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박이 지난 6월에 '코박 블랙'을 통해 모금한 자산을 다른 곳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자료=코박)
[디지털머니=이기철 기자] 국내 최대 가상자산 커뮤니티가 이용자들로부터 모금한 7억원대의 가상자산(암호화폐)을 목적외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코박은 지난 6월8일 코박의 프라이빗 토큰 판매 서비스 '코박 블랙'을 통해 바이프로스트(BIFROST) 토큰을 판매했다. 바이프로스트는 스마트컨트랙트를 기능적으로 나누어 개별 앱들이 여러 블록체인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미들웨어 프로젝트다. 바이프로스트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국투자파트너스, 블록워터, 블록크래프터스캐피탈, 100&100 등의 투자를 유치하기도했다.
코박 블랙은 자산 5억원 이상 혹은 연소득 1억원 이상 증빙 가능한 전문 투자자를 회원으로 모집해 프라이빗 토큰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다. 코박 블랙에 선정된 프로젝트는 토큰 판매를 통해 상당한 투자금을 모을 수 있다.
이때문에 바이프로스트가 모금한 자산 규모도 상당했다. 모금은 이더리움(ETH), 테더(USDT)로 진행됐으며 최종 모금된 이더리움 수량이 1287개, 테더가 6만9555개가량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후 3시50분 현재 이더리움의 개당 가격은 51만2500원(빗썸 기준)이다. 모금된 이더리움 가격을 원화로 환산하면 약 6억6000만원이다. 테더는 약 7758만원어치가 모금된 것. 총액으로는 7억원이 넘는 금액이다.
문제는 코박이 모금된 자산을 바이프로스트에 건네주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해당 자산의 상당수를 엉뚱한 코인에 투자했다는 것.
코박이 투자모금 시 사용한 지갑 주소(0x56cB914f0f73e5EE6aFAB45323990A50950497aE)에 있던 이더리움 중 1068개가 KFC 파이낸스(KFC코인)로 송금된 것이 확인됐다. KFC 코인은 채굴 토큰으로 일정 수량을 스테이킹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코박이 KFC 코인을 스테이킹하고 이자 보상을 얻기 위해 모금된 자산을 KFC 코인 지갑으로 송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의혹대로라면 투자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 일종의 자금유용인 셈이다.
바이프로스트 관계자는 "처음 코박을 통해 모금할 당시만 해도 바이프로스트가 상장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어 모금된 투자금을 제3의 기관에 보관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해 코박에 보관했다"며 "투자자들이 송금한 코인 트랜잭션을 통해 의문을 제기해 어제 사실을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코박 측은 "상장이 확정되지 않은 프로젝트에 대해서 모집된 투자금을 코박에서 보관후 상장전 프로젝트사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해왔다"며 "해당 조건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토큰세일을 진행하는 프로젝트와 중개하는 코박이 계약 과정에서 동의해 온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바이프로스트 팀은 논란이 일자 공지를 통해 코박으로부터 투자자금을 회수해 전액 환불한다고 밝혔다. 바이프로스트 측은 "바이프로스트와 그에 기반한 디파이(DeFi) 프로젝트인 BiFi 론칭에 따라 저희 개발계획과 상장전략이 조정되고 있다"면서 "여러분들의 투자 기회를 빼앗지 않기 위해서 저희 팀에서는 코박 블랙과 퍼블릭에서 참여한 투자자분들에게 (투자금을) 전액 환불해드리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환불 과정에서 소요되는 환불수수료와 환불 물량 전송을 위한 거래수수료도 계약조건에 따라 바이프로스트 측이 전액 부담한다.
하지만 바이프로스트에 기대감을 갖고 투자한 이들은 투자금을 돌려받게 됐지만 허탈함은 여전하다. 초기 투자자들은 해당 코인을 책정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바이프로스트의 코인이 대형 거래소에 상장되면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한 만큼 손해를 안 볼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바이프로스트가 투자받은 자산을 전액 환불하기로 결정했기에 저렴하게 코인을 구입한 기회가 사라지게 됐다.
이에 대해 코박 측은 "바이프로스트 및 모든 ICO 모금액을 제외한 유휴자산 일부를 KFC 파이낸스에 예치했다"며 "이 과정에서 탈중앙 지갑이 사용돼 트랜잭션 상 오해를 살 수 있게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투자금이 아닌 유휴자산을 활용한 것이고 투자금과 무관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투자금을 보관하는 지갑 주소를 정확히 표기하는 등 자산 관리에 대한 개선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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