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서 업데이트' 피해자가 애플스토어 직원에게 무시를 당한 뒤 올린 당시 상황 이미지. (자료=클리앙)
[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손님, 영어 할 줄 아세요?"
애플이 최근 공개한 차세대 맥OS ‘빅서(Big Sur)’로 인해 구형 맥북이 먹통이 되는 사례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 같은 사례가 연이어 발생해 소비자들은 OS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와중에 애플스토어는 망가진 맥북의 원인을 구형 기기를 사용하는 소비자 탓으로 몰아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더구나 AS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가 상급자와의 면담을 요청하자 애플스토어 직원이 매니저가 외국인이라며 "손님, 영어 할 줄 아세요?"라며 상대를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보여 논란이 커지고 있다.
■ OS 업데이트에 갑자기 맥북 '먹통'..해외서도 동일 현상 속출
2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 제품에 대한 고객관리 문제가 꾸준하게 지적이 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애플이 내놓은 OS가 '먹통 기기'의 원인으로 추정되면서 책임 소재를 밝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내 매장에서 고객에게 한국어도 아닌 영어로 항의를 하라는 황당한 반응에 애플 기기를 사랑해 왔던 많은 이용자들이 실망을 넘어 분노하고 있다.
해외 언론에서도 맥OS 업데이트 후 '벽돌(Brick)'이 된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자료=구글)
우선 올해 맥북은 역대 최고 가성비 맥북을 내놓았다. 자체 개발한 통합 프로세스 'M1'이 애플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돼 이전 인텔 프로세서를 쓴 제품에 비해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 주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제는 M1 발표와 함께 애플이 배포한 맥OS '빅서'다. 구형 모델 맥북에서 빅서로 업데이트한 이후 부팅조차 안 되는 사례가 계속 확인되고 있다.
한 소비자가 빅서 업데이트후 맥북이 먹통이 된 맥북을 들고 서울 가로수길에 위치한 애플스토어를 찾았다. 해당 소비자에 따르면 애플 직원은 "무상 AS 기간이 끝났으니 유료로 수리해야 한다. 수리비는 50만원"이라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맥북의 신형 OS '빅서'는 큰 관심을 받았지만 구형 맥북 사용자에게는 맥북을 먹통으로 만드는 킬스위치가 됐다. (자료=애플)
이 소비자는 이상 증상이 없었고 계속 새 버전으로 업데이트하라는 알림에 업데이트를 했을 뿐이라며 유상 AS를 납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애플 직원은 "빅서에는 어떠한 문제도 없다"며 자사 OS가 완벽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이어 "빅서 업데이트로 인해 기기에 내재된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는 다소 황당한 설명을 했다.
화가 난 소비자는 "그럼 업데이트 이전의 문제가 내재된 상태로 되돌려달라"고 말했으나 애플 직원은 그럴 수도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이미 빅서 업데트로 인해 잘 써오던 맥북이 먹통이 된 국내외 사례가 많이 발견됐기에 소비자는 자신의 책임 아닌 애플 측의 OS 불량 문제라 생각했다. 소비자는 다시 애플스토어를 찾아 매니저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직원은 "영어 할 줄 아냐"며 문제를 제기하는 소비자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어렵게 만난 매니저는 소비자에게 "저희는 업데이트를 강제한 적이 없다. 업데이트는 고객의 선택이었다"라며 "원래 AS 기간이 지난 제품은 사용에 유의해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면 저도 구형 맥북이 있는데 업데이트를 안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논란 확산에 부랴부랴 홈페이지 공지..근본 해결책 제시 못해
애플코리아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빅서 관련 공지사항. (자료=애플코리아)
이같은 사례가 온라인으로 퍼지며 애플의 AS 정책에 대한 불만이 속출하자 애플은 황급히 홈페이지에 구형 맥북의 대응책을 공지했다. 애플은 공장 초기화에 가까운 수준인 SMC(시스템 관리 컨트롤러)의 재설정 방법 및 부팅 관련 정보가 저장되는 NVRAM 및 PRAM 재설정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구형 맥북에 구 버전 맥OS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 중 누구든 실수로 OS를 업데이트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애플 제품을 추후 재구매하지 않겠다며 분노했다.
한 네티즌은 "진짜 쓰레기 같은 대응이다. 말하는 방식이 저따위라니. 세계 최정상급 기업이 맞나 싶을 정도"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최소한 삼성은 기사와 센터장에게 재량권이 있고 저 정도 문제이면 재량으로 무상 수리를 해준다"며 삼성전자의 AS가 훨씬 낫다고 말했다. 세계 최상위급 기업이지만 AS 문제만큼은 중소기업보다 못하다는 혹평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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