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쳐 인 시네마] '월-E' 쓰레기 별이 된 지구..떠난 인간들과 남은 로봇

로봇이 선물하는 인간의 온기..휴머니티 지켜야 할 이유로

이성주 기자 승인 2020.12.09 16:55 | 최종 수정 2020.12.09 20:16 의견 0

(자료=월트 디즈니 픽쳐스)

[디지털머니=이성주 기자] 행성에도 수명은 있다. 스티븐 호킹 박사는 지구 수명이 약 1000년 남았으며 인류는 다른 행성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환경 문제를 보고 있노라면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남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점점 더 빠르게 다가오는 듯도 하다.

12년전 국내 개봉된 영화 ‘월-E’는 쓰레기로 가득 찬 지구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사람들은 모두 우주로 떠난 지 오래다. 남은 청소 로롯 월-E은 수백 년 동안 홀로 폐기물 분리수거를 해오고 있다. 유일한 친구는 지구에서 살아남은 바퀴벌레 한 마리다.

그러던 어느 날 월-E는 지구를 찾은 탐사 로봇 '이브'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식물을 찾은 이브가 우주로 향한 후에는 그를 뒤쫓아 은하를 가로지르는 여정을 시작한다.

인간들이 사라진 세상 속에서 월-E는 인간다움(humanity)을 드러내는 존재다. 월-E는 이브의 임무를 대신 이루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다. 또 그의 영향을 받은 이브는 기억을 모두 잃은 월-E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월-E와 이브의 사랑은 한없이 따뜻하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의 감정이 더없는 감동을 준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깨닫게 된다. 또 날로 발전하는 과학 기술과 달리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는 줄어들고 있는 오늘을 비춰볼 수 있다.

그렇다면 ‘월-E’ 속 인간은 어떨까. 지구를 떠나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과학기술을 가졌다면 행복하지 않을까하는 호기심이 생긴다. 하지만 우주로 도망친 인간들의 모습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날카로운 경고를 날린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에 취해 다른 모든 삶을 잃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월-E’는 그리는 미래 속 인간에게는 주체성이 사라진 지 오래다. 식물이 자라난다는 걸 알고 지구로 돌아가려 하지만 그를 막으려는 로봇과 전쟁을 벌여야 할 정도다. 순수한 사랑과 희생으로 감동을 주는 월-E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온도다.

지구를 떠난 인간은 걷는 방법도 잊었을 정도로 모든 생활을 로봇에게 맡긴 채 살아간다. 식사는 음료수 컵 하나로 해결할 수 있고 타인과 대화는 눈앞의 화상 화면으로만 진행한다. 그 어떤 불편함을 느낄 수 없는 삶. 그러나 행복과 불행을 판단할 수 있는 감정이 있는지조차 느낄 수 없다.

마음을 주고받은 월-E와 이브가 손을 맞잡는 순간. 영화는 낭만으로 가득 찬다. 순수한 사랑의 가치. 진짜 인간다운 삶. 그것은 인간이 아닌 로봇 월-E가 보여주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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