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애플이 직접 설계한 고성능 프로세서 '애플 실리콘'을 탑재한 컴퓨터 3종을 11일 새벽 공개했다.

애플은 그동안 맥북을 비롯한 컴퓨터 시리즈에 인텔의 칩세트를 사용해왔다. 그런데 애플은 실리콘 M1 칩세트 새롭게 개발하고 이를 애플이 내놓는 컴퓨터 라인업에 적용함으로써 14년 만에 인텔과 결별하게 됐다. 인텔로서는 엔비디아, AMD의 맹추격도 버거운 상황에서 대형 고객사가 떠나가는 형국이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에는 독자 개발한 칩인 '애플 실리콘'을 사용해왔다. 반면 아이맥과 맥북 등 컴퓨터에는 인텔의 칩세트를 고집해왔다.

그런데 최근 애플은 인텔 의존도를 낮추고 기기 성능과 생태계 통합을 한결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애플이 직접 설계한 M1 칩셋을 탑재한 신형 맥북에어/맥북프로/맥미니는 아이폰과 아이패드용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개발자들은 새로운 유니버설 앱을 통해 기존 맥OS용 앱을 변환할 수 있다. 애플로서는 애플 생태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이 자체 설계한 M1 칩세트 자사 컴퓨터에 사용하기로 결정하면서 14년 만에 인텔과 결별하게 됐다.(자료=애플)

11일 업계에 따르면 무엇보다 M1 칩세트의 성능이 막강해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 M1은 CPU와 GPU, 메모리가 5nm(나노미터) 공정으로 통합된 시스템온칩(SoC)이다. 160억개 트렌지스터가 연산처리를 한다. 프로세서는 4개의 12MB L2 캐시와 4개 4MB L2 캐시가 빅리틀(Big.LITTLE) 구성으로 돼 있으며 8개 그래픽 코어와 16코어 뉴럴 엔진이 그래픽 처리를 담당한다.

인텔은 애플의 이탈이 뼈아프다. 지난해부터 급성장한 AMD는 마침 공급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인텔을 뒤로하고 7나노미터(nm) 공정의 3세대 라이젠 프로세서를 저렴한 가격에 출시하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AMD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현재 국내 조립PC 시장에서 AMD 점유율이 50%를 넘기는 추세다. 점점 인텔의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인텔로서는 10여 년간 이렇다 할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사이 AMD가 향상된 공정과 저렴한 가격으로 맹추격을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게임 콘솔 시장에서도 AMD는 전 세대에 이어 신형 플레이스테이션5(PS5)와 엑스박스 시리즈X(XCX)에도 칩셋을 공급하며 성능을 입증받았다.

그래픽카드와 인공지능 분야 전문기업인 엔비디아와의 관계도 인텔을 힘겹게 만든다. 인텔과 엔비디아는 서로에게 중요한 파트너이지만 일부 제품에서는 경쟁하는 관계다. 특히 엔비디아가 PC, 서버, 모바일 분야 등으로 다양한 그래픽 플랫폼과 비전을 공개하면서 인텔과의 경쟁 관계는 더욱 짙어지게 됐다. 최근 인텔은 엔비디아를 통합 메모리 컨트롤러(IMC) 내장 칩셋 개발 특허권 침해로 고소했으며 엔비디아도 인텔이 특허권을 위반했다며 맞고소한 상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10일 국내에서 진행한 간담회에서 인텔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엔비디아가 설계하지도, 팔지도 않았던 제품에 대해 인텔이 소송을 걸었다"면서 인텔을 두고 "절망적인 회사"라고 표현했다.

이렇듯 인텔은 고객사가 이탈하고 경쟁사가 우수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매출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 상황을 두고 "인텔 창업 이래 최악의 위기"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디지털머니 이기철 기자 cryptocredit13@gmail.com 이기철 기자의 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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