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일상 되찾아주는 '로봇'..뇌파 분석으로 '웨어러블 로봇' 제어

최인영 기자 승인 2020.05.12 17:19 의견 0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장애를 입은 환자들이 일상을 되찾고 있다. (자료=픽사베이)

[디지털머니=최인영 기자] 로봇이 인간의 잃어버린 삶을 되찾아 주고 있다. 불의의 사고로 몸을 가눌 수 없는 사람들이 로봇 기술로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

남아 있는 신경이나 뇌에 직접 컴퓨터를 연결해 손과 발을 움직인다. 로봇을 입으면 자신의 생각대로 몸을 움직이거나 걸을 수도 있다.

뇌의 신호에 따라 로봇이 움직이는 ‘웨어러블’ 로봇 덕분이다. 로봇과 인간이 공생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 생각대로 움직이는 '마인드 컨트롤' 로봇손

인간과 로봇이 한몸이 돼 장애를 극복해 가고 있다. 순간의 사고로 팔이 절단된 장애인이 5개의 손가락으로 물체를 조작한다. 자신의 생각대로 물건을 움직인다. 로봇 의수 덕분이다.

미국 미시건대 폴 세데르나(Paul Cederna) 교수와 신디 체스텍(Cindy Chestek) 교수팀은 근육 신호를 증폭해 로봇을 제어하는 '뇌 인터페이스(BMI, brain machine interface)’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BMI 기술의 핵심은 ‘마인트 컨트롤(mind control)’이다. 환자의 생각대로 로봇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여기에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한다.

환자가 손가락을 움직이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로봇 의수가 즉시 움직인다.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물건도 쉽게 집을 수 있다. 팔을 잃은 환자가 직접 물을 마실 수 있게 된 셈이다.

BMI 기술을 적용한 로봇 의수는 남아 있는 신경 조직에 로봇을 부착해 위험성도 낮다. 현재 로봇 의수는 뇌에 전극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그동안 로봇 의수 제어에 관한 연구는 많았지만 실제 적용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절단된 팔 부위에 남아 있는 근육의 신호가 너무 약해 로봇 의수 제어하기 어려워서다.

BMI 로봇 의수는 근육 신호를 증폭할 수 있는 ‘근육 접합(muscle graft)’을 만들어 신호의 제약을 극복한다. 남아 있는 팔의 주요 신경에 신경 섬유 다발을 분리해 쌓는 방식이다. 잃어버린 손가락을 대신해 새로운 손가락 근육을 만드는 셈이다.

근육 접합은 신경 신호 증폭장치로 활용한다. 전극을 연결해 신경 신호를 로봇 의수에 보내는 것이다. 손상된 신경 조직을 연결해 새로운 조직을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재생적 말초신경 인터페이스(RPN, Regenerative Peripheral Nerve interface)’라고 표현한다.

실험 참가자들은 증폭된 신경 신호로 개별 손가락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물건을 잡는데도 성공했다.

■ 사지 마비 환자 보행 돕는 '웨어러블' 로봇

척추를 크게 다친 환자가 스스로 걸어다닌다. 뇌의 신호를 감지해 움직이는 로봇이 있기 때문이다.

KIST 김래현 박사 연구진은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을 위해 웨어러블 로봇인 ‘외골격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먼저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서 뇌파를 추출한다. 일어서거나 걷는 상상을 할 때 나오는 뇌파를 추출해 각각의 특징을 분석한다. 분석한 특징은 헬멧 형태의 장치에 넣어 로봇을 작동시킨다.

사지가 마비된 환자가 이 헬멧을 착용하면 뇌파 정보를 전달받은 웨어러블 로봇이 뇌의 신호를 감지해 움직인다. 환자가 스스로 걸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사지 마비 환자의 보행을 되찾아 준 이 기술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다. 뇌에서 나오는 전기신호를 추출·분석해 외골격 로봇과 같은 외부 장치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김래현 박사는 “현재 외골격 로봇의 정확도는 70~80% 정도다”며 “파킨슨병과 뇌졸중, 척수 손상 등 신경 질환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연구진은 사람의 움직임만으로 의도를 파악해내는 로봇을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뇌파를 측정하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임을 읽어내는 이 기술은 ‘지능형 웨어러블 로봇시스템’이다.

KAIST 조성호 교수와 로봇기술 연구센터 SRRC 조규진 센터장은 지난해 움직이는 영상에서 의도를 예측해 로봇을 제어하는 ‘AI 비디오넷’을 개발했다.

웨어러블 로봇이 스스로 영상의 의도를 파악해 연속적으로 동작한다. 여기에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다.

연구팀은 “앞으로 신체 마비 환자는 물론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보조하는 용도로도 로봇 기술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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