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쳐 인 북] 상상하는 것만으로 범죄자가 되는 세상..소설 ‘상상범’

사회에 의해 개인의 삶이 통제되어야 한다면

이성주 기자 승인 2020.12.14 10:10 | 최종 수정 2020.12.14 10:41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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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머니=이성주 기자] 상상은 현실을 만들어내는 힘을 가진다. 일어나고 있지 않은 일을 상상하고 또 꿈꿀 때 우리의 오늘은 한 걸음씩 미래로 향해 간다. 또 상상은 힘든 일상을 대신해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 소설 ‘상상범’의 세상은 상상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상상범’이 그리는 사회는 2331년의 먼 미래다. 3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후 우라질(URAZIL)이라 불리는 사회에서는 상상하는 것이 유죄가 된다. 사회는 연합공화국의 체제로 뭉쳐 있다. 사회를 부흥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기업 로텍이 중심에 있다.

우라질은 모래 폭파 실험 여파로 거대한 모래폭풍에 휩싸인 상태다. 사람들은 따가운 모래 소용돌이 속에서 죽어가고 소규모 전쟁과 테러가 끊이지 않는다. 아비규환이라 표현할 수 있는 풍경이다.

이에 사람들은 국민 모두를 범죄자로 만들 수 없다며 '범죄완화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킨다. 살인 이하의 죄를 저지른 자를 전부 석방하는 안이었다. 이 법이 실효됨에 따라 사실상 거의 모든 종류의 범죄가 법적으로 허용된다.

하지만 범죄자의 수 만큼 우라질 전체 생산량의 90%를 차지하고 있던 교도소 체인 로텍의 생산량 또한 격감하자 사람들은 상상을 법으로 금지하는 결정을 내린다. 모든 범죄가 인간의 상상에서 비롯된다는 이유다. 교도소에 갇힌 사람들은 상상이 죄가 되는 이유조차 모른 채 상상할 때마다 스스로 버튼을 눌러야 했다.

미래 사회. 특히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리는 다양한 SF 물에서 개인은 종종 거대 권력에 의한 폭력과 억압에 놓인다. 또 과학 기술 발달은 인간 본연의 가치보다는 빅 데이터와 정보에 초점을 두고 개인의 기본권을 뒤로한다. 범죄를 예방한다는 이유로 사생활 침해가 정당화되기도 한다.

상상을 금지하는 세상 자체는 극단적인 상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인간 개인의 생각을 통제할 수 있는 세상이란 의미이기 때문. 하지만 개인 정보가 하나의 데이터가 돼 세계 곳곳으로 쉽게 퍼져나가는 세상. 기억 마저 데이터로 만들어 활용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세상을 보자면 완전히 비현실적이고 허무맹랑하게만 들리지 않는다.

가까운 미래. 우리는 인간의 주체적인 생각과 판단 또한 디지털 진화에 역전당할 날을 마주할 수 있다.

미국 UCLA대학의 통합생물학과 알렉시스 베데카라츠 교수 연구팀은 바다에 사는 연체동물인 ‘군소(Aplysia kurodai)’ 한 개체에서 다른 개체로 기억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암울한 미래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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