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스케어] ③ 원격의료 선진국 시장 개방 추구.."통상환경 변화 대비해야"

김정태 기자 승인 2020.10.06 01:30 의견 0
(자료=무역협회)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우리나라 디지털 의료산업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세계적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체계적인 통상전략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호기를 맞았지만 대책은 미약한 실정이다.

현재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의 의료 관련 서비스는 시장개방 수준이 낮다. 공급자와 소비자의 이동없이 서비스 자체만 국경을 넘어 제공되는 형태(국경 간 공급, 유형 1)로 이뤄지는 정도에서 제한된다.

그러나 최근 일부 국가들은 포괄적 방식의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협상을 통해 의료 관련 서비스의 시장개방을 추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 ICT 인프라 구축, 국경 간 원격의료 토대 마련

6일 무역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WTO 체제 내에서 회원국내 의료서비스 시장의 개방과 의료서비스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국내 조치의 수준은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 양허 내용에 따라 결정된다. 이 중 WTO/GATS 체계 내에서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건강 및 사회서비스’ 분야는 ‘여행 및 관광서비스’ 또는 ‘은행 및 금융서비스’ 등 기타 서비스 분야에 비해 시장개방 수준이 저조한 편이다.

WTO 국가 가운데 한국·캐나다 등은 의료서비스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미개방한 상황이다. 미국·EU·일본 등도 대부분의 하위 의료서비스 분야를 개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스위스는 의료 및 치의료서비스 분야를 개방했다. 이에 따라 '국경 간 공급'과 공급자가 위치한 영토 내로 소비자가 이동해 서비스가 제공되는 형태(해외소비, 유형 2)의 경우 해외 서비스 공급자에게 어떤 제한도 가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국경 간 공급'은 'WTO/GATS(WTO 내의 서비스 무역협정) 체제 내에서 서비스가 공급되는 4가지 유형 중 하나다. 온라인 도박서비스, 전화를 통한 법률자문서비스, 우편을 통한 회계감사 서비스 등이 해당된다. 또 다른 유형인 '해외소비'는 의료관광, 해외여행, 유학 등을 말한다.

디지털 헬스케어서비스 또는 원격의료서비스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공급유형 1의 경우 상당수 WTO 회원국은 시장개방을 양허하지 않는다. 온라인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1990년대에 양허 협상이 체결됐기 때문에 의료 안전성, 통신네트워크 안정성 등을 이유로 회원국은 국경 간 공급되는 의료서비스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그 후 정보기술협정과 확대정보기술협정으로 인해 원격 의료에 필수적인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도 구축돼 국경 간 원격의료의 토대가 마련됐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에 세워진 과도한 무역장벽으로 인해 국가 간 원격의료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한다. 

실제로 ▲전자적 전송에 대한 관세, ▲자유로운 데이터 이전 제한, ▲데이터 현지화조치, ▲국별로 상이한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체계, ▲특정 암호화 기술을 강제하는 조치 등이 국경 간 원격의료서비스를 저해하는 대표적인 디지털무역장벽들이다.

무협 관계자는 "의료정보를 포함해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전과 활용을 추구하는 새로운 국제통상규범이 FTA를 통해 수립되고 있다"면서 "이를 면밀히 분석해 통상전략에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료=무역협회)

■ 국제 디지털통상규범, FTA에 선제적 반영 필요

1995년 WTO 출범 이후 도하라운드(Doha Round)의 실패로 다자협상을 통한 서비스 시장개방 논의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양자·지역 FTA를 활용해 의료 관련 서비스의 시장 개방을 추구하고 있다.

FTA 서비스협상은 열거적 방식(positive-list approach) 또는 포괄적 방식 (negative-list approach)으로 이뤄진다. 서비스 국내규제 권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열거적 방식이 유리하고, 서비스무역 활성화를 위해서는 포괄적 방식이 유리하다.

최근 추세는 국경 간 자유로운 데이터 또는 정보 이전을 허용하는 새로운 통상규범이 선진국이 체결한 FTA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의료산업의 경우 환자와 의료진이 물리적으로 인접해있지 않은 원격의료의 특성 상, 환자의 건강·의료정보 등이 디지털화돼 외국 의료진에게 자유롭게 전송되지 못한다면 원격의료 자체가 이뤄질 수 없다. 

미국은 데이터 이전이 온라인서비스의 국경 간 거래에 미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FTA의 전자상거래 챕터 또는 디지털무역 챕터에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전을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한·미FTA에 무역협정 최초로 국경 간 데이터 이전 조항이 포함됐으나 의무조항이 아닌 노력조항에 그쳤다.

이에 비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미·일 디지털무역협정(USJDTA)은 협정당사국 간 자유로운 데이터 이전을 의무적으로 허용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세계적 공중보건위기 상황에서 효과적인 방역과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관련 의료 데이터를 국가들이 공유할 필요성이 증가했다.

온라인으로 전송되는 상품과 서비스 및 데이터 이전에 대한 새로운 통상규범을 논의하는 WTO 복수국간 전자상거래 협상이 2019년 초 개시됐다. 무협과 업계는 현재 WTO에서 진행 중인 전자상거래 협상에서 합의가능성이 높은 디지털통상 규범을 선제적으로 FTA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현재 우리나라, 미국, 일본, 중국, EU, 호주, 싱가포르 등 약 70여 개국이 협상을 진행 중이다.

무협 관계자는 "WTO 전자상거래 협상에서 합의된 디지털통상규범이 다자규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합의 가능성이 높은 규범을 기존 및 신규 FTA 전자상거래 챕터에 포함해 변화하는 국제통상환경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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