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핀테크기업 앤트그룹 글로벌 최대 IPO 돌연 연기..39조원 오리무중

김지성 기자 승인 2020.11.04 17:41 의견 0
 

[디지털머니=김지성 기자] 중국의 대표 핀테크 기업으로 오는 5일 상장(IPO)을 앞두고 있던 앤트그룹이 돌연 상장 절차를 중단해 전세계 금융업계를 놀라게 했다. 

앤트그룹이 상하이와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이 될 경우 345억 달러(한화 약 39조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단 며칠 만에 39조원이 증발해버렸다.

상하이와 홍콩 증권거래소는 3일 오는 5일 상장이 예정됐던 앤트그룹의 상장을 연기한다고 갑작스레 밝혔다. 거래소에서는 이후 상장 일정이 재개될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사실상 무기한 연장이 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최대 상장 규모로 평가되던 앤트그룹 기업공개가 연기되면서 글로벌 핀테크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 앤트그룹은 어떤 기업

앤트그룹은 마윈이 설립한 최대 전자상거래기업인 알리바바의 자회사로 중국의 양대 간편결제 서비스 가운데 하나인 알리페이를 운영하고 있다. 알리페이는 9억명 이상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중국의 양대 간편결제 서비스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있다.

앤트그룹은 지난 2014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설립했으며 간편 결제서비스 알리페이를 비롯해 자산관리와 신용평가, 인터넷 뱅킹 사업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중국내 알리페이 사용자가 9억명에 이르며 지난 2018년에는 1500억 달러(약 171조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 이후 세계에서 가장 주목되는 스타트업이자 핀테크 기업으로 불려졌다.

앤트그룹이 급성장은 중국 정부의 핀테크 산업 장려 정책 때문이다. 금융 분야에서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뒤쳐져 있던 중국은 아예 신용카드 시장을 뛰어넘어 디지털 결제 시장으로 월반을 했다. 특히 중국 정부는 디지털화폐를 통해 기축 통화인 미국 달러화 시장에 준하는 새로운 디지털 위안화 시장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중국정부는 핀테크 산업을 장려해왔다.

이 때문에 전자결제 시장규모는 2019년 201조 위안에서 2025년 412조 위안으로 연평균 17.5%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앤트그룹은 중국 핀테크 산업의 압도적 1위로 정부의 정책과 시장의 변화에 적응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기업으로 평가됐다.

■ 증발한 345억 달러

앤트그룹은 중국판 나스닥 시장인 커촹반(과창판·과학혁신판)과 홍콩 증시 동시 상장을 준비해왔다.

앤트그룹의 중국 증시 공모가는 주당 68.8위안(약 1만1613원)으로, 홍콩 증시 공모가는 주당 80홍콩달러(약 1만1664원)로 결정됐다.

앤트그룹이 상장절차를 무난히 밟았다면 345억달러 자금을 조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초 예상치 350억 달러에 비해 소폭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종전 세계 최대 IPO 기록을 세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256억 달러)와 모회사 알리바바(250억 달러)를 크게 넘는 수준이다.

상장후 앤트그룹 시가총액은 약 3130억 달러로 예상됐다. 이는 미국 월가의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시가 총액 3163억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핀테크 기업이 기존 은행의 가치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측면에서 시선이 집중됐다.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을 창업한 마윈. 

■ 상장 연기 왜?

중국 정부와 앤트그룹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돌연 상장이 중단된 것은 창업자 마윈이 중국 정부를 겨냥한 쓴소리를 공개석상에서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 와이탄 금융 서밋 기조연설자로 나서 "좋은 혁신가들은 감독을 두려워하지만, 뒤떨어진 감독을 두려워한다"며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관리할 수 없듯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미래를 관리해나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는 왕치산(王岐山) 국가 부주석, 이강(易綱) 인민은행장과 금융권 최고위 당국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금융당국의 엘리트들이 대거 나선 이 행사에서 마윈이 중국 금융 엘리트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에 정부가 발끈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지난 2일 상하이 증권거래소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증권감독관리위원회·은행관리감독위원회·외환관리국의 4개 기관이 마윈와 회장·총재 등을 ‘웨탄(約談·면담)’을 했고 다음날 바로 상장 절차를 중지시켰다.

중국 외부에서는 앤트그룹의 상장 유예를 마윈과 중국 금융당국으로의 단순 갈등만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중국 당국이 사기업인 핀테크 기업 규제를 제대로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NYT는 “앤트그룹은 알리페이를 통해 중국인들의 지불 패턴을 바꿨고, 중국 금융당국이 이를 유심히 지켜봐 왔다”며 “중국 금융당국에 앤트그룹은 (금융 당국의) 통제권을 벗어날 수 있기에 오랜 기간 우려의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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