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쳐 인 시네마] '가타카' 과학 기술이 불러온 유전자 계급 사회

과학..인간의 행복도 만들 수 있을까

이성주 기자 승인 2020.12.18 12:20 | 최종 수정 2020.12.18 13:59 의견 0

영화 '가타카' 스틸 [자료=컬럼비아 픽쳐스]

[디지털머니=이성주 기자] 감독 앤드류 니콜이 그린 세상은 현재의 21세기를 넘어선 먼 미래를 바라본다. 보다 완벽한 삶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류의 욕망이 만들어낸 세계. 영화 ‘가타카(1997)’는 유전자 조작으로 우수한 인간을 출산할 수 있는 세상을 말한다.

영화 속 세상은 이제 발전한 과학 기술로 사람들은 날 때부터 앞으로 갖게 된 질병과 기질, 사망 연도도 파악할 수 있다. 주인공 빈센트는 부모님의 사랑과 믿음 속에 유전자 조작 없이 태어났다. 하지만 심장 질환에 범죄자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31세에 사망하게 된다는 판정을 받는다.

이어 시험관 수정을 통해 완벽한 유전인자를 지닌 동생 안톤이 태어나고 빈센트는 열등감 속에 자란다. 우주 비행사의 꿈을 꾸지만 우주 항공 회사 가타카는 우성 중에서도 손꼽히는 우성 인자만이 취업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우성 인자와 열성 인자에 대한 차별이 자리하고 있는 사회인 것. 그러나 빈센트는 꿈과 열정으로 현실의 벽을 넘어서려 한다.

‘가타카’는 생소한 미래가 아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건강 상태를 알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오늘날 많은 부모들은 산전 검사를 통해 아이의 염색체를 확인하고 있다. 이때 부모는 다운증후군과 같은 염색체의 이상, 유전자 결손 및 변이 등 아이의 유전 질환 여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가타카’ 속 세상이 과연 모두에게 행복만을 가져다주는 지는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영화 속 세상은 유전자 계급이 인간을 철저하게 가르고 있는 사회다. 유전자 과학 기술은 인간에게 더 나은 삶을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 안에 행복을 고민하고 판단하는 건 과학이 아닌 인간 스스로의 몫일 것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빈센트가 꿈을 이루기 위해 신분을 사고 고군분투하는 것과 다르게 우성인자로 살아온 신분의 주인 제롬은 자살을 선택한다. 자살이라는 선택을 할 수 없는 운명 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스스로 목숨을 저버렸지만 제 삶을 선택하고 행동했다는 점에서 제롬의 인생은 행복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불행한 걸까.

물론 탄탄대로의 삶이 보장된 인간의 탄생은 그 자체로 완전무결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스스로 선택하고 행동하면서 저마다의 의미를 채워간다. 모든 것이 완벽해졌을 때 인간은 로봇과 달리 어떤 가치를 지닐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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