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지난 14일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회장으로 선임된 이후 현대자동차가 그 어느때 보다 빠르게 그룹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20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문제가 제기돼 현재 14대째 화재가 발생한 코나 일렉트로닉(코나 EV)에 대한 리콜 계획이 최근 발표됐다. 이어 그간 몇 차례 문제를 일으켰던 세타 GDI 엔진에 대해 평생 보증 계획을 발표하며 쇄신하는 현대차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외부에서는 이번 결정들이 현대차그룹을 위한 결정인지 아니면 정의선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의 지배구조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이다.
표면적으로는 정의선 회장이 취임사 때 언급한 "전 세계 모든 고객들과 나누면서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는 말의 실천으로 생각하면 소비자들은 일단 현대차의 달라진 대응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 벌써 14번째 배터리 화재에 발 빠르게 코나 EV 리콜
코나 EV.(자료=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코로나19로 가속화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자동차산업의 지배력을 선점하기 위한 미래차 경쟁력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차는 주주,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경영 전략을 선보이는 'CEO 인베스팅 데이'를 개최하고 전동화 차량 중심의 라인업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현재 전기차로의 이행을 발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의선 회장은 지난 5~7월 2달 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연달아 만나며 전기차용 배터리 수급 안정화에 힘을 쏟았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오닉(IONIQ)'을 공개하고 당장 내년부터 시작해 2024년까지 매년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차도 2027년까지 전용 전기차 7종을 선보이며 친환경차 출시를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 취임 직전 현대차그룹의 최다 판매 기록을 가진 전기차 '코나 EV'가 연이어 폭발하면서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17일 남양주 와부읍에서 발생한 코나 EV의 화재까지, 지금까지 무려 14대가 화재에 휩싸였다. 현대차가 전기차 브랜드 글로벌 판매량 톱 5위인데다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10%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정작 베스트셀러인 코나 EV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현대차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코나 EV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첫 출시되는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적용 차량에 앞서 전기차 논란을 진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리콜 대상인 코나 EV는 국내 2만5564대, 해외 5만1000여 대 등 약 7만7000대 규모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최대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 세타2 엔진의 악몽...3분기 실적에 3조원 넘는 충당금 설정
세타 GDI 엔진 관련 충당금 내역(자료=현대·기아차)
현대차와 기아차는 19일, 3분기 경영실적에 세타 GDI 엔진에 대한 추가 충당금을 설정했다. 현대차는 약 2조1000억원, 기아차는 약 1조2600억원 상당이다.
현대차그룹은 세타2 GDI 인젠의 리콜 이후 청정도 개선을 위해 순차적으로 공정 변화를 주고 품질 문제를 점진적으로 개선했으나 15~16년식 차량 구매 고객의 불만이 증가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향후 발생 가능성이 높은 품질 비용을 반영했다. 현대차그룹은 장기적 관점에서 품질 관련 신뢰 회복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고객 불만이 높은 기종을 대상으로 엔진 진동감지 시스템(KSDS)을 확대 적용하며, 국내에서 판매된 동일 차종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예정이다.
세타2 GDI 엔진 리콜 관련 충당금이 지난 2018년 3분기, 2019년 3분기때보다 늘어난 데에는 예상보다 높은 엔진 교환율과 평생보증 관련 비용이 추가된 탓이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3조원이 넘는 대규모 품질 비용을 3분기에 반영하며 코나 EV 리콜과 더불어 현대·기아차 품질 논란이 지속되는 것을 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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