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스케어] ① 세계 원격의료 시장, 코로나 계기 '폭풍성장'..한국은 제자리 걸음

김정태 기자 승인 2020.09.24 17:06 | 최종 수정 2020.10.06 14:52 의견 0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D-헬스케어) 시장은 연평균 30%씩 고속 성장중이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각 국이 앞다퉈 헬스케어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면서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의료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아 관련 산업이 제자리 걸음에 머물러 있다. 이에 본지는 3회에 걸쳐 원격의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한 국내외 현황과 과제에 대해 집중 분석한다. <편집자 주>

(자료=한국무역협회)

[디지털머니=김정태 기자]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전화상담‧처방 등이 국내 의료계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됐다. 하지만 진료 안전성, 수납방법 등에 대한 모호한 지침 등 관련 규제 및 인프라 역시 선진국과는 비교조차 곤란한 지경이다. 

앞으로 비대면(언택트) 의료에 대한 수요는 전세계에서 일제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관련 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검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아진 것은 이 때문이다. 국내 디지털의료 시장에 대한 개방 압력도 마냥 미룰 수 만은 없다. 

전문가들은 주요 통상국가들의 협상 동향을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 디지털 헬스케어 100대 스타트업 44%가 원격의료 기업

25일 한국무역협회(무협)와 GM인사이츠(GMinsights) 등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19년 1063억 달러(약 124조 6000억원)에서 오는 2026년 6394억 달러(약 749조 8243억원)로 연평균 29.5%씩 성장할 전망이다.

지역별 시장규모 비중을 보면 북미 49%, 유럽 29%, 아시아 16%, 기타 6%이다. 분야별 시장규모 비중은 모바일 헬스(53%), 원격의료(27%), 건강 데이터 분석 (13%), 의료정보시스템(7%)의 순으로 나타난다.

분야별 연간 투자유치 규모에서는 원격의료(17억6000만달러, 약 2조639억원)와 건강 데이터 분석(16억4000만달러, 약 1조9000억원)이 전체 투자유치액의 52.6%를 차지한다.

이중 세계 원격의료 시장은 2019년 455억달러(약 53조 3578억원)에서 2026년 1755억달러(약 205조8000억원)로 연평균 21.3%씩 성장할 전망이다. 주요국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미국이 가장 크고, 중국, 독일, 일본, 프랑스 순이다.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상위 100대 스타트업(누적 투자액 기준)의 44%가 원격 의료 기업일 정도로 최근 원격의료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원격의료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품목군별로 서비스(42%), 제조품(38.9%), 네트워크 인프라(19.1%) 순으로 시장 규모가 크다.

원격진료는 경증질환에 대한 기초 진료, 정신과·피부과 등 정기적인 진료가 필요한 만성질환, 대면 진료 후 경과 관찰 등을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국 내 원격의료의 질병별 비중(2018년)은 신체부상(25%), 소화기 질환(13%), 급성 호흡기 질환(11%), 정신과(7%), 일반 경증질환(5%), 피부과(4%) 등의 순이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는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대한 수요와 투자를 극적으로 증대시켰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미국, 중국 내 원격의료 서비스 이용자 수는 급증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공적 의료보험을 통한 원격진료 방문자 수가 매주 1만4000명에서 170만명으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은 올 상반기에만 54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반기당 역대 최고 투자유치 실적을 달성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현지 최대 원격의료 플랫폼인 핑안굿닥터의 지난 1월 신규가입자수 및 진료수는 전월 대비 각각 9배, 8배 증가했다.

(자료=한국무역협회)

■ 코로나19 계기로 원격의료 허용범위 더욱 확대 추세

세계 주요국들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원격의료의 허용범위를 더욱 확대하는 중이다. 국경을 넘어 이뤄지는 원격의료는 높은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무역장벽으로 인해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일본, 프랑스, 중국 등 주요국가들은 원격의료의 효용성을 일찌감치 인지해 허용 범위를 꾸준히 확대해 왔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그 추세는 강화되는 분위기다. 

무협 관계자는 "향후 감염병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통상정책이 절실하다"면서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이 확대되고 기업 간 경쟁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경쟁력 향상과 선진국 주도의 원격의료 서비스 시장개방 압력 대응을 위해 산업 및 통상 전략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미 각국은 발빠른 대처에 분주하다. 미국 텔라닥(teladoc)은 지난달 리봉고(Livongo)를 인수합병하며 세계 최대의 원격 의료 플랫폼 기업에 등극했다. 일본 의료정보 플랫폼 기업 엠쓰리(M3)는 메신저 라인(LINE)과 합작해 원격의료 플랫폼 ‘라인 헬스케어’를 지난해 말 출시했다. 

우리 정부는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화 상담‧처방 및 대리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정부의 한시적 허용은 수요가 낮고 안전성이 떨어지는 전화진료에 국한됐다. 의사· 약사의 판단 또는 환자와의 협의를 통해 시행하게 하는 등 지침이 대체로 모호하다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국내에서 진행된 한 설문조사에서도 코로나19 이후 가장 필요한 비대면 기술로 ‘원격의료’가 꼽혔다. 취약 계층의 의료접근성 향상이 가장 중요한 이유로 언급된다.

설문 조사를 진행한 은평성모병원 측은 "취약계층의 낮은 의료접근성이 코로나19 와중에 부각되면서 이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원격의료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원격의료 규제·인프라의 부재와 의료접근성의 취약성은 여실히 드러났다. 이에 정부 관련 부처와 업계 모두 원격의료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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