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차량 속 '나만의 리스닝 룸'으로..삼성전자+하만의 '카오디오 세계'

유명 음향 메이커, 프리미엄 시장 장악..주행성능 상향 평준화에 차별화 포인트

이기철 기자 승인 2020.10.21 20:03 의견 0

[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자동차는 탑승자를 목적지까지 이동시키는 교통수단이지만 이제는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차량을 이동하는 동안 가장 많이 애용하는 '카오디오'는 자동차가 더 이상 이동수단이 아니라 움직이는 '리스닝 룸' 역할을 하도록 돕는 고급 옵션이다.

제네시스 전 라인업에 적용된 '렉시콘'

더 뉴 제네시스 70에 적용된 렉시콘 오디오 시스템. 15개의 스피커 유닛과 D클래스 앰프, 서브우퍼 등을 통해 생생한 사운드를 들려준다.(자료=하만코리아)


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출시된 제네시스 GV80과 G80, 그리고 새롭게 출시된 더 뉴 G70 모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만 인터내셔널의 렉시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GV80과 G80에는 18개의 스피커 유닛이 고르게 배치됐고 더 뉴 G70에는 15개의 스피커 유닛이 배치돼 좁은 자동차 안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풍성한 서라운드 사운드를 재생한다. 여기에 고출력 앰프와 언더 시트 서브우퍼 등을 통해 한층 높은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르노삼성은 QM6, XM3, 그리고 최근 출시한 전기차 조에(ZOE)에 미국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보스(BOSE)를 오디오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쉐보레의 트레일블레이저 역시 보스 오디오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의 차별점을 위해 디자인, 품질, 인테리어와 더불어 카오디오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승차감과 파워트레인 등 주행감성이 어느 정도 상향평준화되면서 그 외에 차별화 요소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XM3에 적용된 보스 스피커.(자료=르노삼성자동차)


나아가 예전과 달리 대형 오디오 시스템을 집에 설치해도 실제 음악을 오래도록 청취하기 어려워지면서 숫제 차량에 고급 오디오 시스템이 설치된 차량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마크레빈슨이나 렉시콘 같은 오디오 시스템은 별도로 구매할 경우 수천만원이 들지만 카오디오는 상대적으로 추가 옵션 비용이 저렴하다. 물론 잘 꾸며진 청취공간에서 듣는 것에는 못 미치지만 출퇴근길 언제나 고음질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 메이커들 모두 고급 오디오 브랜드들과의 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유명 자동차 메이커의 카오디오 대부분을 장악한 '하만'

스바겐 아테온 R-Line에 탑재된 하만카돈. (자료=폭스바겐)

카오디오를 얘기할 때 가장 중요한 기업은 하만인터내셔널이다. 삼성전자가 약 9조원을 들여 인수한 하만인터내셔널은 하만카돈(arman/kardon), 마크레빈슨(Mark Levinson), 렉시콘(Lexicon), JBL, AKG, 인피니티(Infinity), 레벨(Revel) 등의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뱅앤올룹슨(B&O), 바우어앤윌킨스(B&W)의 카오디오 사업부를 가지고 있다. 

이 중 마크레빈슨은 렉서스가 독점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하만카돈의 프리미엄 오디오 기술이 폭스바겐 자동차의 신형 폭스바겐 골프에 도입된 이후, 폭스바겐 아테온과 아테온 슈팅브레이크에도 하만의 오디오 솔루션이 채택됐다. 하만카돈 솔루션은 프리미엄 음향과 예술적 디자인의 매력적인 조합을 제공, 폭스바겐 신형 차량에 고성능 스피커 12개와 4가지 음향 설정을 적용하여 최적의 카오디오 경험을 선사한다.

2016년부터는 B&O(뱅앤올룹슨) 프리미엄 카오디오가 포드 자동차 라인업 전반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해 말에 소개된 순수 전기 SUV인 머스탱 마하-E에서도 하만 카오디오를 만날 수 있게 됐다. 2021년에는 B&O 사운드 시스템과 B&O 언리쉬드 사운드 시스템이 신형 포드 F-150에 탑재될 예정이다. B&O 언리쉬드 사운드 시스템은 F-150의 헤드레스트와 헤드라이너 스피커를 통해 새로운 카오디오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하만 브랜드인 AKG가 GM의 2021캐딜락 에스컬레이드 전용 오디오 시스템으로 선정됐다. 목표는 캐딜락 차량 안에서 최초로 레코딩 스튜디오나 공연장에서 사용하는 고품질 마이크·헤드폰 수준의 최상급 음향을 구현하는 것. 하만은 캐딜락과의 협업으로 차량 내에서 순수하고 파워풀한 스튜디오 사운드를 선보이게 됐다. 이를 위해 캐딜락 차량에 AKG 스튜디오 레퍼런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3개의 앰프를 통한 28채널의 36개 스피커에서 깨끗하고 몰입감 있는 오디오를 제공할 예정이다.

AKG와 캐딜락의 파트너십은 지난 8월에 공개된 캐딜락의 첫 순수 전기차 리릭까지 확대됐다. 리릭에 탑재되는 19개의 AKG 스튜디오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운전자는 AKG의 시그니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능동형 소음 제어 솔루션 '할로소닉'.(자료=하만코리아)

하만과 자동차 메이커의 협업이 활발한 이유는 하만이 단순이 오디오 기술만 보유한 것이 아닌 다양한 사운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할로소닉(HALOsonic)을 꼽을 수 있다.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주행 중이라도 가솔린·디젤 자동차들에 비해 엔진 소음이 적어, 보행자들이 인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때문에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가상의 소리를 내어 주변에 주행 중임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2019년 유럽연합 (EU)는 새로 생산되는 모든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일정 속도 이하로 주행 시 소리를 발생시키도록 규제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또한 비슷한 법안을 2020년에 도입했다.

자동차 업계가 에너지 지속가능성과 안전성의 균형을 잡는 데 주력함에 따라 하만은 2009년부터 능동형 소음 제어 솔루션 할로소닉(HALOsonic)을 개발해 왔다. 할로소닉을 활용하면 필요에 따라 소음을 제거할 수도, 생성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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