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머니=김정훈] 7일 가상화폐 가격이 또 폭락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주요 가상화폐 가격도 10% 이상 떨어졌다. 솔라나는 20% 넘게 급락했다.
솔라나 프로젝트를 지원해온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설 때문이다. FTX의 계열사인 알라메다의 자산이 FTT 코인으로 채워진 것이 발단. FTX가 발행한 토큰 FTT를 알라메다가 매입한 것이라는 의혹으로 이어졌다. 알라메다는 FTT를 담보로 많은 거래를 해 이런 의혹을 키웠다.
결국, FTX가 발행한 토큰을 계열사 자금으로 인수하고, 계열사는 해당 토큰을 담보로 또 자금을 융통했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퍼진 것.
코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의 보도로 시작된 FTX의 위기설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는 자전 거래에 해당한다. 내 돈으로 내가 사고, 물건이 잘 팔리는 것처럼 속여 투자자들의 돈을 꾀어 내는 것 말이다.
여기에 사용한 방법이 '자산 유동화'다. 묶여 있는 자산을 담보로 증권(자산담보부증권, ABS)를 발행해 투자자에 팔아 자금을 얻는 것을 말한다.
자산 유동화는 지난 2008년 말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이기도 하다. 당시 은행은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주택 구입자금 대출을 해주고, 대신 대출금을 받을 권리(채권)를 증권(자산담보부증권, MBS)으로 만들어 증권사에 팔았다. 은행은 집값의 100% 넘게 대출을 해주기도 했다. 대출금을 받아야 하는 위험은 이미 증권으로 만들어 증권사에 떠 넘겼기 때문에 대출이 남발됐다.
증권사는 대출금을 받아야 하는 위험을 또 다시 헤지펀드에 떠 넘겼다.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헤지펀드가 대신 갚아주기로 한 것이다. 헤지펀드는 대신 수수료를 받아 이익을 채웠다. 이 거래를 CDS(신용부도증권)로 성사시켰다.
결국 경기가 꺽이고 집값이 급락하자 대출 부실이 발생했고, 헤지펀드는 부실금을 대신 갚느라 파산했다. 묶여 있는 자산을 과도하게 돌리다, 즉 유동화하다 경제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이같은 자전거래, 자산 유동화가 흔하다.
다만, 가상화폐 업계의 유동화가 금융권의 자산 유동화와 다르다는 것이 문제를 일으킨다. 금융권은 담보 가치가 있는 자산(주택, 자동차, 정수기, 노트북과 같은 물건 등)을 담보로 증권을 발행해 돈을 돌린다. 따라서 대출을 못 갚으면 자산을 팔아서 돈을 보전한다. (미국 금융위기는 자산가치 보다 더 많이 대출을 남발해 문제가 발생한 것)
하지만 가상화폐는 담보가 돼 있는 자산이 없다. 담보라면 그냥 토큰 발행사의 자신감(보통은 백서에 담겨 있는) 뿐이다.
때문에 투자자들이 돈을 못 받을 것으로 불안해 하면, 담보된 자산이 없어 가격이 급락한다. 테라나 루나 사태의 발단은 다르지만, 이들 역시 담보가 된 자산이 없어서 결국 많은 피해자를 낳았다.
대표적 '투기' 버블 사례로 꼽는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사태 역시 튤립의 가치가 가격 만큼 없어서다. 그저 관상용에 불과한 튤립에 엄청난 가수요(투기수요)가 붙어 가격이 올라 갔으니 꺼진 것이다.
만일 튤립, 가상화폐에 담보 가치, 즉 자산의 가치가 있다면 그것은 투자가 될 것이다. 투자는 자산이 담보돼 가격이 유지되지만, 투기는 자산가치가 없어 가수요에 의해 가격이 유지되는 것이 다르다고 할 수 있어서다.
같은 시각으로 가상화폐를 바라본다면, 가상화폐는 궁극적으로 가격이 폭락하고 사라질 수밖에 없다. 다만 가상화폐가 튤립과 같은 관상용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쓰임새가 있다면 가격이 계속 유지되겠지만 말이다.
가상화폐의 쓰임새(사용 용도)는 아직 미미하다. 기업과 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현재의 네트워크를 대체하지 못한다. 오락용으로 사용되지도 않는다.
가상화폐 전문가들이 말하다는 블록체인 시대는 언제 오는가. 그때까지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투기의 문턱에서 또 다시 천당과 지옥을 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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