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미국·중국 빅2 시장이 침체되면서 세계 배터리 업체의 순위도 변동했다. (자료=업계 종합)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 중국, 일본 3국의 점유율 폭도 커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몇몇 해외 업체는 역성장했다. 이에 비해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우리나라 기업은 선전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앞으로 상위 5개 업체만이 전세계 배터리 시장의 80%를 장악할 것이라는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분석에 주목해야 할 이유도 많다. 배터리 산업은 아직 초기인 만큼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국내 빅3 역시 돌발 변수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 4위 LG화학, 중국·일본 경쟁 업체 제치고 첫 세계 1위 등극
26일 무역협회가 최근 발간한 '트레이드 포커스'에 따르면 한·중·일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올해 상반기에 뒤집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1,2위였던 중국의 CATL과 일본의 파나소닉이 올해 2, 3위로 밀려났던 것. 반면에 4위였던 LG화학이 단박에 1위로 뛰어올라 업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 5년간 한·중·일 3국의 시장 점유율 변화를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중국과 일본은 각각 소폭 증가하거나 감소했다. SNE리서치는 이들 3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지난 2016년 71.2%에서 올해 93.8%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중 우리나라는 2016년 9.5%에서 올해 34.5%로 급격히 증가했다. 중국은 올해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섰고, 일본은 2018년 이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그러나 점유율 순위는 언제든지 다시 뒤바뀔 여지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향후 중국의 경기 회복 및 미국과 유럽 시장 내 중국, 일본 업체의 판매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전 세계 시장 규모의 절반 수준을 차지한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2014년 이후 연평균 106.1%씩 급격히 성장했다. 2019년에는 전년 대비 46.3% 증가한 335만 대를 기록했다. 중국 시장의 수요 변화가 글로벌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 셈이다. 유럽과 미국은 2025년에나 가야 각각 14%와 11%를 차지할 전망이다.
제조업과 달리 신산업에서는 다양한 요인들이 경쟁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배터리 산업은 아시아 3국의 기존 경쟁 양상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전통적 제조업에서는 일본이 신기술 개발(First Mover)로 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우리나라가 빠르게 추격(Fast Follower)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 뒤늦게 중국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최대 제조국(Mass Producer)으로 성장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경쟁 심화에 따라 한·중·일 3국의 점유율 변화 폭도 커지는 양상이다. (자료=무역협회)
■ 국내 3사, 美·中 갈등 속에서도 '선택과 집중' 다양한 수요처 개척
배터리 산업을 포함한 신산업의 경쟁 구도는 투자 불확실성(기업), 보조금 정책(정부), 통상 이슈(국제 관계) 등 여러 요인으로 시시각각 변한다. 한때 세계시장을 선도했던 일본은 전기차 배터리 원천 기술 확보 이후 투자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안정적인 확장을 추구했다. 그후 적극적 투자 시기를 놓쳐 한국과 중국이 기술력을 확보할 시간을 벌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 동안 중국은 대대적인 보조금 정책으로 내수시장을 확보한 후 점차 보조금을 줄여나가는 단계적 육성책을 지속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체 기술력를 키우며 자국 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동시에 유럽 진출 등 시장 다변화에도 적극적이다.
우리나라는 공격적인 자금 투입을 통해 국내외 대량 생산시설과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 아래에서도 다양한 수요처를 개척한 것도 현재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끼쳤다. 자신감을 얻은 국내 '배터리 3사'는 각각의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연간 1조원 이상의 연구개발비 중 30% 이상을 배터리 부문에 매년 투자한다. 일본의 파나소닉과 중국의 CATL이 각각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 내수 시장에 치우쳐 있다. LG화학은 폭스바겐, 포드, 르노, 볼보,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고루 납품하고 있다. 안정적 수요를 확보했다는 게 LG화학의 최대 강점이다.
삼성SDI는 무리한 저가 수주 대신 안정적 수익을 내는 계약 위주로 사업을 추진한다. 투자 역시 급격히 생산 시설을 늘리기 보다는 차세대 배터리 및 양극제 생산 등 기술력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실화와 안정적 수익 추구가 중장기 목표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배터리 3사 중 후발주자에 속하지만 8년간 10조 이상을 투자했다. 현재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 내재화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폭스바겐에 납품 단가 인하, 배터리 공장 건설 제안 등으로 미국 현지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무협 관계자는 "그간 우리 기업이 적자를 감내하면서 이뤄온 꾸준한 투자와 기술 축적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부의 제도적 지원과 산업 생태계 구축 등이 뒷받침 된다면 배터리 시장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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