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단까지 단 17분..기초과학연구원, 초고속 '나노 PCR' 기술 개발

이기철 기자 승인 2020.12.04 18:23 의견 0
지난 12월 3일 개최된 연구성과 브리핑에서 정지용 연구원(왼쪽, 제1저자), 천진우 IBS 나노의학 연구단장(오른쪽, 공동교신저자)가 나노PCR을 시연하는 모습. (자료=IBS)

[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현장에서 단 17분 안에 진단할 수 있는 초고속 '나노PCR'(nanoPCR)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단장 천진우 연세대 교수)은 3일 천 단장과 이재현 연구위원(연세대 고등과학원 교수)팀이 하버드의대 이학호 교수팀과 함께 나노자성물질을 이용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17분 안에 정확히 검출하는 현장진단(POC)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정확도 기존 검사와 유사한데 검사 속도 획기적 개선

현재 코로나19 검사에는 항체 기반 신속 진단키트와 RT-PCR이 사용되지만, 국내 확진에는 정확도가 높은 RT-PCR 방식이 표준방법으로 채택돼 활용되고 있다. 항체반응 진단키트는 진단 속도는 빠르지만, 정확도가 낮다.

그러나 현재의 RT-PCR 방식은 검체 채취에서 바이러스 검출까지 4시간 이상이 걸려 현장 대응이 어렵고, 고가의 대형 장비를 갖춘 병원이나 연구소 등으로 바이러스 검체를 운송해 진단해야 하는 등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점이 있다.

RT-PCR과 nanoPCR의 온도 변화 사이클 속도 비교(자료=IBS)

연구진은 RT-PCR의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플라스모닉 금속 물질과 자성을 띠는 물질을 결합한 30~40㎚(나노미터 :10억분의 1m) 크기의 '마그네토 플라스모닉 나노입자'(MPN)를 개발, 유전자 증폭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

MPN은 특정 파장의 빛을 쪼이면 빛 에너지를 빠르게 열에너지로 바꿔주는 나노입자로, 바이러스 유전물질이 함유된 용액의 온도를 90℃ 이상으로 빠르게 상승시켜 분열을 촉진한다.

연구진은 바이러스 RNA를 추출한 뒤 이 열에너지를 활용해 초고속으로 온도를 올렸다 내리는 작업을 진행, 기존 RT-PCR에서 2시간 이상 걸리던 유전자 증폭 과정을 5분 이내로 줄였다.

나노PCR 기술, 향후 다른 바이러스 진단으로 활용 기대

nanoPCR 기술을 이용한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 과정(자료=IBS)

MPN은 또 자성을 띠고 있어 증폭 과정이 끝난 뒤 외부에서 강한 자기장을 걸어주면 유전물질과 자동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소량의 유전물질로도 정확하게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검출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이 나노PCR을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고 가벼운 크기(15x15x18.5㎝. 3㎏)로 제작해 코로나19 확진자 75명과 대조군 75명 검체를 검사한 결과, 정확도는 99% 이상, 민감도는 3.2 copies/㎕로 기존 RT-PCR 방식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천 단장은 "PCR 구동 방법을 개량하고 소형화해 코로나19를 현장에서 손쉽고 신속하게 진단하는 PCR 기술을 개발했다"며 "코로나19뿐 아니라 향후 다양한 바이러스 전염성 질병진단에 유용한 플랫폼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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