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머니=박응식 기자] 올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이슈로 '타다' 논란을 꼽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없다.
올 봄 택시기사들의 분신자살까지 이어지면서 택시업계는 '타다 퇴출 운동'에 돌입했다. 지난 6일에는 급기야 이른 바 '타다금지법'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대통령령이 정한 렌터카의 운전자 알선 허용 범위를 법률에서 직접 규정하도록 하고 있다. 관광 목적으로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빌리는 경우 등에 한해서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차량 대여 시간도 6시간이 넘어야 한다. 자동차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인 경우로 한정된다.
개정안은 공포 후 1년 뒤에 시행된다. 다만 처벌시기는 개정안 시행 후 6개월까지 유예된다. 타다에게 주어진 시간이 1년 6개월 정도 남은 셈이다.
타다는 단지 택시업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앞으로 닥칠 사회적 변동과 혼란의 단면을 보여준다. ‘규제의 사회적 정당성’ ‘기존 종사자의 피해’ 등 문제 해결에 적용해야 할 기준도 다양하다. 서로 상충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전문가들도 조금씩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 이재웅 대표, SNS로 연일 정부와 정치권 비판
이번 의결로 타다 금지법의 실제 입법까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와 본회의 처리만 남게 됐다. 법안이 국회를 최종 통과할 경우 2021년부터는 소비자들이 타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타다를 서비스하는 VCNC(쏘카의 자회사) 측은 개정안 의결 직후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개정안의 부당함을 연일 주장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페이스북에서 “타다 금지법이 150만 타다 이용자의 편익과 1만 타다 드라이버, 수백의 직원들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며 “합법적인 틀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갑자기 불법화되어 사업을 접을 위기에 (놓여) 있는 모빌리티 기업의 많은 일자리를 생각해서 타다 금지법 통과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
이 대표는 또한 국토부에도 “2012년 다른 나라에서는 허용돼 있는 기사 알선 렌터카를 국민 편의를 위해 확대 허용하겠다고 했는데, 지금 무엇이 달라졌는지 (국토부가)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해명을 요구했다.
2012년 당시 국토부가 입법 예고한 여객운수법 개정안은 렌터카의 운전자 알선 범위를 제한적 허용에서 원칙적 허용으로 전환해주는 내용을 담아 렌터카 활성화법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후 택시 업계 반발이 거세져 이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를 지적하면서 “7년이 흐른 지금 외국에는 다 있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못 들어오고 겨우 타다와 몇몇 업체만 11~15인승 기사 알선 규정을 이용해 승차공유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며 “그마저 1년 만에 타다 금지법이 제안돼 통과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한편, VCNC는 타다 이용자와 드라이버를 대상으로 약 5일간 ‘타다금지법 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7만8633명이 참여한 결과를 지난 17일 국회의원들에게 전달했다. 또 ‘타다’ 또는 동종 서비스 ‘차차’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운전기사들은 지난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타다 금지법의 철회 촉구를 위한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 소비자들 "타다는 혁신 서비스"
이용자 편의 관점에서 보면 타다는 혁신 서비스다. 이용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택시와 경쟁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는 것은 ‘소비자가 선택한 서비스’라는 얘기다. 대다수 성공한 인터넷 서비스가 이용자 편의를 개선한데서 출발했다는 점을 보면 타다도 기존 혁신 서비스들과 다를 바가 없다.
일단 승차 거부가 없고 기존 택시 대비 안락함이나 요금시비 발생 여부 등에서 여러모로 낫다는 것이 대체적인 이용자 반응이다.
실제 이용자들은 대체로 여객법 개정안에 소비자 의견은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내놨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택시업계 표심을 얻으려는 법안일 뿐 승객에 대한 이해와 서비스 혁신, 미래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는 불만이다. 이용자들은 잦은 승차거부, 기사와 불필요한 대화, 난폭운전, 불쾌한 냄새 등으로 기존 택시에 불만이 많았는데 타다가 이를 말끔히 해소했다는 평가를 대체로 내놨다.
이 같은 이유로 여객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한기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소비자정책팀장은 “타다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새로운 서비스가 생기고 수요가 뒷받침될 때 정부와 정치권은 신규-기존 사업자 간 공정 경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소비자 편의 제고와 신산업 육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택시업계 눈치를 보느라고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타다는 위생·안전·친절도 차원에서 택시를 향한 불만을 없앴다”며 “기존 시장 변화를 이끌어내고 소비자 후생을 높이는 게 혁신”이라고 말했다. 타다 흥행이 기존 업계에 자극을 줌으로써 택시 승차거부를 줄이고 타다처럼 자동배차 시스템을 적용한 택시가맹사업자가 등장하는 등 전반적인 서비스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혁신적인 시도를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 차단한다면 산업 발전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김경진 의원 "타다는 약탈경제"
무소속 김경진 의원
타다의 혁신성에 대해 무소속 김경진 의원은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지난 11월 논평을 통해 "타다는 법망을 피해 영업하는 약탈적 사업자”라고 밝혔다. 서비스 차원에서 택시보다 향상됐으나 법적 차원에서는 렌터카 면허로 택시운송업을 한 불법 사업자라는 주장이다.
김경진 의원은 "타다는 혁신의 아이콘도 아니고 4차 산업혁명의 선구자는 더더욱 아니다"며 "그저 법을 어겨가며 유상운송체계를 파괴한 범죄자이자, 중개수수료를 갈취해 가는 약탈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타다를 겨냥해 사회적 갈등을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혁신 산업을 죽이느냐 살리느냐라는 이분법적 논의로 몰지 말고 구체적 상생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
김상도 국토부 종합교통정책관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타다만 혁신기업인가. 카카오도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많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마카롱도 혁신을 지향한다”며 “지금 모빌리티 사업을 제도화하지 않으면 다른 기업들은 사업할 기회조차 사라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논의하는 실무기구 내 12개 업체 중 타다만 법제화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며 “혁신기업이라도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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