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배터리 전쟁'] ③ 원가 인하 '초경쟁 시대'..합종연횡 ‘새판 짜기’

김정태 기자 승인 2020.08.29 01:00 | 최종 수정 2020.08.29 03:27 의견 0
(자료=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무역협회 종합)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일제히 전기차의 생산 확대 계획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25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최소 1012만 대에서 최대 1963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발 맞춰 최근 배터리 시장에서는 글로벌 가격 경쟁을 촉발하는 몇 가지 결정적인 변화가 관측된다.

 ■ 전기차 주행거리·유지 비용, 가솔린 차량 수준까지 근접 

29일 국내·외 업계에 따르면 가장 주목되는 것은 전기차의 사활을 좌우하는 배터리의 성능 개선과 이에 따른 가격 하락이다. 몇 년 새 배터리 기술이 일취월장하면서 에너지 밀도는 물론 주행거리가 현저하게 증가됐다. 

실제로 2013년 130Wh/L, 2016년 300Wh/L 수준이던 리튬이온 배터리 셀의 에너지 밀도는 현재 800Wh/L까지 개선됐다. 2016년 전기차 주행거리 중위값은 134km였지만 최근에는 670km를 넘어서는 차량이 개발(테슬라) 되는 등 가솔린 차량 수준까지 근접했다.

배터리 단가는 2010년 대비 84.4% 하락한 1kWh당 156달러까지 하락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는 2024년경 배터리팩 가격이 kWh당 100달러 이하로 내려가면서 내연기관과 유지비용이 같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생산 공정의 효율화와 규모의 경제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연간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팩의 평균 가격은 1kWh당 156달러다. 2010년 1000달러에 비해 84.4% 내려간 수치이다. 이를 위해 업계는 비싼 원료인 코발트 대신 니켈과 망간의 비율을 높였다. 더불어 글로벌 수요 증가에 힘입은 공장 증설 등 대량 생산 기반을 마련한 덕분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생산 원가 절감을 위한 기술력 선점과 가격경쟁력 확보가 향후 시장 우위를 점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는 배터리 제조사가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개발 수준에 따라 얼마든지 경쟁 구도를 새롭게 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분석이다. 

완성차 업계의 배터리 직접 생산 추진의 배경에는 미래 초과 수요 전망에 대비한 안정적 배터리 조달이 급선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와 함께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크게 작용한다.

(자료=업계·무역협회 종합)

■ 배터리 자체 개발 나선 완성차 업계, 배터리 업계와 한판 승부  

완성차 업체들도 배터리 자체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확대로 2년 뒤면 배터리 공급 부족 현상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SNE리서치는 내년까지 글로벌 배터리 수요 대비 141GWh의 초과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2022년 이후에는 수요와 공급이 역전돼 2023년 140GWh, 2025년에는 361GWh 정도의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파악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자체 개발에 뛰어들면서 배터리 업계와의 경쟁 구도 형성은 불가피하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상당한 자금을 이 부문에 투자한 상태다.

이 중에 BMW는 자체 배터리 개발을 위해 지난 4년간 2억 유로(약 2803억 원)를 투자해 왔다. 독일 뮌헨에 '배터리 셀 경쟁력 센터'라는 R&D시설을 설치하고 200여명의 연구 인력을 채용했다. 도요타 역시 일본 후지산 인근 연구소에 1조 5000억 엔(약 16조 6884억 원)을 투자해 자체 배터리 개발에 나섰다.

글로벌 합종연횡이나 생산 현지화 작업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대부분의 배터리 업체는 향후 안정적 배터리 판매처 확보를 위해 완성차 업체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맞서 완성차 업체는 단가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공급선 다변화에 심혈을 쏟고 있다.

일례로 미국 테슬라는 일본의 파나소닉과의 독점적 거래에서 벗어나 지난해 LG 화학 및 중국의 CATL과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와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배터리 3사 간의 공급 계약이 논의된다.

점유율 확대를 위한 현지 생산기지 확충 경쟁은 현실이 된 지 오래다.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CATL은 지난해 10월 독일 튀링겐 주에서 첫 해외 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미국, 중국, 헝가리, 폴란드 등에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의 확산과 스마트폰 시장의 위축 등 대외 환경의 변화로 일부 전략을 수정중이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는 "조만간 배터리의 전기차 내 원가 비중 역시 40%대에서 20%대로 하락할 것"이라며 치열한 경쟁 시대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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