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품귀] ① 자동차공장 80곳 생산 감축..2분기까지 해결 안돼

김정태 기자 승인 2021.02.19 17:19 | 최종 수정 2021.02.19 18:23 의견 0

[디자털머니=김정태 기자]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량 줄인 자동차 공장이 전 세계에서 80군데를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까지 물량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2021년 3분기 이전에 TSMC와 같은 대형 파운더리 기업이 추가 주문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 타격에서 벗어난 반도체 제조공장들부터 생산 역량을 재배치하고 소비 가전에 대한 '분노 소비'가 숙져야 공급 정상화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2021년 1분기 전 세계에서 약 67만2000대의 차량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자료=코트라]

■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약 67만2000대 차량 생산 줄어

19일 코트라에 따르면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난달 말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IHS Markit이 1월 29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반도체 공급 차질로 인해 2021년 1분기 전 세계에서 약 67만2000대의 차량 생산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만 25만 대의 차량 생산이 감축돼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북미에서도 10만 대 이상의 차량 생산이 감축될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전문 컨설팅기업 오토포캐스트 솔루션(AutoForecast Solution)에 따르면 2월 11일까지 반도체 공급 사태로 하루 이상 생산을 중단한 자동차 공장이 전 세계적으로 85곳에 이르다. 북미 23곳, 유럽 26곳, 아시아태평양 지역 36곳으로 아태지역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관찰됐다. 북미에서는 포드(Ford), 스텔란티스(Stellantis, FCA-PGA 합병회사), 혼다(Honda), 토요타(Toyota) 등의 완성차 기업이 1월부터 생산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2월 들어서는 지엠(GM) 역시 북미 내 3군데 생산 공장을 일주일간 중단시키기로 결정했다.

미국 백악관은 최근 미국 내 자동차 생산기업들을 위한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격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했다. 젠 프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공급의 병목구간을 파악하고 즉각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해 관련 기업 및 교역 파트너들과 협의 중이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반도체 산업이 수 년간 마주해 온 공급 병목현상을 피하기 위한 포괄적인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1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최고 경제 고문인 브라이언 디즈가 반도체 부족 문제에 대해 대만 경제부 장관인 왕 메이-화(Wang Mei-hua)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 자동차 기업의 우려를 전달하는 등 외교적으로 사태 해결을 위한 조치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향후 몇 주내 차량용 반도체 등 주요 상품에 대해 범 정부 차원에서 공급망을 검토하도록 지시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YTN]

■ 미국 업계, 자국내 반도체 생산 기업에 정부 지원 촉구

미국 현지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향후 몇 주내 주요 상품에 대해 범 정부 차원에서 공급망을 검토하도록 지시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행정 명령의 초안에는 반도체 제조 및 패키징, 주요 광물, 의료용품 및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 등의 상품의 공급망에 대해 국가경제위원회(National Economic Council)와 국가안보위원회(National Security Council)가 검토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속한 21개의 기업 CEO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반도체를 국내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지원해줄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는 인텔(Intel Corp), 퀄컴(Qualcomm Inc), 어드밴스드 마이크로디바이스(Advanced Micro Devices Inc) 등 미국 내 주요 반도체 기업 CEO가 공동 서명했다.

SIA는 미국 기업의 글로벌 반도체 점유율이 1990년 37%에서 현재 12%까지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과제인 '더 나은 재건'을 위한 정책 자금에 국내 반도체 제조기업을 위한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보조금 또는 세금 공제 형태로 포함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 또한 이번 주 성명을 통해 반도체와 같은 중요 부품의 국내 생산 증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외 조달에 의존하는 첨단기술 상품을 다시 미국 노동자들이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무역 정책을 수립해 줄 것을 바이든 행정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당면한 현실은 물량 부족 사태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특히 미국 업계에 재정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최근의 반도체 공급은 최대 5년가량은 아시아 주도로 흐를 것이라고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반도체를 제조하는데는 12~16주가 걸리고 MCU(Micro Controller Unit)의 경우에는 26주에서 최대 38주까지 리드타임이 소요된다. 현재는 공급 부족으로 인해 거의 모든 칩의 리드 타임이 1~2개월 길어진 상태다. 이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최소한 2021년 2분기까지는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저작권자> 디지털 세상을 읽는 미디어 ⓒ디지털머니 | 재배포할 때에는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