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부족해지는 충전 설비..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50개 수준

이기철 기자 승인 2020.10.08 17:07 의견 0
8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100대당 개인·공용 충전기 수는 2017년 말 59.7기까지 늘어난 뒤 올해 8월 기준 50.1기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전기차 구매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 충전기 수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휘발유나 경유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은 오는 2035년부터 서울 4대문 안 녹색교통지역에서의 운행이 금지되기 때문에 충전기 부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8일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100대당 개인·공용 충전기 수는 2017년 말 59.7기까지 늘어났으나 올해 8월 기준으로는 50.1기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2015년 35.2기에서 2016년 44.5기, 2017년 59.7기로 매년 증가한 뒤 2018년 55.6기, 2019년 51.2기 등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렇게 충전시설이 부족하게 되자 충전에 따른 운전자 간 마찰도 늘어났다. 서울시에 접수된 전기차 충전 방해와 관련된 민원은 작년 상반기 월 평균 153건에서 올해 상반기 228건으로 49.0% 급증했다. 특히 전기를 충전할 수 있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 출시가 증가하면서 충전기 부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부 전기차 사용자들은 "이제 전기차 충전도 눈치게임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충전기 부족 사례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행법상 전기차 충전기를 대폭 늘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친환경자동차법'에 따라 500세대 이상 아파트에 주차면 200개당 1기의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의무 충전소 이상으로 설치를 하려면 아파트 등 공용주택의 주차공간 부족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국내와 달리 해외의 경우, 충전기 수를 규정하기보다 추후 충전기를 설치하기 위한 기초 설비 구축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1∼2 가구용 주택에 1개 이상의 배선관(전기차 충전기에 연결할 전선이 지나가는 길) 설치를 의무화하고, 다가구 주택의 경우 주차면의 10% 이상에 충전기 설치가 가능한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국가는 10면 이상의 주차장에 충전 케이블용 배선관 인프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추후 전기차량이 크게 증가하더라도 빠르게 충전기를 늘릴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수를 늘리는 것보다 충전기 설치 공간 부족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따라서 전기차 충전소 부족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현행 주유소를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영석 차지인 대표(선문대 스마트자동차 공학부 겸임 교수)는 "주유소는 전국에 걸쳐 1만여 곳이 넘게 있지만 내연기관 차량이 줄어들면 자연적으로 주유소의 수익이 감소하게 된다. 주유소의 주차공간에 충전설비를 증설한다면 전기차 충전의 불편함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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