비스 출시 등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다.

■ 드디어 모빌리티에 진출하는 국내 최대 '빅테크' 네이버

네이버는 모빌리티 사업과 관련해 경쟁사인 카카오에 비해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미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를 통해 카카오택시, 카카오대리, 주차 등의 서비스를 하고 있다. 플랫폼 기업 가운데 가장 폭넓게 모빌리티 사업을 진행 중이다.

반면 네이버는 지금까지 모빌리티 사업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그리고 모빌리티 사업에 직접 진출하지 않겠다며 선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4일 '커넥트 2021'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모빌리티나 배달 사업을 직접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자율주행 서비스를 위해 시범운행 자동차를 운행하고 있다. (자료=네이버)

하지만 네이버는 모빌리티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네이버는 3년 전에 국토교통부 자율주행 시험허가를 따내고, 서울모터쇼 전시부스를 내며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본격적으로 자원을 투입해왔다. 자율주행과 관련해서는 국내 IT 업계에서 가장 빠른 시도였다. 그리고 지난 4년간 자율주행 시대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고정밀 지도데이터 확보에 자원을 아끼지 않았다. 플랫폼 기업으로 직접적인 모빌리티 서비스보다는 보다 더 근본적인 기술 축적을 해온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현대차그룹과 함께 미국 테슬라가 주도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 생태계 환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 콘텐츠와 커넥티드 서비스에 집중 '시너지 효과' 극대화

네이버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MOU에 따라 ▲콘텐츠·서비스 사업 협력 ▲모빌리티 서비스 시너지 창출 ▲SME(중소상공인) 대상 상생 모델 개발에 나선다.

먼저 네이버는 자체적으로 보유한 다양한 콘텐츠를 현대·기아차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공급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발한다. 이어 네이버의 기능과 커넥티드 카 서비스를 연동해 고객 편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일례로 차랑별 주행 정보와 연동된 네이버 알림 서비스를 통해 정비시기에 대한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 가까운 정비업체와 연결도 가능하다.

이외에도 차량의 정확한 주차 위치를 파악하고 도보 길 안내를 이어받을 수 있는 길찾기 서비스 등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또한 디지털키와 네이버 아이디 등을 통해 전기차 충전, 픽업&딜리버리, 세차 서비스도 구현할 수 있다.

모빌리티와 관련된 인간의 모든 필요성을 네이버가 파악하고 이를 해결해주는 것이다.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모빌리티 산업은 다양한 유형의 사용자들에게 많은 변화를 줄 수 있는 분야인 만큼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모빌리티 분야의 혁신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통해 가능성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 '모델3'. (자료=테슬라)

■ 테슬라 vs 현대차-네이버, 국내외 '산업 진영' 대결 구도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테슬라 진영과의 대결 구도다.

테슬라는 스마트폰 시장에 비유하면 아이폰과 같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하나로 통합한 모빌리티 서비스다. 테슬라가 하드웨어인 테슬라 차량을 보급하고 그 차량들을 통해 각종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또한 테슬라 차량을 통해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테슬라의 자율주행 서비스인 ‘오토 파일럿’은 가장 앞선 모빌리티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은 앞으로 테슬라와의 크나큰 혈전을 준비해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테슬라의 약진에 대응할 진영으로 꼽히는 곳이 폭스바겐과 현대차그룹 정도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진영과 안드로이드 진영의 삼성, LG, 화웨이와 같은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

자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가진 테슬라 진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대차그룹은 테슬라 이상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에 대응할 자율주행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그룹과 네이버의 협력이 더욱 관심을 받는다.

전기차와 수소차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해가고 있는 현대차그룹과 자율주행과 콘텐츠 분야에서 역량을 키워가고 있는 네이버가 결합해 테슬라 진영과 모빌리티 시장을 둔 세기의 경쟁을 펼쳐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 지영조 사장은 “자동차와 ICT의 결합을 통해 고객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새로운 이동 편의를 증진하고, 모빌리티 서비스 이용 전반에 걸쳐 고객경험을 혁신할 계획”이라며 네이버와의 협력이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를 고려한 협력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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