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독일 경제전문지 한델스블라트는 블록체인의 현재에 대한 '허와 실'을 다룬 기사를 게재했다. (자료=픽사베이)
[디지털머니=김동호 기자] 독일 경제 전문지 한델스블라트는 지난 22일 블록체인과 관련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최근 지지부진한 행보를 보여온 블록체인 기술의 한계와 미래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디지털 ID 문제를 해결할 키로 블록체인 기술을 주목한 것.
한델스블라트는 '블록체인의 과장, 어디까지 가능하고 무엇에 효과가 없나'라는 제목으로 블록체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명했다. 이 매체는 "블록체인에 대한 엄청난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많은 프로젝트들은 실패했다"고 현실을 환기시킨 후 "기술적인 잠재력은 충분하다"고 미래 가능성을 제시했다.
■ 블록체인의 시작, 현대기술에 의존하는 전통산업
한델스블라트는 북해산 연어에 주목했다. 생선은 독일인이 선호하는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연어는 비교적 사랑받는 식재료다.
그런데 연어의 남획과 열악한 양식업 등에 대한 보도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독일인들은 연어를 안심하고 먹어도 될 것인지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노르웨이 수산협회는 이러한 의문을 해결해주기 위해 연어가 어떤 경로를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 이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QR코드를 부착했다. 소비자들은 QR코드 스캔해 식재료가 된 연어들의 유통과정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게 됐다.
연어를 포획하는 것은 전통산업이다. 하지만 이처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유통 과정을 투명화할 수 있다. 즉 현대기술에 의존해 신뢰를 더 하는 셈이다.
지난 2018년 암호화폐 시장의 폭락은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큰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자료=픽사베이)
■ 블록체인, 만능 키는 아니다
도르트문트 공과대학 미하엘 헨케 교수는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블록체인은 사물인터넷(IoT)이나 다른 혁신 기술과 결합할 때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프라운호퍼 연구소에서 재료 흐름 및 물류 연구소장을 함께 맡은 헨케 교수는 "이미 유럽 내 운송 시스템을 추적하고 수정을 방지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저장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간에도 손쉽게 협력할 수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언급했다.
다만 헨케 교수는 "단일 조직을 운영함에 있어서는 분산형 데이터 저장장치인 블록체인 기술이 필요치 않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IBM의 독일어권 국가 블록체인 솔루션 사업부 총괄인 크리스티안 슐체-볼터스는 "블록체인에 대한 과장된 기대가 문제"라고 언급하며 "블록체인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슐체-볼터스는 암호화폐를 예로 들었다.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암호화폐는 도입 초기 중앙은행의 간섭 없이 통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18년 암호화폐 시장이 급격하게 붕괴했고 현재까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력이나 이해도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독일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독일 내 신생기업의 약 3분의 2는 벤처 투자를 받아 창업한다. 하지만 지난 2018년 41억 달러(약 4조9122억 원)에 달했던 벤처 투자 규모는 2019년 들어 16억 달러(약 1조9167억 원) 수준까지 떨어졌다. 블록체인 관련 시장에 대한 투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 결론은 블록체인?
블록체인 시장의 정확한 시장 가치에 대해서는 아직 신뢰할만한 통계가 없다.
블록체인을 통한 사업을 진행 중인 IBM조차도 관련 매출 규모를 밝히지 않는다. IBM의 블록체인 관련 부문은 20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매출을 규정할 수 없는 만큼 시장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다.
다만 관련 연구기관인 주니퍼 리서치 측은 오는 2023년까지 소매점 위주의 블록체인 앱(애플리케이션) 판매가 45억 달러(약 5조3905억 원)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전 세계 최대 유통 체인 월마트나 중국 알리바바 등은 온라인 상점에서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을 시범 운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자사관리업체 피델리티는 지난 6월 "유럽과 미국 약 800개 기관투자가 중 약 80%는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발표하며 블록체인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며 미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 블록체인의 지향점은 단순화
블록체인의 필요성이 금융 분야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독일의 신생 블록체인업체 헬릭스는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철도 이용자는 물론 중앙역 사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구현하고 있다.
헬릭스 창업자 올리버 내겔레는 디지털 ID에 집중하고 있다. 내겔레는 "디지털 신원 관리가 미래의 과제"라며 "사용자가 모든 절차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단순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에 손쉽게 접근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등 절차를 단순화하기 위한 본인 증명 디지털 ID의 도입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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