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정의선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부회장이 취임 2년 만에 그룹 회장으로 올라섰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에 입사한 이후 디자인경영을 통해 기아차를 흑자로 전환시키고,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에도 현대차의 성장을 이끌었으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론칭해 안착시켰다.
동시에 자동차 산업 및 모빌리티 재편에 선제적으로 과감한 투자와 제휴, 적극적 인재 영입을 통해 현대차그룹을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 정 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협업, 미래 자동차 시장 발 빠르게 대응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제공=현대차)
17일 현대·기아자동차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1999년 현대차에 입사해 구매, 영업, 기획 부문 등을 두루 거쳤다. 2002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전무, 2003년 기아차 기획실장 부사장, 2005년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 2009년 현대차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2018년 9월부터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맡아 그룹의 혁신과 창의를 이끌었다.
정의선 회장은 이미 2009년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하는 차세대 글로벌 리더에 이름을 올렸으며, 2019년에는 글로벌 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Hydrogen Council) 공동 회장으로 수소 사회 구현을 위한 전세계적 공감대 형성에 주력했다. 다른 재계 3세 경영인들과 달리 일찌감치 경영 성과를 내며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5위 자동차 메이커로 만들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재임 기간 미래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와 전략적 제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미래 분야 인재 영입 등에 직접 나섰다.
특히 기존의 독자 연구개발에서 이종산업은 물론 스타트업, 학계와 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미래 기술 개발 방향을 전환했다.
정의선 회장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올해 3월 세계 톱티어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Aptiv)’와 합작해 자율주행 모빌리티 기업 ‘모셔널(Motional)’을 설립했다.
완성차 메이커 및 자율주행 기업들과의 단순 협업 틀을 넘어선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결정은 최적의 공동 개발 방식을 통해 자율주행차 개발과 상용화 일정을 단축하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모셔널은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레벨4(미국자동차공학회 SAE 기준)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차의 ‘두뇌’ 역할을 하는 인공지능 기반 통합 제어기와 센서 개발 차원에서 미국 ‘인텔(Intel)’ 및 ‘엔비디아(NVIDIA)’와 협력하는 한편, 고성능 레이더(Radar) 전문 개발 미국 스타트업 ‘메타웨이브(Metawave)’, 이스라엘의 라이다(LiDAR) 전문 개발 스타트업 ‘옵시스(Opsys)', 미국의 인공지능 전문 스타트업 '퍼셉티브 오토마타(Perceptive Automata)' 등에 전략투자하고 손을 맞잡고 있다.
미국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기관인 ‘ACM(American Center for Mobility)’의 창립 멤버로, ACM이 추진 중인 첨단 테스트 베드 건립에 500만 달러도 투자했다.
미국 자율주행기술 전문 기업 '오로라(Aurora)'에도 전략투자하고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위한 협력 중이다.
지난해 5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하이퍼 전기차 업체 ‘리막(Rimac)’에 투자해 고성능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으며, 9월에는 유럽의 전기차 초고속 충전 전문 업체인 ‘아이오니티 (IONITY)’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럽은 물론 글로벌 주요국에서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올해 초에는 미국 ‘카누(Canoo)’ 및 영국의 ‘어라이벌(Arrival)’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승용과 상용에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독일, 이스라엘, 한국 등 전세계 5곳에 오픈 이노베이션 혁신센터인 ‘현대 크래들(HYUNDAI CRADLE)’을 설립, 우수한 스타트업 등을 발굴하고 국내 거점과의 연구개발 시너지를 확대하는 그림도 정의선 회장이 그렸다.
■ 수석부회장 시절 일군 제휴와 투자, 고성능 전기차로 열매 맺다
RM20e의 역동적인 디자인은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벨로스터 N ETCR에서 영감을 받았다. (제공=현대차)
이달 초에는 고성능 전기 콘셉트카 RM20e가 공개됐다. 2012년부터 현대차가 고성능 기술 개발을 목표로 진행해 온 프로젝트 RM(Racing Midship)의 5번째 콘셉트카인 RM20e다. RM20e는 친환경차가 주축이 될 미래에도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고성능차를 선보이겠다는 현대차의 의지가 집약된 모델이다.
RM20e는 이전의 프로젝트 RM 콘셉트카인 RM19의 차체를 사용해 벨로스터 N보다 길고 널찍한 비율을 갖췄다. 차체 가운데에 파워트레인을 얹고 뒷바퀴를 굴리는 MR(Midship Rear Drive, 중앙 배치 파워트레인과 후륜구동) 구조를 채택한 덕분이다. 땅바닥에서 차체까지의 최저 지상고는 80mm에 불과하고, 차체 높이 또한 1354mm로 벨로스터 N보다 40mm가량 낮아 한결 날렵한 자세를 지녔다.
앞뒤에 각각 265/35R 19, 305/30R 20에 달하는 크기의 타이어를 장착하고, 커다란 리어 스포일러 및 리어 디퓨저와 같이 공력 성능에 효과적인 부품을 둘러 역동적인 분위기가 물씬하다. 이를 통해 RM20e의 역동적인 주행 성능을 짐작할 수 있다. 고속 주행 또는 빠르게 코너를 돌아 나가는 상황에서도 언제든 민첩한 핸들링 성능과 끈끈한 접지력을 발휘하게끔 도와주는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RM20e는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에 동력 장치를 배치해 주행 안정성을 끌어올렸다. (제공=현대차)
무엇보다 눈길을 사로잡는 특징은 810마력의 최고출력, 97.9kgf·m의 최대토크를 품은 RM20e의 폭발적인 성능이다. 이러한 성능의 원천은 운전석 뒤에 배치한 4개의 전기모터(1개당 148kW, 240Nm)와 60kWh 용량의 배터리다. RM20e는 그동안 내연기관(2.0ℓ 터보 엔진)을 사용했던 이전의 RM 콘셉트카들과 달리, 전기 파워트레인을 품고 단 1g의 배출가스도 내뿜지 않으며 질주할 수 있다. 강력한 전기 에너지로 땅을 박차는 RM20e의 가속 성능은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3초 이내, 200km/h까지 9.88초 만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다.
RM20e가 이처럼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800V 고전압 시스템은 전기 파워트레인의 강력한 성능과 빠른 반응 속도, 초고속 충전을 뒷받침하는 기술로 고성능 전기차의 필수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이전까지 코나 일렉트릭과 니로 EV를 비롯해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은 356V 전압 시스템을 사용했다. 그래서 100kW 급속충전기를 사용할 경우 64kWh 배터리를 80% 충전하는 데 약 1시간이 걸렸지만, 800V 고전압 시스템을 사용하면 급속충전기의 출력을 높여 충전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부터 선보일 차세대 전기차부터 800V 고전압 시스템을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RM20e는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등 하체 부품을 강화해 고성능 스포츠카에 걸맞은 달리기 실력을 갖췄다. (제공=현대차)
RM20e는 폭발적인 성능에 걸맞게끔 서스펜션과 브레이크 등 하체 부품도 강화했다. 구조가 간단해 앞 차축에 가장 많이 쓰이는 맥퍼슨 스트럿(MacPherson Strut), 맥퍼슨 스트럿 구조에 위쪽 연결 부위를 추가한 더블 위시본(Double Wishbone) 서스펜션을 앞뒤에 적용하고, 상황에 맞춰 서스펜션 세팅을 유기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여기에 주행 조건에 따라 노면의 충격과 접지력을 조절하는 감쇠력 조절식 댐퍼를 더해 견고하면서 유연한 하체를 만들었다.
아울러 초고속에서도 순식간에 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브레이크 캘리퍼의 성능을 강화하고, 서킷에서의 한계 주행에 알맞게 모터스포츠용 ABS 모듈을 적용하는 등 높은 성능에 걸맞은 제동력도 갖췄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인 결과, RM20e는 날카로운 코너링과 슈퍼카 수준의 폭발적인 가속력을 갖춘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로 거듭날 수 있었다.
■ RM20e를 탄생시킨 기술력, 그리고 아이오닉5를 향한 기대감
내년 4월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5'의 프로토타입. (제공=현대차)
현대차는 내년 4월 첫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사용한 순수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이오닉5는 국내 판매 가격이 5000만원 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조금을 계산하면 실 구매가격이 4000만원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4월에 국내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오닉5는 배터리 용량이 58㎾h급과 72㎾h급 두 종류로 출시될 것으로 추정된다. 58㎾h 용량은 5000만원, 72㎾h 용량은 5300만원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특히 72㎾h는 완충 시 주행거리가 450㎞~500㎞에 달할 것으로 기대된다.
뿐만 아니라 아이오닉5는 기본 2륜구동에 옵션을 통해 4륜구동을 선택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여기에 전기차 중 세계 최초로 전기차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를 자유롭게 꺼내 쓸 수 있는 차량간전기공급(V2L) 기능을 장착해 최대 24㎾h의 전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내부 공간도 훨씬 넓어진다. 기어박스를 없애 운전석과 조수석의 이동이 손쉬워지고 1열 보조석이 180도 가까이 높여질 정도로 내부 공간이 넓어진다. 아이오닉5의 실내공간은 싼타페와 팰리세이드에 준할 정도로 넓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국산차로는 처음으로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가 장착된다. 후측방용 카메라는 앞서 아우디의 전기차 '이트론(e-Tron)'에서 적용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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