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쳐 인 북] '화씨 451', 모든 정보가 차단된 '책없는 미래' 세상

이성주 기자 승인 2020.11.30 11:45 | 최종 수정 2020.11.30 17:09 의견 0

과학소설 '화씨 451' (자료=황금가지)

[디지털머니=이성주 기자]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책은 우리의 삶의 모든 순간에 의지가 되고 또 길잡이가 된다는 뜻. 책을 통해 과거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고 오늘을 되돌아볼 수 있으며 나아가 미래를 그릴 수 있다.

과학소설 '화씨 451'에 그려진 미래 미국에서는 인생의 길잡이인 책이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 신문이나 책을 읽는 행위는 물론 책을 가지고 있는 것조차 불법이다. 글자가 있는 장소라면 ‘방화수(fireman)’가 나타난다. 그들은 책이나 신문에 불을 지른다.

작가 레이 브래드베리가 그린 세상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가능한 미래사회를 던진다. 미국은 두 번의 핵전쟁에서 승리를 거둔다. 이후 모든 것이 풍족하고 윤택해 놀고먹어도 괜찮은 사회가 된다. 사람들은 이제 쾌락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삶을 살아간다. 최소한의 시간 동안 일을 하면 남은 시간은 놀고 즐기는 일로 채운다. 권력자들은 독서를 비판적인 생각을 갖게 만든다는 이유로 금지한다.

정부는 차단된 정보와 지식 만을 사람들에게 전한다. 이에 의문을 품거나 추가적인 생각을 덧붙인다면 반사회적 존재로 낙인찍혀 실종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마저 없앴다. 사람들은 이제 벽면 TV를 친척, 이웃으로 삼고 살아간다.

소설 속 미래는 문자 정보는 모두 불태워지는 극단적인 환경의 디스토피아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은 사라지고 로봇과 별다를 것 없는 삶이 가득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거대 권력에 의해 통제되는 삶을 산다는 이야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과거 중국 진나라에서는 분서갱유(焚書坑儒)가 일어났다. 시황제의 탄압책으로 실용 서적을 제외한 모든 사상 서적을 불태우고 유학자를 생매장한 일이다. 우리나라도 ‘보도지침’을 내려 언론을 통제했던 역사가 있다. 미디어의 대중조작도 여전한 사회 문제로 자리한다.

‘화씨 451’은 미래의 이야기이지만 과거를 느낄 수 있고 오늘을 마주할 수 있다. 전자책의 등장으로 종이책의 미래가 불투명하고 독서를 외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오늘을 생각한다면 책이 모두 사라지는 세상, 사람이 주체적인 생각을 할 수 없는 세상은 충분히 현실이 될 수도 있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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