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명실상부 전기차 대중화 원년"..'전용플랫폼 신차' 대거 쏟아질듯

이기철 기자 승인 2020.12.11 19:04 의견 0

[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오는 2030년 쯤부터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이 내연기관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거나 상당 부분 줄이는 등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빠르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부터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들이 대거 출시될 전망이어서 사실상 2021년이 '전기차 대중화의 원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신규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대중화를 성장의 기회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기존 상위 자동차 업체들은 현재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공을 쏟고 있다. 자동차의 '플랫폼'은 파워트레인, 차체, 서스펜션 등 차의 핵심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진 일종의 뼈대를 의미한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전기차에 적합하도록 배터리를 차량 하부에 두고 전륜과 후륜에 각각 전기 모터를 배치해 무게와 구조를 전기차 특성에 맞게 개발된다.

기존 전기차들은 내연기관 차량 플랫폼을 일부 수정해 전기차로 재활용한 차량들이었다. 그러다 보니 전기차로서 만족스러운 성능이나 주행거리를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플랫폼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테슬라처럼 애초에 내연기관 차량을 만들지 않았던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며 전기차 시장을 리드하자 그제서야 내연기관 자동차를 생산하던 기업들이 경쟁에서 뒤질세라 앞다퉈 플랫폼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현대자동차그룹, 내년부터 'E-GMP' 플랫폼 탑재 출시

현대차의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 왼쪽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자료=현대차)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개발하고 내년부터 출시되는 순수전기차에 처음 적용한다. 현대차그룹은 E-GMP 적용 차량이 배터리 완충 시 최대 500㎞ 이상 주행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 또 E-GMP에는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에나 적용되는 800V 고전압 충전 시스템이 적용돼 5분 충전만으로도 100㎞를 주행할 수 있다는 것.

여기에 ‘V2L(Vehicle to Load)’ 기술을 새로 적용해 전기차의 배터리를 외부로 빼내 사용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된다. 그동안 전기차는 외부에서 차량 내부로의 단방향 충전만 가능했지만 E-GMP가 적용된 전기차에서는 전력을 빼서 가전제품을 사용하거나 다른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게 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E-GMP 플랫폼(자료=현대차)

E-GMP 플랫폼이 처음 적용되는 차량은 내년 4월로 출시가 예상되는 아이오닉5다. 기아차도 프로젝트명 'CV' 차량에 E-GMP 플랫폼을 적용한다.

E-GMP 플랫폼은 모듈화된 구조와 표준화된 설계방식으로 다양한 종류의 전기차에 적용해 빠르게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가령 같은 플랫폼으로 승용 세단, SUV, CUV 등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E-GMP 플랫폼을 통해 제로백 3.5초 이내, 최고속도 260km 이상을 내는 고성능 전기차까지 선보일 계획이다.

E-GMP 플랫폼의 구조가 기존 내연기관 차량보다 구조가 단순한 만큼 실내공간의 여유가 생기는 것도 장점이다. 아이오닉5는 기어박스를 없애 운전석과 조수석의 이동이 손쉬워지고 1열 보조석이 180도 가까이 높여질 정도로 내부 공간이 넓어질 전망이다. 또 샐내공간도 싼타페나 팰리세이드만큼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그룹 "MEB 플랫폼으로 글로벌시장 1위 도약" 선언

폭스바겐의 MEB 플랫폼 적용 첫 순수전기차 'ID.4'(자료=폭스바겐)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만큼 관심이 높은 것은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이다. 폭스바겐은 2015년 디젤게이트의 여파로 판매량이 급감했고 여전히 판매량이 2015년 이전과 비교해 떨어진 상태다. 폭스바겐으로서는 줄어든 판매량을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지만 디젤차량 대신 전기차에 집중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로 인해 추락한 이미지를 바로잡기 위해 친환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E-모빌리티 추진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2024년까지 약 330억 유로를 투입할 예정이며 이 중 3분의 1인 110억 유로를 폭스바겐 브랜드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2025년까지 총 30개 이상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300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공개했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폭스바겐이 마련한 플랫폼은 'MEB' 플랫폼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11일 미래 모빌리티 전략을 발표하는 디지털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내년 이후 출시 예정인 아우디 e트론 스포트55와 폭스바겐 ID.4 등 신형 전기차 2종을 공개했다. 폭스바겐 ID.4는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장착한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 SUV 모델로 전기차의 대중화를 겨냥한 차량이다.

독일에서 생산되는 ID.4의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저렴한 LG화학의 NCM 712 배터리 셀이 탑재된다. 배터리 용량은 55kW/62kW/82kW 3종류로 출시될 전망이다. 가장 용량이 큰 배터리를 탑재할 경우 ID.4의 최대 주행거리는 WLTP 기준 5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MEB 플랫폼 모습(자료=폭스바겐)

아우디 e-트론 스포트백55는 아우디 부문이 국내에 선보이는 두 번째 전기차 모델이다. 폭스바겐그룹은 폭스바겐의 MEB 플랫폼에 더해 아우디, 포르셰에 적용되는 프리미엄 전기차 전용 플랫폼 PPE도 공개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11일 선보인 전기차 2종을 포함해 3년간 8종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국내에 출시할 계획이다.

GM, 얼티엄 드라이브와 플랫폼 통해 다용도 모델 생산

미국 미시건 주 워런의 GM 기술연구소에 전시된 GM의 전기차 전용 얼티움 모듈(자료=GM)

현대자동차그룹과 폭스바겐그룹 외에 GM도 전용 플랫폼을 선보이며 전기차 전쟁에 뛰어들었다. GM은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북미 시장 전기차 판매 1위를 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이를 위해 GM은 2025년까지 전동화·자율주행 분야에 대한 투자금액을 기존 200억달러에서 270억달러로 상향했다. 또 추후 자본지출 및 제품개발 팀의 절반 이상이 전동화·자율주행 프로그램에 투입될 것이라고 밝혔다.

GM은 2025년까지 새 전기차 모델 30여 종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은 당초 3월에 계획했던 전기차 신모델 12종 출시보다 훨씬 늘어난 수치다. 또 캐딜락 시리즈 전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당초보다 5년 앞당긴 2025년으로 정했고 전기 픽업트럭 모델 GMC 허머EV의 개발 일정도 18개월 앞당겼다.

GM이 공개한 얼티움 드라이브 유닛(자료=GM)

이러한 전기차 확대 계획에는 GM의 전기차용 배터리 플랫폼인 얼티움(Ultium)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GM은 지난 9월 LG화학과 공동 개발한 '얼티움 배터리'를 포함해 전기차 전용 파워트레인인 '얼티움 드라이브' 5가지 유닛을 공개했다. 이 드라이브는 다시 3개의 전기 모터와 상호 호환이 가능해 얼티움 드라이브로 최대 15개의 조합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했다. 나아가 GM은 이들 파워트레인이 각각 전륜·후륜·사륜구동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세분화했다.

GM 산하 브랜드 중 SUV와 픽업트럭을 전문으로 하는 GMC의 순수전기차 '허머EV'(자료=GMC)

GM은 얼티움 드라이브를 사용해 다양한 전기차량을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활용해 전기 픽업트럭이나 전기 SUV도 개발하는 등 활용도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저작권자> 디지털 세상을 읽는 미디어 ⓒ디지털머니 | 재배포할 때에는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