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전세계가 수소에너지에 주목하고 있다. 환경을 지키면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 낼 친환경 연료이기 때문이다. 수소는 산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를 생산하고,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지 않아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수소는 액체나 기체 상태로 저장이 가능해 운반이 쉽다. 무엇보다 전기와 물만 있으면 생산이 가능하며, 태양광, 풍력 등 자연환경 조건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는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수소전기차의 구동원리 (자료=현대차)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의 화석연료(석유, 천연가스, 석유) 에너지 의존도는 85% 로 절대적이다. 그러나 화석연료가 가지는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각종 환경 문제 및 자원 고갈 문제로 각국에서는 탈 화석연료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세계 각국 정부는 여러 친환경 에너지 중 수소에너지가 미래 사회의 핵심 원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수소에너지를 활용하는 수소사회를 앞당기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이에 발맞춰 수소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0년 출시한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전기 대형트럭인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XCIENT Fuel Cell)’도 이런 노력 중 하나다.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은 친환경 상용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현대차가 상용 수소전기트럭에 앞서 선보인 수소차 기록들. (자료=현대차)
현대차는 1998년 수소전기차 개발에 착수한 이후 꾸준히 개발 성과를 보여왔다. 2013년에는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전기차인 투싼ix Fuel Cell을 출시했고, 2018년에는 세계 최장 주행거리를 확보한 수소전기차 넥쏘를 통해 수소전기차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최근에는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소전기차의 영역을 상용차 분야까지 확대하고 있다. 올해 양산형 일렉시티 수소전기 버스의 공급을 시작하고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을 유럽으로 수출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간 수소전기차에 대한 노하우를 풍부하게 쌓았기 때문이다.
■ 대형 트럭도 1회 충전으로 400km 주행
수소전기차의 핵심 기술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다.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은 수소에서 수소이온을 분리해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해 전기를 생산하는 장치로서 까다로운 기술 수준이 요구된다.
현대차의 연료전지 시스템은 2014년과 2018년에 각각 워즈오토(Wards Auto)로부터 ‘세계 10대 엔진상’에 선정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상태다. 특히 넥쏘의 연료전지 시스템은 전세계 1만 대 이상의 판매를 통해 누적 주행거리 약 2억km 이상을 쌓으면서 성능과 내구성 측면도 검증했다.
유럽에서 운행을 시작한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에도 이런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이 고스란히 적용됐다.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은 95kW 연료전지 스택 2개로 구성한 190kW급 연료전지 시스템과 최고 출력 350kW를 발휘하는 구동모터를 탑재해 화물 운송에 최적화된 동력 성능과 회생 제동 능력을 확보했다.
또한 유럽 현지의 장거리 운행 조건을 고려하여 총 32kg의 수소 저장 용량을 갖춘 7개의 대형 수소탱크를 장착해 1회 충전으로 약 400km(정속주행 기준)의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
넥쏘에 탑재된 첨단 연료전지 기술이 대형 상용차인 일렉시티 수소전기 버스와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에도 적용됐다. (자료=현대차)
■ 엑시언트 수소탱크, 동일 에너지 저장 배터리보다 부피·무게 강점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은 현재 그 어떤 친환경 상용차보다 경제성과 효율성이 뛰어나다. 일반적인 전기 트럭의 경우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선 배터리 용량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이럴 경우 배터리 부피와 무게가 증가해 화물 적재 용량과 에너지 효율이 감소하고, 수익성도 악화된다. 반면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의 수소탱크는 동일한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보다 부피가 작은 것은 물론, 무게도 약 2.5배나 가볍다. 이는 더 많은 짐을 싣고, 더 먼 거리를 주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연료 충전 시간 차이에 따른 장점도 있다. 수소전기 트럭은 약 8~20분(수소탱크 외기 온도에 따라 소요 시간 상이) 정도면 가득 충전할 수 있어서 불필요한 운휴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는 내연기관을 탑재한 기존 대형트럭의 주유 시간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사용자에게 친환경 상용차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수소전기 트럭만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0월 7일 스위스 루체른에서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의 고객 전달식이 열렸다. (자료=현대차)
■ 수소전기차 1대 8만km 주행 시 이산화탄소 70톤 감축
현대차가 수소전기차를 상용차 분야로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수소전기 상용차가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은 운행 중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를 비롯한 오염물질뿐만 아니라 이산화탄소까지 배출하지 않는다. 오히려 연료전지가 작동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깨끗한 물과 공기를 차량 밖으로 배출한다. 만약 디젤 엔진을 탑재한 대형 트럭 1대를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으로 교체하면 연간 8만km 주행 시 약 70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대차는 단지 엑시언트 수소전기 트럭을 유럽에 판매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국내와 해외의 다양한 기업들과 수소전기차 관련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에 대한 협업까지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수소전기 상용차가 원활하게 운행하기 위해서는 수소의 ‘생산-공급-사용’이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수소 생태계가 먼저 구축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는 지난해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를 스위스의 수소 솔루션 전문기업과 함께 설립했으며, 이를 통해 ‘스위스 수소 모빌리티 협회’에 파트너사로 합류했다.
자연에서 무한하게 얻을 수 있는 수소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한 궁극의 에너지로 평가받는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의 상용화와 가능성을 입증한 최초의 자동차 제조사로서, 수소동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친환경 모빌리티를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한편, 상용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앞세워 경쟁사보다 몇 발자국 앞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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