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에 달한 중고차 불신...소비자들은 제조사 인증 중고차 선호

이기철 기자 승인 2020.10.19 15:57 의견 0
(자료=아우디코리아)

[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현대자동차가 중고차 시장 진출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중고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기존 중고차 업체들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골목상권 침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엔카, 케이카, AJ셀카 등은 네이버와 협력해 내차 시세 정보 조회 서비스 '마이카'를 론칭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화들짝 놀란 중고차 업계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 관련 논란의 시작은 지난 8일 김동욱 현대차 전무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 발언이 시발점이었다. 당시 이수진 의원의 중고차 사업 진출 의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 김 전무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완성차가 반드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한 번도 현대차그룹이 직접 중고차 시장 진입에 대해 입장을 밝힌 적이 없었던 만큼, 김 전무의 국정감사 중에 한 발언은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기정사실화된 것으로도 보인다. 

김 전무는 "중고차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는 품질 평가, 가격 산정을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중고차 거래 관련 정보를 보다 투명하고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전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전국연)은 현대차의 이 같은 발언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전국연은 국내 완성차 제조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과 관련해 "중고차 업계 30만명의 생계가 위협받는다"면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뿐만 아니라 "생존권 사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고차 매매업은 지난 2013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신규 진출과 확장 등이 제한됐다.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은 대기업 등의 사업 확장에 대응해 영세 상인이나 사업자들의 업종·품목을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막는 제도다. 하지만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은 지난해 초 지정 기한이 만료됐다. 이에 중고차 관련 업체들은 다시 한 번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을 신청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지난해 11월 부적합 의견을 받았다.  

■ 소비자 76%가 중고차 업체 불신...제조사의 인증증고차 선호
현대차로서는 중고차 시장이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국내 중고차 시장규모는 약 20조원에 달한다. 현대차그룹의 3개 브랜드(제네시스, 현대차, 기아차)의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80%가 넘는다. 중고차 거래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의 매물이 가장 많다. 게다가 그간 중고차 업체들의 투명하지 않은 거래 강요, 낮은 전문성, 가격 산정의 문제 등 불만이 컸다.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반기는 이유다.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연구원이 진행한 '중고차 시장 소비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 중 76.4%가 '믿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소비자들은 자동차 메이커가 직접 중고차 매매에 참여한다면 투명하고 신뢰한 수리 이력, 타당한 가격 산정 등 순기능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수입차 브랜드들 중에는 상당수가 딜러를 통한 인증제도를 도입해 중고차 거래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며 거래 만족도 또한 높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렉서스는 각각 BMW 인증중고차(BPS), 벤츠 인증중고차(Starclass), 아우디 인증중고차(AAP), 렉서스 인증중고차(Certified)를 운영하고 있다. 아우디 공식 딜러사인 고진 모터스와 아이언오토는 19일 각각 대전과 양산에 '아우디 공식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신규 오픈했다. 이로써 아우디는 총 11개 중고차 전시장을 보유하게 됐다. 

제조사로서는 이미 갖춰놓은 AS 센터와 딜러망을 활용해 차량을 매입하고 점검한 뒤 재판매할 수 있어 수익성이 좋은 사업모델이다. 소비자들도 신차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조사의 AS를 받을 수 있는 인증 중고차에 대해 선호도가 높다. 

이병헌·정우성·원빈 등 톱스타를 중고차 모델로 기용
한편 온라인을 통한 중고차 매매 플랫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 역시 지난 16일 차량 소유자들의 쉽고 편한 자동차 생활을 위한 차량관리 통합서비스 ‘네이버 MY CAR(마이카)’의 베타 버전'을 오픈하고 자동차를 간편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마이카 앱 사용자는 이용자는 간단히 차량번호 등록만으로 ​▲실시간 중고가시세조회 ▲정기검사 시기 안내 ▲잔여 보증기간 안내 ▲리콜 정보 안내 ▲자동차세 납부 ▲자동차보험 만기일 안내 ▲소모품(타이어, 엔진오일) 추천 등 차량 관리에 있어 놓치기 쉬운 정보나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했던 서비스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마이카 앱은 무상 보증기간이나 정기검사일 등 차량 소유자들이 놓칠 수 있는 정보들도 각 시기에 맞춰 알려주며 국토교통부와의 제휴를 통해 소유 차량의 리콜정보 및 주행예상거리도 앱에 자동으로 연동된다. 중고차거래사 별 실시간 차량시세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고 차량 제원과 옵션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네이버 쇼핑에서 소유 차량 규격에 맞는 소모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중고차 시장이 커지자 중고차 업체들의 홍보전도 강화되고 있다. KB차차차는 이병헌을, 케이카는 정우성을 모델로 기용했으며, 올 4월 수원에 대규모 중고차 매매단지를 개장한 도이치 오토월드는 원빈을 모델로 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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