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배터리 전쟁'] ① 한국 등 '아시아 빅3' 세계시장 90% 차지 '황금알'

김정태 기자 승인 2020.08.25 15:52 | 최종 수정 2020.08.26 08:46 의견 0

최근 우리나라가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세계 전기자동차 3대 중 1대에 한국 제품이 장착될 만큼 우리 배터리 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3국 간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향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우리의 과제를 4회에 걸쳐 점검한다. <편집자 주>

 올해 상반기 우리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4.5%(10대 배터리 업체, 출하량 기준)로 경쟁국인 중국(32.9%)과 일본(26.4%)보다 앞섰다. (자료=디지털머니)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전기차 배터리(2차전지)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린다. 미래 산업의 '먹거리'로 첫손에 꼽히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분야다. 전문가들은 기술력, 점유율, 규모의 경제를 고루 갖춘 5개 미만의 업체가 시장을 독점, 또는 과점하는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서둘러 이 분야의 경쟁력을 대폭 강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 우리나라 배터리 수출, 연평균 12.8% 성장 '고공행진' 

25일 업계와 무역협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 세계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717만 대로 전년 대비 40.3% 급증했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도 2016년 150억 달러(한화 약 16조6800억원)에서 2019년 388억 달러(약 43조1000억원)로 2배 이상 가파르게 성장했다.

우리나라의 배터리 수출은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연평균 12.8%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우리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34.5%(10대 배터리 업체, 출하량 기준)다. 경쟁국인 중국(32.9%)과 일본(26.4%)을 앞서 처음으로 1위 자리에 올랐다.

세계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배터리 시장 역시 크게 주목 받고 있다. 이와함께 배터리 시장 전체의 9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한·중·일 3국 사이에 주도권 다툼이 치열하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도 급증하기 때문이다. 배터리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 역할을 대신한다. 전기차 원가의 약 40%를 차지해 기술력 있는 배터리의 안정적 공급은 전기차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완성차 업체들은 우수한 배터리 공급처 확보에 주력하는 이유다.

세계 각국은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 체결 후 국가별 탄소 배출 감축 목표 이행을 위한 우선 과제로 정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시장의 내연기관 판매 금지, 연비 규제 등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선두주자인 유럽연합(EU)은 오는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총량 제로를 목표로 ‘유럽 그린 딜(European Green Deal)’을 추진 중이다.  2030년부터는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내연기관의 자국 내 생산 및 판매 금지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자동차 시장은 이이 전기차가 대세"라며 "자동차산업과 배터리산업 모두 강점을 지닌 우리나라에게 유리한 구도가 조성되고 있다"며 기대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자료=무역협회)

■ 세계 전기차 시장 전면전 예고..한·중·일 배터리 순위 다툼 치열  

한·중·일은 배터리 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로 글로벌 생산량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우리나라는 IT기기 등 소형 배터리 기술력과 업계의 지속적인 R&D 투자를 바탕으로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과 전기차 보조금 등 정책적 지원을 통해 자국의 배터리 산업을 육성 중이다.  완성차 업계에 차량 판매의 일정 비율을 신에너지 자동차로 채우게 하는 ‘신에너지차 의무생산제(New Energy Vehicle Credit)’를 통해 올해 12%에서 2025년까지 25%로 확대할 예정이다.

일본은 일찌감치 원천 기술과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 로드맵을 통해 성장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전기차 생산 초기인 2013년에 파나소닉이 테슬라와 배터리 공급 장기 계약을 체결 하면서 안정적 판로를 확보했다. 2050년까지 자국 내 내연기관 차량의 추가 유입(생산·수입)을 전면 금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2025년까지 전기차 누적 113만 대, 수소차 누적 20만 대를 각각 보급한다. 승용차 평균 연비 기준 역시 올해 리터당 24.3킬로미터 에서 2030년 리터당 28.1㎞로 강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장기간 연구개발(R&D) 투자로 인한 적자 누적, 중국과 일본의 점유율 추격, 완성차 업체와의 전략적 관계 설정 등 헤쳐가야 할 중장기 과제도 녹록치 않다.

앞으로 완성차 업체까지 배터리 시장 진입에 가세하면서 향후 배터리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테슬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배터리 원가 인하 및 기술력 확보를 위해 직접 생산을 준비 중이다. 게다가 배터리 기술력을 가진 중소업체를 인수하거나 합작사 설립 등을 통해 배터리 생산 공정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 손창우 수석위원은 "현재는 배터리 제조사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향후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개발 수준에 따라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디지털 세상을 읽는 미디어 ⓒ디지털머니 | 재배포할 때에는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