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품귀] ② 수요 폭증에도 생산량 제한·美 한파 등 악재 겹쳐

김정태 기자 승인 2021.02.20 06:00 의견 0

[디자털머니=김정태 기자] 지난해 2분기까지 코로나19로 인해 대폭 줄어들었던 차량 생산이 같은 해 하반기 회복되면서 치솟은 자동차용 반도체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전세계 차량용 MCU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하는 TSMC의 생산량 제한 발표도 병목 현상을 심화시켰다.

미국 텍사스주를 덮친 기록적인 겨울 한파도 전세계 반도체 품귀 현상을 심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현지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에서 마이크로컨트롤러나 MCU 칩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비해 이를 생산하는 반도체 기업은 적다. [자료=코트라]

■ 핵심 부품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칩 생산기업 적어

20일 업계와 코트라에 따르면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코로나 19 장기화로 생산량 감축에 나서는 등 자동차 산업 전반으로 반도체 부족의 여파가 퍼져나가고 있다. 바이러스 대유행에 따른 타격에서 막 회복하려는 자동차 업계가 맞닥뜨린 반도체 부족 사태는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복합적인 이유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한다.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소비가전, 5G 핸드폰 및 통신망, 게임·IT 플랫폼과 기기 수요가 코로나19와 맞물려 급상승하면서 가전제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반도체의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자동차산업은 지난해 3분기까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기에 주요 반도체 공급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보다 가전 제품용 반도체 주문을 먼저 접수하고 생산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인 IHS 마킷(IHS Markit)은 2월 보고서를 통해 현재의 반도체 부족 문제가 2020년 이전부터 예견된 일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가장 큰 이유는 자동차 산업에서 마이크로컨트롤러(Microcontroller) 또는 MCU(Micro Controller Unit) 칩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비해 이를 생산하는 기업은 적기 때문이다.

MCU는 평균 40나노밀리미터(40nm)의 초소형 칩이다. 이 칩을 제조하는 공정은 매우 높은 자본과 기술력을 요구한다. 따라서 MCU 칩을 공급할 수 있는 공장이 한정적이다. 이에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직접 공장을 가지지 않고 위탁생산을 통해 반도체를 생산한다.

공장없이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고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을 팹리스(Fabless) 기업, 공장을 가지고 반도체를 제조하는 기업을 팹(Fab) 또는 파운드리(Foundry)라 칭한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용 MCU 점유율의 70%를 대표적인 파운드리(Foundry, 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반도체회사(TSMC)가 차지한다. TSMC가 지난해 전반적인 생산량 제한을 발표하며 자동차용 MCU 공급에 병목현상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 모습. [자료=삼성전자]

■ 삼성전자,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 줄줄이 가동중단

하나의 집적회로 안에 프로세서, 메모리, 입출력 버스 등 최소한의 컴퓨터 요소를 내장해 만든 MCU는 모든 전자기기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부품으로 최근에 자동차가 전자기기화되면서 자동차에도 없어서는 안될 부품이 됐다.

자동차용 MCU는 파워트레인, 섀시, 전자 안정 제어장치, 차체 제어 모듈,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 등 차내 다양한 부분에 사용되고 있다. 때문에 이번 반도체 부족 현상이 주로 차량에 들어가는 전자제어유닛(Electronic Control Units, ECU)을 생산, 납품하는 1차 공급업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1차 자동차부품 공급업체인 보쉬(Bosch), 콘티넨탈(Continental), 덴소(Denso) 등의 기업은 최소 30개 이상의 서로 다른 ECU를 만드는데, 최근 외부에서 구매하는 MCU와 아날로그 직접회로(IC)의 공급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IHS 마킷은 복잡한 반도체 제조 공정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반도체 부족사태가 2021년 3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며, 반도체 제조공장들이 생산 역량을 재배치하고 소비 가전에 대한 수요가 잠잠해져야 공급이 정상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코트라 디트로이트무역관 관계자는 "20020년 2분기까지 코로나19로 인해 대폭 줄어들었던 차량 생산이 2020년 하반기부터 정상화되면서 갑작스럽게 치솟은 차량용 반도체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기록적 한파로 미국 텍사스주 주도인 오스틴 소재 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삼성전자의 하루 매출 손실액만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오스틴 공장의 연간 매출액은 3조9131억원이다. 이를 감안하면 가동 중단에 따른 일평균 매출 손실은 107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절대적으로 반도체 재고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 공장의 반도체 생산 중단은 반도체 부족 현상을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전자 외에도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온이 줄줄이 공장 문을 닫았다. 한파가 주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재가동에 사전 점검이 필요한 만큼 생산 재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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