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현대차의 사전 포석?..고가 전기차 보조금 지급 논란, 정부 "아직은"

김지성 기자 승인 2020.07.21 00:35 의견 0
테슬라 모델S (자료=테슬라) 
벤츠의 전기차 모델 EQC. (자료=벤츠) 

[디지털머니=김진욱 기자] 고가 전기차에 대해 정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이 지급이 중단된다는 보도에 환경부가 적극 해명에 나섰다.

일부 매체가 19일 테슬라 ‘모델S’와 벤츠 'EQC', 재규어랜드로버 'I-페이스' 등과 같은 고가 전기차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 개선에 나선다고 전했다.

■ 고가 전기차 보조금에서 제외 vs 환경부 ‘아직 협의도 안됐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출고가 기준 6000만~7000만 원이 넘는 전기차에 대해 지금까지 환경부와 지방자치 단체가 지급하던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쪽으로 법 개정에 나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20일 ‘전기차 고가차량 보조금 제한은 아직 확정된 바 없음’이라는 설명 자료를 통해 아직 논의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환경부는 “2021년 전기자동차 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 마련을 올해 10월에 하게 된다”며 “보조금 지원 대상, 기준, 단가 등을 업계, 관계기관 의견수렴 및 논의를 거쳐 확정할 계획으로 아직 의견수렴을 거치거나 부처 협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총괄수석 부회장 (자료=현대자동차)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보도?

업계에서는 관련 보도에 대해 국내 전기차 업계 입장을 먼저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기차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모든 자동차 관련 정책을 주도하고 있고 언론계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현대차가 보조금 정책에 대해서 일찌감치 의견을 제시하고 여론을 환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더구나 정의선 현대차 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2차 회동이 예정돼 있다. 이 회동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테슬라를 잡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보조금 정책에 의견을 관철 시키고 싶을 수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입김은 절대적이다. 특히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그린 뉴딜 정책과 맞물려 있는 전기차 정책에 현대차의 영향력은 더욱 큰 영향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현대차가 정부 정책 방향 제시를 하면서 정부가 끌려간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 정책 방향을 언론을 통해 제시하고 이에 대한 국민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관철을 시키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관련 기사에 대해 많은 네티즌들이 “고가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할 이유가 있느냐” “수입차에 왜 국민의 혈세를 쓰느냐”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테슬라 모델3 (자료=테슬라)

■ 테슬라 독주에 초조한 현대차

현대차는 최근 테슬라의 모델3가 국내 시장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고 있어 발걸음이 분주하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 시장의 키워드는 ‘테슬라 돌풍’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올 상반기 국내에 7079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 가운데 6803대가 모델3였다. 이러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6배 이상의 판매 실적이다. 특히 모델3는 국내 판매된 수입차 모델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이 됐다. 올해 상반기 국내 판매된 전기차의 대부분이 모델3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모델3를 기반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사이버 트럭이 출시 준비를 하고 있는 등 전기차 시장에서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애플과 같은 위치를 차지해 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테슬라의 질주에 현대차가 상당히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대차가 하반기부터 차례로 내놓을 새로운 전기차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며 “고가 전기차보다는 실용성에 맞춘 준중형급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 보조금 정책이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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